『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17화-18화 리뷰 (2020. 4. 20. 작성)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17화-18화(구 9화) 리뷰입니다. 저번 주 방영분이 꽤 충격적인 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에 이번 화엔 어떻게 반전이 나올까 고대하면서 보게 됐습니다. 구 8화 엔딩에서 마치 주인공 지형주가 배정태를 살해한 진범처럼 보이게 한 것은 페이크가 확실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지금까지 지형주의 행보라던가 그의 성격을 본다면 결코 이신 원장의 협력자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여기서 뜬금없이 지형주가 리셋터들을 죽인 진범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드라마의 개연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셈이니.

뭐 다행히도 금세 지형주의 혐의는 빨리 벗겨집니다. 범인이 무언가 행동할 때 지형주는 다른 장소에 있거나 교묘하게 엇갈리는 등의 연출을 통해 지형주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고, 신가현이 그를 의심하며 거리를 잠시 두다가 해고된 담당 기자한테 납치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때 제일 먼저 그녀를 구하러 오는 등 결코 범인이라면 할 리 없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이 드라마 은근 페이크 연출이 많아 보다 보면 깜짝 놀라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만 카페 사장 황노섭 노인 같은 경우는 페이크가 아니라 이신 원장의 스파이 비슷한 역할이 확실한 듯.

중간에 신가현이 문자로 날아온 살해 현장 녹음파일을 지형주에게 직접 들려주며 그를 추궁하는 건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라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신가현의 불안에서 비롯된 상상이었어요. 그런데 은근 드라마에서 신가현은 리셋한 이후 교통사고만 피했지 주변 사람들에게 통수를 맞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더군요. 애인과 친한 친구가 서로 바람났다가 친구는 마치 자기를 대신한 것처럼 교통사고로 죽고, 동생처럼 친하게 지낸 애(김세린)는 허언증에 협박을 하다가 살해당하고, 그 팬이라던 담당은 자기 잘못 때문에 잘려놓곤 앙심 품어서 납치 소동을 벌이는 등 유달리 주변에 인간관계로 마가 끼는 편.

그런데 머리 쓰는 건 역시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라서 그런가 형사인 지형주보다 신가현 쪽이 두드러지는데 저번 방영분에서 리셋터들이 살해당한 장소가 현재 경찰들의 관할서 내라는 점도 신가현의 추리로 밝혀집니다. 배정태가 죽기 전 찔리면서 형사님이란 단어를 남겼기 때문에 범인은 경찰일 가능성이 높아졌고요. 그런데 현재 리셋터들과 관계가 있는 인물, 배정태가 형사님이라 부를 인물이 지형주 말고 다른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지형주의 파트너인 박형사(배우 이성욱 분)밖에 남지 않아서 혹시 진범은 박형사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오늘 의미심장한 연출도 많더라고요.

그렇다면 맨 처음 캐스팅에 비해 허무하게 퇴장했다 싶은 박영길은 뭔가 반전이 있는 게 아니라 독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드라마 전체적인 페이크였나 싶더라고요. 은근 여기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말이죠... 배정태 살해 현장을 목격한 고재영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박형사를 카메라에 수상하게 담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더니 결국 엔딩에서 고재영이 범인에게 납치당하면서 그동안 이신 원장에게 협력한 살인범은 바로 박형사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박형사가 피해자들에게 탈취한 전리품은 그들이 각각 소중히 여기거나 자주 착용한 물건이라고 추정돼요.

택배기사 박영길 같은 경우는 정말 이신 원장이나 범인이 예측을 못한 죽음이고 직접 실행을 한 게 아니라 그런가 전리품 목록도 제외된 것으로 보이고요. 경비 최경만은 리셋 전부터 당첨되고 말겠다 노래를 부른 로또 용지, 서연수는 애인과 연락했던 핸드폰, 펀드맨 차증석은 딸이 만들어 준 오르골, 김세린은 짝사랑 대상인 최영웅과 찍은 사진, 배정태는 동생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카지노의 칩을 빼앗겼습니다. 다만 중간에 살해당한 리셋터 아닌 인물들 꽃집 사장과 택배기사는 어떤 이유로 죽음에 말려든 건지 알 수 없고 딱히 서사가 안 나와서 이 둘은 단순 평소에 자주 쓰던 물건(꽃모양 장식물/장갑)인가 싶어요.  아마 고재영은 헤드셋이 전시당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