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의 심리학』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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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스토킹의 심리학』은 저자가 신경정신과의 원장이며 당연하게도 상당수 분량이 스토킹을 저지르는 인간들의 정신적인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스토킹'이란 범죄에 대한 인식과 스토킹을 근절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한계가 많다는 점도 많이 지적되고 있어요. 흔히 스토킹 하면 유명 연예인들이 겪는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은데, 책에 따르면 스토킹은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범죄이며 미국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한참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스토킹에 대한 제대로 된 법이 부족하며 아직도 인식이 개인적인 일, 남녀의 문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충격이라고 할까요.
거기다 책에서 나오는 사례들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짝사랑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줄기차게 쫓아다니는 사람, 이혼을 요구한 부인을 폭행하고 감시하는 남편, 구애를 거절한 사람을 협박하거나 살해하려는 젊은 남성, 유명연예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환상에 빠져 그들의 일상을 집요하게 주시하는 광적인 팬들 등등인데, 이런 사건들은 의외로 인터넷 뉴스 사건사회면만 뒤져봐도 심심찮게 나오는 사건들입니다. 책에서도 설명이 나오지만 대개 스토킹을 행하는 사람은 남성이 많고,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직 가부장적 요소가 잔재한 사회에서 여성의 자기주장을 꺼려하는 풍토와 여성을 소유물 정도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악화된 점이 많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측면으로 그러할 뿐, 실제 스토킹의 대상은 남녀구분이 없고 또한 스토커들도 남녀구분은 없다고 합니다. 아마 여성스토커가 남성스토커에 비해서 두드러지지 않는 면도 저런 사회풍토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하게 변화할수록 여성 스토커 범죄자들도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실제 이와 비슷한 사례로 책 내에서 설명해 주는 이야기 중, 유부남과 내연의 관계에 놓인 여성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자 그 원인을 남자의 부인에게 몰아 그 부인을 감시하면서 남편과 헤어지라고 협박하고 폭력까지 불사한 사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책의 설명에 따른다면 스토킹 범죄는 개인이 해결할 수도 없고, 피해자가 대처를 잘한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에 따르면 스토킹을 근절하기 위해선 또렷한 법적인 토대 마련과 스토커 스스로의 상담치료도 필요한데요.스토킹은 흔히 생각하는 지나친 사랑이나 집착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성격장애와 망상이 구체화된 것으로 자신이 망상 속에서 짜놓은 각본에 피해자가 걸려든 셈으로 봐야 된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피해자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해야 할 '물건'정도로 두며, 설령 피해자 하나에 대한 스토킹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것은 가해자의 상태가 나아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냥감'을 발견했을 경우에 가능한 것이라고요.
설명되는 스토킹 가해자의 심리상태는 피해자의 행동을 멋대로 해석하는 일종의 망상병과 경계성/편집성 성격장애에 가까운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이 책에서 유용한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 언급되는 예방과 대처일 거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려면 법적인 보호와 토대를 잘 마련하는 것과 가해자의 정신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주위의 도움도 절실하다는 사실이 강조되는데요. 이건 피해자가 주위에 신뢰할 사람들을 만들어놓는 것도 해당되겠지만 이것은 주위 사람들이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과 주위에서도 혹여나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