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12화(최종화) 리뷰 (2024. 6. 18. 작성)
그동안 흥미진진하게 보던 드라마 『크래시』도 드디어 최종화에 다다랐습니다. 나중에 느낀 거지만 이렇게 취향에 맞는 드라마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1화부터 챙겨볼걸, 6화까지를 재방송으로 몰아보고 중간부터 본방을 사수하다 보니 드라마를 몰입하며 본 시간이 짧은 것 같아 괜히 아쉬워지는 느낌이에요. 일단 『크래시』는 그동안 전개에서 꾸준히 암시되며 중요한 사건임을 어필했던 차연호의 과거 교통사고 관련 진실도 풀었겠다 주요 빌런들도 일부 빼고 응징한 상황이며, 아직 남은 떡밥이 있기는 하지만 착실하게 마지막 에피소드로 달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전편인 11화까지는 드라마의 최종 에피소드치고는 사건의 스케일이 바로 전 에피소드와 비교하면 좀 작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12화에서 드러난 화평도 - TCI 팀이 해체되고 이후 차연호가 발령 난 곳 -의 사건과 진실은 오히려 현실에 진짜로 있었을 법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케일은 좀 작았어도 소름이 끼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실종된 승아라는 여학생은 아버지가 외지인으로 펜션을 하면서 이장을 비롯한 섬주민들과 섬발전 기금 강요 때문에 갈등을 빚는 상황이었는데요. 초반에는 승아가 절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신발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TCI 팀이 각 잡고 수사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교통사고의 증거가 발견되는 등 이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승아의 실종은 자살처럼 몰고 가려는 이장을 포함한 섬 주민들의 태도는 매우 수상쩍고 찝찝하기 그지없었고요.
이번 사건은 폐쇄적인 섬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자 범인이 섬 주민이기 때문에 아는 마을 주민들끼리 진실을 묻어버리려고 위증하는 상황이라던가, 피해자가 외지인이기 때문에 마치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인 양 구는 태도 때문에 진짜 현실에 있었다면 수사는 몇 배로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사람이 실종되어 생사가 불분명함에도 섬 관련 사업 기금에만 눈이 머는 주민들의 행적도 그렇고요. 이 사건에 이장을 비롯한 섬 주민들이 연루된 걸 파악한 TCI 팀은 평소 승아가 차고 다니던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 수신호를 찾아내면 행방을 찾을 수 있다는 페이크를 치게 됩니다. 그러자 이에 범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유기한 시신을 다시 숨기려고 움직인 순간을 포착하여 꼼짝없이 그들이 범인이란 증거를 잡아내게 되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섬에서 유일하게 승아와 친했던 아르민이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승아 대신 이장 일행이 운전하던 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었고, 매장되어 있던 시신은 다름 아닌 그 아르민의 시신이었습니다. 사고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였던 승아는 이장 일행이 창고에 감금해 둔 걸 구해내게 되고요. 여기서 정채만 팀장은 섬의 옛 이름을 듣고 이 섬에서 부랑자 교화라는 명목 아랫사람들을 강제로 시설로 끌고 와 불법 감금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지적하게 되는데요. 심지어 범인인 이장 일행이 당시 시설의 주인이었는데, 관광지화 되었다고 하지만 섬 자체의 진실이 끔찍하고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찝찝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나마 드라마에 유능한 주인공들이 나와서 깔끔하게 해결이 가능했지만 현실이었다면 더 답답했을 느낌이라...
어쨌든 TCI 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계급씩 특진을 하게 되는데요. 다만 정채만 팀장 같은 경우는 미리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설마 TCI팀이 다시 구성되어도 그는 빠지는 건가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화라는 이유로 팀의 기둥 같은 인물이 막판에 퇴장하는 클리셰인가 생각했는데, 그런 클리셰는 쓸쓸한 맛을 남기는 경향이 좀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국가수사본부장이 정채만을 찾아와 좀 더 희망적인 전개로 마무리되는데 본부장은 전편인 11화에서 이태주의 투서를 수리한 인물이고, 그녀의 도움으로 TCI팀은 다시 부활하여 이번엔 국수본 소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사무실이 업그레이드되나 기대감을 주다가 사무실은 컨테이너 그대로라는 게 드러나 소소하게 개그를 안겨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 본부장과 정채만의 대화에서, 정채만이 TCI팀을 이끌었던 이유에 부인의 죽음이 언급되어 아직 회수되지 않은 그의 과거가 언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사람들이 살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이 드라마의 주제가 어느 정도 함축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이태주가 다시 얼굴을 비추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잊지 않고 드라마가 알아서 언급해 주더라고요. 그 외에도 과거의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차연호의 모습이나, 민소희의 아버지가 재활하는 모습 등 주요 인물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시즌 2가 나올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하고 TCI 팀에게 과제를 남기면서 드라마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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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 중에 서장이 말한 간부의 자제가 자기네 서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가장 의혹이 있던 어현경의 가족사에 한해서만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네요. 2시즌이 나오면 밝혀지려나 싶은데 왠지 국가수사본부장이 엄마가 아닐까 멋대로 추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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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에서 타사 드라마인 『모범택시』 시리즈에 얼굴을 비춘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개중에는 같은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고, 『모범택시』랑은 반대적인 포지션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이게 재미있는 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