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어스』 리뷰
영화 『애프터 어스』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 가기 전 아는 거라고는 윌 스미스가 나오고, 『식스센스』를 감독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다라는 정보였습니다. 샤말란 감독 영화는 『식스센스』나 TV에서 방영해서 보게 된 『레이디 인 더 워터』 같은 영화만 알고 있었는데요. 『식스센스』야 뭐 말할 것도 없이 반전영화의 획을 그은 영화라 아직도 기억되는 명작인 반면 그 후의 샤말란 감독의 영화들은 평가에서 갈리는 게 많더라고요. 『레이디 인 더 워터』같은 경우도 개봉 당시에 굉장히 평이 갈리는 것을 봤는데 전 TV로 본 데다가 일종의 환상동화와 같은 장르라 생각하고 봐서인지 나름 괜찮았단 생각이에요.
『레이디 인 더 워터』는 과거의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삶의 의지를 잃어 하루하루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비일상적인 존재인 여성이 나타나는데 추측으로 주인공 앞에 나타난 여성은 일종의 물의 정령 같은 존재처럼 보이더군요. 그렇게 등장한 여성은 주인공의 일생을 바꾸고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운명도 조금씩 바꾸어나간다는 내용인데, 소소한 내용과 환상적인 요소가 나름 잘 어울렸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남자주인공의 과거 트라우마를 벗어나 성장하는 내용에 가깝다고 생각도 들고요. 환상적인 요소 때문에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영화였어요.
영화의 스케일이나 전개가 소소한 점이 있었지만요. 샤말란 감독의 특기는 왠지 사람의 심리를 파고 들어 성장을 다루는 내용을 좋아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애프터 어스』는 그런 장르와 달리 당시에는 생소한 SF장르였고 예고편을 봤을 때 미래의 시점에서 인류가 더 이상 살지 않게 된 지구에 불시착한 두 부자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류를 거부하게 된 지구가 갑작스레 나타난 인간을 공격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탈출해야 하는 조금은 공포스러운 상황을 연상시킬 내용을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제 예상과는 반대로 『애프터 어스』는 소년의 성장물과 부자의 화해에 가까운 내용으로 진행되더군요.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지구 생물들이 인간을 적대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공격하는 장면은 없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적어서... 차라리 샤말란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인류가 사라진 지구의 자연,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에서 비롯되는 공포스러운 상황, 그것을 극복하고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자연과 화해하는 내용으로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굳이 부자의 화해와 소년의 성장을 그린다면 인류가 살지 않는 지구,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지구라는 설정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초반에 지구의 모든 생물은 인간을 공격하도록 진화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그런 요소를 많이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막판에 얼사라는 인간의 공포심을 느꼈을 때 나오는 페로몬의 체취를 쫓아 인간을 공격하는 외계 괴물과의 싸움이 영화의 절정이던데 기왕 인류를 공격하는 생물군으로 이루어진 지구라면 지구의 생물들, 인간을 공격대상으로 여기게 된 맹수와의 싸움으로 최종장을 묘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에 기절한 주인공을 어떤 여자애가 깨우길래 혹시 지구에 남아있던 구인류인가 싶어, 혹시 인류가 없는 지구가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여 문명을 이룬 지구인가 싶어 일종의 반전을 기대했는데 주인공의 환상이라 좀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기대와는 다른 전개에 아쉬운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중반에 나오는 주인공을 납치한 거대 독수리 둥지의 새끼 독수리들은 귀엽더군요. 한마리는 살 줄 알았는데 죄다 죽일 줄은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