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10화 리뷰 (2024. 6. 11. 작성)
드라마 『크래시』 10화 리뷰입니다. 『크래시』 9화가 빌런들의 행보 때문에 고구마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 몰입을 유도했다면, 이번 10화는 기다렸다는 듯 빌런들이 응징받고 드디어 처벌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음 11화 예고편을 보면 아직 남은 문제가 있고 가장 중요한 원흉 - 표정욱의 아버지 표명학 청장-을 치우지 않는다면 현재 표정욱 사건 자체를 제대로 해결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 남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요. 현재 표명학 청장 같은 경우는 모든 일을 만들어낸 원인임에도 아직 명예만 실추된 수준이라, 아들 하나만 손절하면 어떻게 보신은 가능한 입장인 것 같아서요. 사이버 렉카(그 정체는 과거 차연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던 기자) 덕에 관심이 쏠려 여론의 지탄을 받는 장면은 좀 현실적이다 싶었지만요.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차연호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며 차연호는 실제로 가해자가 아니라 더 큰 음모에 의해 가해자 누명을 썼을 거라는 암시가 제법 나온 편이었는데요. 이번 10화에선 과거 사건의 전말이 더 상세하게 드러났는데 실제로 무면허로 아버지 차를 운전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뒤 사고를 유발한 것도 표정욱이고 횡단보도에서 신혼부부를 친 뒤 자신의 얼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차로 깔아뭉개 죽인 장본인도 표정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차연호가 피해자의 남편인 김민성을 설득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걸 보면 차연호의 과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고를 일으킨 원흉이면서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건 표정욱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더라고요. 적어도 차연호 쪽은 그 사고에서 억울하게 덤터기를 쓴 게 맞는 상황.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당시 사건 현장을 본다면 표정욱은 그야말로 사이코패스나 다름없으며, 나중에 자기 아버지한테도 손절당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영락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게 웃겼달까요. 그리고 이 사건을 은폐한 장본인이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표명학 청장이었으며, 이름과 신분을 바꾼 피해자의 남편인 김민성이 국과수에 보관된 자료를 보고 진실을 알게 된 뒤 복수를 결심하게 된 셈인데요. 다만 드라마에서 김민성은 어떤 권력이나 힘을 가진 존재도 아니고, 국과수 직원이라는 위치인 반면 가해자들은 경찰청장이거나 조폭 출신 재벌이라는 권력을 가진 입장이라 오히려 그들에게 복수를 진행하는 김민성 측이 더 위험하고 불리해 보였고, 표정욱이 양회장을 끌어들였을 때는 차라리 잡히지 말고 무사히 도망치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던 심정이었어요.
거기다 민소희의 과거 연인이었던 이태주까지 표청장의 편에 서서 김민성을 잡으러 출동했을 때는 걱정이 되었었는데, 여기서 반전처럼 TCI 팀이 김민성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그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함정을 팠다는 게 드러납니다. 이번 10화에서는 꽤 제작비가 들어갔을 법한 카 체이싱 장면이 제법 길게 나와 어떤 의미에서 드라마의 장르를 충실히 실천했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여기서 이태주를 비롯 양회장의 부하들이 김민성을 잡으려고 추격하자 TCI 팀은 그들을 보기 좋게 속여 넘기고 김민성을 죽이려고 기다리던 양회장과 표정욱을 체포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정도였습니다. TCI 팀이 양회장의 부하들을 쓰러뜨리고 양회장과 표정욱을 잡으러 가는 장면은 왠지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었고요.
와중에 개그도 놓치지 않아서, 양회장의 부하들을 운동복과 양복으로 분류하는 씬이나 양회장이 우동기 형사더러 덩치만 보고 쟤는 우리 편 아니냐고 하는 장면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TCI 팀은 양회장과 표정욱을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하는 데 성공하며 과거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었던 한경수마저 표청장의 명령을 받은 이태주보다 더 빠르게 찾아내는 쾌거를 이루게 되는데요. 그런데 그동안 복병 노릇을 하던 이태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높은 사람들 발 닦개를 자처하는데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도 해봤는데 현시점에서 그런 거 없다는 수준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캐릭터가 한낱 출세주의자일뿐이라서요. 일단 10화의 엔딩은 피해자의 아버지였던 이정섭이 표청장의 운전기사인 척 존재를 드러내는 데서 끝났는데 이게 왠지 드라마 내에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