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비스데이』 리뷰
『오늘은 서비스데이』를 쓴 작가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은 『도시전설 세피아』, 『꽃밥』, 『수은충』과 같은 단편집으로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완독한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하나의 중편소설과 네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전작인 『도시전설 세피아』나 『수은충』에는 좀 못 미친다는 느낌이에요. 특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이 『수은충』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수은충』 이 나름 담고 있는 메시지나 조금은 자극적이다 싶은 내용에 비하면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좀 쉬어가는 느낌에 일상의 판타지를 약간 늘려버린 정도에 불과하단 생각이거든요. 그런 점이 좀 아쉽긴 합니다.
일단 첫번째 소설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이번 소설집의 타이틀을 맡고 있기도 하고 분량면에서 책의 반을 차지할 만큼 내용이 긴 소설이기도 하지요. 내용은 제목의 그것처럼 무기력한 중년의 회사원에게 갑작스러운 행운이 찾아듭니다. 평소에 막연하게 지냈던 가족들이 다정하게 굴고, 그저 그랬던 회사직원들조차 그에게 친절하게 대합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일상의 작은 판타지를 도입한 일본 특유의 환상소설 정도로 넘어가도 될법한 것이 갑작스럽게 섹시한 악마여자 사타나와 공무원 타입의 천사남자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조금 개그가 되더니 그가 무심코 빌었을지 모를 소원이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게 되지요.
소설에 언급되는 서비스데이란 신이 인간에 관용을 베풀어 하루 정도씩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마련한 것인데 보통은 사람들이 운이 좋다 정도로 넘어가는 날을 악마인 사타나가 주인공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면서 일이 약간씩 꼬이게 된 셈. 악마인 사타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좀 난감한 데다 소설 상의 분위기가 일본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 같아서 어쩌면 드라마화를 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었어요. 물론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두 번째 소설 「도쿄 행복 클럽」은 아마추어 작가인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 된 여성을 따라 도쿄 행복 클럽이라는 모임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 모임의 목적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사건의 증거물 내지 그 장소에 있던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자기 수집품을 보여주는 것. 주인공이 초반 어떤 살인사건에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혹시 주인공이 살인마가 아닌가 하는 반전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반전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소설 상의 주인공의 작품이 언급되는데, 그것이 바로 슈카와 미나토의 데뷔작인 「올빼미 사내」 예요.
세 번째 소설은 「창공 괴담」은 제목에 괴담이 들어가 있길래 좀 으스스한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웬걸 이야기는 훈훈한 유령과 인간의 미담입니다. 이야기는 한 남성의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대학 알바 시절 알게 된 한 선배 격인 남성이 여자유령의 손과 동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유령을 만나러 선배의 집을 찾아가게 되지요. 그 선배가 사는 아파트는 과거 매춘이 행해졌던 곳으로 그 유령손은 루리코라는 죽은 매춘부의 손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손뿐인 유령치곤 집안일도 잘 해내는 데다 성격도 수줍어해서 의외로 집주인과는 잘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주인공의 오지랖 때문에 일이 약간 꼬이게 되지요. 하지만 유령손인 루리코가 결국 성불을 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요. 이 소설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 셈입니다. 네 번째 소설인 「기합 입문」은 초등학교 1학년 꼬마와 가재의 분투기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소설이에요. 붉은 가재를 잡으려고 애쓰는 꼬마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 후반에 언급되는 말로 보아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있을 법한 내용입니다.
다섯 번째 소설 「푸르른 강가에서」는 자살을 시도한 외모콤플렉스가 강한 20대 여성이 죽은 자를 옮겨주는 뱃사공 카론(소설 상에선 그런 이름으로 불리자 도리어 짜증을 내는 인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아직 삶에 미련이 있음을 깨닫고 다시 이승으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 소설은 자살 예방을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흔한 구도인 거 같지만 의외로 카론의 말 중 삶을 장애물 경기에 비유하며 조금만 걸려도 허둥대다가 빠져나오게 된 후 별거 아닌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말은 좀 인상 깊었어요.
왠지 요새 학생시절에 별 거 아닌 것으로 전전긍긍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쓴웃음도 나는 일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전작들에 비하면 뭔가 심심한 맛이 나는 소설집이었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읽으면서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들은 역시 호러 쪽이 더 인상 깊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단순 호러가 아니라 뭔가 환상적인 요소가 섞인 호러인데 옮긴이의 글에 의하면 '노스탤직 호러'라 칭하는 듯. 여러모로 아쉽지만 재밌는 소설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