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8화 리뷰 (2024. 8. 23. 작성)
드라마 『굿파트너』 8화 리뷰입니다. 역시 이 드라마는 부수적인 로맨스는 줄이고 법정과 사건에 집중해야 몰입도가 높고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조금 의외였던 것은 드라마 중반쯤이 되면 주인공 차은경의 이혼 소송이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튀어나오면서 사건이 길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은 이미 초반부터 외도를 저지르고 자기 부인한테 책임을 돌리면서 하남자 인증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최근 회차 들어 그 바닥에 바닥을 치는 느낌. 그동안 드라마를 보면서도 불륜을 저지르며 배우자와 자식에게 상처를 주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인 재희한테는 진심인 아버지가 아닐까 했는데 막판 가사 조사관에게 털어놓은 재희의 속내를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애초에 불륜을 저지른 게 문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아버지라면 애가 있는 집안에 내연녀를 끌어들여 관계를 맺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작중에서 재희는 어머니인 차은경보다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먼저 눈치채고 있었고 차은경이 상처받을까 봐 그걸 비밀로 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는데, 보다 보면 아이가 너무 성숙한 것도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회차에선 최사라의 임신 같은 폭탄 요소 제외하고 재희가 양쪽 부모와 애착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과연 아이가 어느 쪽을 선택할까 걱정이 들었는데 여기까지 온 이상 아버지인 김지상을 택할 일은 없겠다 약간 안심이 들기도 했고요. 최사라의 임신을 재희가 알아차렸을 때 두 사람이 합치는 걸 막으려고 재희가 아버지와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예상도 했었지만 다행히 드라마는 그런 뻔한 전개로 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와 별개로 자신을 부정하는 김지상에게 반발하려는 것처럼 최사라가 임신을 재희에게 알리려고 재희 방에 초음파 사진을 몰래 놓고 가는 장면은 참 지독하다는 생각만... 그나저나 최사라는 임신 사실을 밝혔을 때 김지상이 그렇게 바닥을 보여줬음에도 끝까지 그 곁에 남으려고 하는 게 집착 수준이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미 불륜녀로 낙인찍혔겠다 10년 다닌 회사도 잘렸겠다 지금은 악 밖에 남은 것이 없겠다 싶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동정적이진 않았고, 아이를 그대로 낳을 생각이라면 이미 바닥을 친 김지상이나 최사라에게도 그건 그것대로 고생일 거라는 생각만 들어서 알아서 지옥에나 들어가라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진짜 여기까지 온 이상 차은경의 이혼 소송은 어느 정도 결말이 그려지면서도 쉽게 예측은 되지 않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차은경의 이혼 소송과 함께 수임된 또 다른 사건은 김지상의 케이스와는 정반대다 싶었는데요. 작중 조정 위원석에서조차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는 투로 언급했던 것만큼 드문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건은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다투는 이혼 소송이었고, 의뢰인의 아들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아 이미 가사조사관에게도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 상황이라 꽤 순조롭게 풀릴 줄 알았더니 뜻밖에도 그 아들이 의뢰인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어요. 여기서 놀랍게도 의뢰인은 18년 동안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아들에 대한 애착을 거둘 수 없어 끝까지 자기 아이의 아버지로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히게 되는데요. 그래서 위자료를 청구하며 승소할 생각을 하던 주인공 변호사들마저 당황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의뢰인은 여러모로 김지상과 대비된다 싶었는데, 의뢰인은 아들이 상처받을 걸 대비하여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비밀로 부치게 하는 등 정말 진한 부성애를 보여줬던 반면 김지상은 딸인 재희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딸이 있는 집안에서 불륜 관계를 맺는 등 자기 자식을 기만한 거나 다름없었고 이번 최사라가 자기 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도 현실을 부정하며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애초에 최사라라는 존재가 김지상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내연 관계를 맺는 동안 피임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임신이라는 현실에 대해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진심 하남자다 싶었습니다. 하여간 이번 8화는 사건들이 그렇다 보니 정우진 변호사가 대표의 자식이라는 반전은 생각보다 큰 충격은 아니었는데 이건 약간 암시된 장면도 나와서 그랬던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