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23화-24화(최종화) 리뷰 (2020. 4. 28. 작성)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최종화 23화-24화 리뷰입니다. 보통 드라마 미니시리즈는 16부작=32부작인 경우가 많으니까 처음엔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도 다다음 주 정도에 끝날 거라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종반부라 해도 내용 전개가 꽤 빠른 데다가 검색을 해보니 24부작이라고 떠서 좀 의아했는데 오늘 방영분을 보니 마지막 화라고 확실하게 뜨더군요. 그동안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일찍 끝나는 느낌이라 아쉬웠는데 후반부의 빠른 전개를 보면 그냥 내용을 좀 더 늘려서 다음 주 정도에 끝내더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떡밥도 다 회수했고, 주인공인 지형주가 다시 리셋을 선택하고 황노섭의 행적을 막는 등 일단 본편 내용은 정리했지만 후반부가 시간이 촉박했는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라 좀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신 원장의 캐릭터는 후반부 들어 좀 아쉬웠는데 드라마의 실제 흑막이 그가 아니라 황노섭 노인이란 게 드러나고 딸인 이영의 죽음도 이신 원장을 리셋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황노섭의 소행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이신 원장은 빌런이 아닌 황노섭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여자가 되어서 그동안 보여준 신비롭고 무서운 포스가 사라지고 말았네요.
뭔가 이신 원장은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스카이 캐슬』에 나왔던 김주영 같은 분위기 강렬한 악녀일 거라 기대를 했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이 드라마의 가장 아쉬웠던 점이랄까요. 그리고 후반부의 또 아쉬운 점이라면 주인공인 지형주가 흑막+살인범을 막기 위해 미래의 정보를 가지고 그들을 잡는 건 좋았지만 그동안 극을 이끌어온 다른 리셋터들의 이야기가 분량 문제로 상당수 생략되었다는 점인데 드라마가 좀 더 길었다면 그들이 리셋을 선택하지 않고 박형사 손에 죽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암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동안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잘못 이해했던 게 있었는데, 지형주는 원래 흐름대로라면 박형사 대신 전과자의 손에 죽는 운명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지형주는 박형사의 타깃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방영분에서 지형주도 박형사의 손에 최후에 죽는 운명이 맞았다고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신가현을 감싸다가 신가현과 함께 죽는 운명. 그러고 보니 전과자 오명철 같은 경우 지형주를 죽인다 입만 털었을 뿐, 이신 원장과 황노섭 노인이 개입하여 바꾼 상황 이전에도 지형주가 오명철 손에 확실하게 죽었다는 언급은 나온 적이 없으며 보다가 놓친 대사 중에 "오명철이 지영주를 죽이려고 하지만 실패로 끝난다"라는 대사가 나왔었던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리셋 전, 박형사가 죽음을 맞지 않는 루트에서는 전과자 오명철이 지형주를 죽인다고 나대다가 실패하고, 지형주와 박형사 둘 다 살아남았다가 박형사의 살인 행적을 지형주가 눈치채어 그를 체포한 뒤 그 보복으로 박형사가 지형주와 신가현을 마지막 타깃 삼아 죽이는 게 원래의 흐름이었던 모양. 지형주가 박형사 대신 죽었을 거라 생각한 건 그냥 드라마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스스로 만든 떡밥이었던 셈이네요. 그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떡밥이 마지막에 풀렸는데 리셋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 왔는가, 이 부분이 드디어 설명되었습니다.
1년 리셋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은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 있었는데 이 장소가 오프닝에도 묘사되고 1화에도 등장했던 터널을 지나 등장하는 갈림길 자체였습니다. 황노섭 노인이 그 길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고 나오며 리셋 능력 자체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와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처음 제 가설 리셋 시점에서 다시 리셋하여 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듯. 아마 1년 전으로 리셋하여 같은 공간으로 가더라도 같은 힘이 작용할 거란 보장이 없으니까... 송실장이 3년 전 죽은 딸을 만나러 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나오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해요.
신가현은 지형주가 자기를 감싸다 죽는단 것을 알고 그를 살리기 위해 대신 지형주를 감싼 뒤 박형사가 휘두른 칼에 찔립니다. 원래 그날 신가현과 함께 죽어야 했을 지형주가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지형주는 신가현을 살리기 위해 황노섭을 따라 리셋이 가능한 갈림길로 향하고 1년 리셋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대로 박형사의 살인을 미리 막고 황노섭을 약사법 위반으로 구속한 뒤 신가현을 만나러 가는데 왠지 이때 분위기가 왠지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둘 다 타임슬립이 소재고 사건이 해결된 뒤 애정이 싹튼 남녀가 재회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나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생사고락을 함께 한 기억이 한 사람(지형주)에게만 남아있는 것은 왠지 좀 슬픈 것도 같았어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여주인공이랑은 달리 마지막 장면의 신가현은 리셋과 관련된 사실을 모를 테니. 그래도 어쨌든 이 둘은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 드라마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하나 떡밥을 남기는 게 꽤 미묘했는데요. 주인공들의 사건이 정리된 이후 또 다른 누군가가 리셋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갈림길을 질주하는 게 드라마의 진정한 마지막 장면입니다. 차에 타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여러모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결말이라 이 부분은 특히 맘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