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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 다섯 용사의 비밀』 리뷰

0I사금 2025. 3.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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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 다섯 용사의 비밀』은 OCN 채널에서 방영을 해 주었을 때 『쿵푸팬더 : 무적 5인방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으며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기존 『쿵푸팬더』 시리즈의 외전입니다. 분량도 2,30분 안팎으로 짧은 편이라 DVD의 부록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을 내용입니다. 하지만 TV 방영은 영어로 된 원본이 아니라 더빙판이었는데 일단 더빙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에요. 아마 성우 캐스팅은 본편 더빙판의 캐스팅과 같겠지요? 후반에 등장하는 중후한 시푸의 목소리가 그 작은 체구에도 미묘하게 어울리는 듯 멋지더군요.

내용 자체는 영웅물의 전형같으면서도 묘사에서 미묘하게 틀어버리는 면모가 보입니다. 이야기의 순서는 멘티스 - 바이퍼 - 크레인 - 타이그리스 - 몽키 순.

1. 멘티스 편

멘티스편에선 멘티스가 2편에서 스스로 고백한 아버지를 잡아먹었다던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내심 기대했는데 아쉬워요. 멘티스 같은 경우는 풀밭의 고수로 처음부터 재능이 출중한 편으로 묘사되며 그에게 부족한 것은 참을성으로 그가 인내심을 얻는 과정을 영웅 일대기의 영웅이 깨우치는 과정처럼 묘사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영웅 이야기보다 묘사가 개그스럽고 흐름이 빠를 뿐. 그리고 『쿵푸팬더』 세계관에서 왠지 악어는 늑대와 고릴라와 더불어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2. 바이퍼 편

바이퍼는 뱀도 귀엽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바이퍼의 갓태어난 아기 시절이나 수염이 달린 달관한 고수 같은 이미지의 바이퍼의 아빠라거나... 근데 뱀들은 옷을 안 입고 다니나요? 의외로 바이퍼는 좋은 가문 출신인데 아버지가 뱀 특유의 독니를 이용한 권법의 고수. 하지만 바이퍼에게 날 때부터 독니가 없어서 단념했다는 이야기인데 출중한 가문에 돌연변이처럼 부족한 아이가 태어나는 이야기도 영웅물에서 많이 취하는 소재지요. 

여기서 강조하는 내용은 '용기'로,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연마한 리본 댄스가 마을의 악당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바이퍼도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는 이야기. 꽃이라거나 리본이라거나 여성스런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도 특이점인데 여성스러움에 숨겨진 강함을 어필하는 것이라나요.

3. 크레인 편

크레인 이야기는 많이 의외였습니다. 뭔가 본편에서 굉장히 쿨한 이미지의 남성인데 반해 과거가 가장 안타까운 구석이 있었어요. 태생이 무술 훈련소의 수위겸 청소부였다니... 여러모로 본편의 포와 비슷한 입장을 보이는데 크레인은 젓가락같이 말라서 남들의 비웃음 대상이 되었다거나 하는 더 안쓰러운 면모가 강했습니다. 크레인의 과거 편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채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아마 표범이나 삵 종으로 보이는 여성 무도인인 '메이링'이란 캐릭터입니다. 여러모로 타이그리스와 비슷한 포지션인데 좀 더 여성미를 가미한 느낌의 캐릭터랄까요. 혹시 본편에서 종종 타이그리스를 의식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나요.

여기서 강조하는 주제는 '자신감'이었지만 의외로 엉뚱한 데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늘 해오던 청소나 빨래와 같은 일은 겉보기엔 하찮아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크레인은 이 일에 충실하면서 거기서부터 결국 뭔가를 얻어냈거든요. 여러모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였어요.

 4. 타이그리스 편

타이그리스는 본편에서도 귀여운 어릴 적 이미지가 잠깐 나와서 보는 사람들을 환호하게 했던 전적이 있는데 여기서 거기서 못다 한 것을 보여주려는 요량이었던 거 같습니다. 크레인 못지않게 슬픈 태생으로 타이그리스는 버려진 고아에 늘 입양될 기회를 박탈당하던 외로운 아이로 나옵니다. 거기다 타고난 맹수의 힘을 제어 못해 고아원 내에서 경원의 대상이 되었으나, 시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와 함께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시푸는 타이렁의 과거 모습에서 보여준 푼수 아버지 같았던 면모보단 엄격한 스승의 모습이 더 강한데, 은근히 신경 써주는 게 타이그리스 한정 츤데레 같단 생각도.. 실은 타이렁 때의 과오가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타이그리스에겐 절제했다는 게 맞겠지만요. 

5. 몽키 편

몽키는 맨 앞의 멘티스와 마찬가지로 원래 출중한 녀석으로 묘사됩니다. 다만 그 능력을 좋은 데 쓰는 게 아니라 원숭이답게 사고와 장난을 치고 다니는 얄미운 녀석이었다는 묘사. 전형적인 원숭이 캐릭터 같지요? 어딘가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면모도 있고... 하지만 내면은 의외로 유리멘탈이었던 것이 드러납니다. 비뚤어진 계기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바지가 벗겨져 망신당한 게 트라우마가 되어 고수들이 자신을 제어하려고 싸움을 걸어오면 그들의 바지를 벗겨 망신을 주었다는 것. 폭력의 대물림이랄까...

특이하게도 여기서 몽키를 구제하는 것은 시푸가 아니라 우그웨이 사부입니다. 원숭이와 거북의 대결에선 거북이의 차분함이 이깁니다. 우그웨이 사부는 실력으로 몽키를 충분히 압도하면서도 그의 내면에 있는 아픔을 눈치채고 실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녀석이라고 깨우쳐주지요. 양아치 갱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편이기도 했어요.

이 외전이 나온 의미는 『쿵푸팬더』 1편에서 5인방의 비중이 많이 생략된 측면이 있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또렷하기 때문에 좀 더 시리즈물로 길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 3분에서 5분 정도로 각각 멤버의 과거를 설명해 주는데 여기서 약간씩 교훈을 첨가한 방식이에요. 영상도 2D와 3D를 섞었는데 과거는 2D 화면으로 보여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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