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 리뷰
영화 『쥬라기공원』은 OCN에서 방영해 준 덕에 제대로 감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93년도에 개봉한 이 영화를 TV에서 다시 방영해 준 이유는 새로운 시리즈(쥬라기월드) 개봉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었던 듯. 그래도 간간히 기억 속에 남은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해 준 더빙판 『쥬라기공원』 을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나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어린 맘에 어디서 어떻게 공룡들이 습격할지 몰라 긴장하면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청하지 못하고 아마 중반부터 보게 되었던 모양이에요. 제 기억 상으론 쥬라기공원을 여는 것과 관해 말콤박사와 그렌트 박사 일행이 해몬드 회장에게 반론을 펼치는 장면부터 기억났거든요. 아무래도 오프닝부터 보게 된 것은 OCN 방영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용은 1993년도 영화라지만 발단에서 시작해서 공룡들의 습격까지 과정을 납득이 가도록 잘 설명해주더군요.
물론 영화에서처럼 모기화석에서 피를 뽑아 공룡을 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겠으나 창작의 세계에선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설정만 짜주면 될 일인 것 같고, 쥬라기공원이 어째서 파투날 수밖에 없는지를 단순 스파이활동을 하러 들어온 인간이 초를 치기 때문만이 아니라 곳곳에 메시지로 심어놨달까요? 수학자인 말콤박사의 입으로 생물은 결국 자연에 적응하기 마련이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고 미리 경고를 해두었고 번식통제를 위해 암컷만 만들어놨다는 공룡들은 보조적으로 끼워넣은 개구리 유전자 덕분에 성별이 전환되어 스스로 번식하면서 인간의 계산을 벗어나게 됩니다. 왠지 이 부분에서 영화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해 낸 거라면, 원작자 마이클 클라이튼은 인간의 이성제일주의 혹은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을 풍자하기 위해 이런 작품을 낸 것은 아닌가 싶더라고요. 아직 소설은 읽어본 적 없습니다만.
거기다 밸로시랩터는 육식공룡들 중 가장 머리가 뛰어난 공룡이라고 계속 강조가 되었는데 후반 보는 이들과 극상의 인물에게 가장 큰 공포를 안겨주는 공룡도 이 밸로시랩터에요. 티라노사우르스 등장보다 무섭더군요. 머리가 좋다는 그대로 인간의 자물쇠를 아무렇지 않게 따고 인간의 행동을 예상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주인공들을 위협하는데 오히려 막판에 티라노사우르스가 이 놈들을 공격하면서 주인공이 살아남게 되니 참 재밌는 상황이 되었달까요. 그리고 영화는 정석대로랄지 어느 인간이 죽고 어느 인간이 살아남을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영화 보면서 섬에 득실득실한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섬을 빠져나가나 했는데 이미 초반부터 선착장에 배 출발하니 떠날 사람 타라는 방송이 나오면서 대다수의 직원과 연구원들은 빠져나간 상황으로 연출되었습니다. 후반에 끝까지 섬에 남게 되는 두 박사는 개인적으로 살길 바랬는데 결국 둘 다 밸로시랩터의 습격으로 죽더군요.
반면 회장의 두 손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꾸 뜸들이는 행동으로 다른 주인공들까지 위험에 빠뜨려놓고 어린애는 안 죽인다는 할리우드 법칙 덕에 살아남습니다. 특히 동생 놈 무력한 상황이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목숨 왔다 갔다 하는 순간 토한 걸 들킬까 봐 자존심 내세우거나 차단된 전선 울타리를 잘만 타고 내려오다가 못 내려가겠다고 징징거려서 감전될 뻔하는 등 사고를 치는데요.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는단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보다 의외였던 건 여주인공 격인 엘리 박사는 동시대 영화 여주인공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활약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에요. 어린 시절에 추억보정도 있고, 당시 쥬라기공원이 거의 시각혁명급의 영화였던 지라 충격적이었던 것도 있는데 지금은 TV가 그때보다 좋아서인지 다시 보게 된 공룡들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이라는 느낌도 종종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운데 보면서 공포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 티라노사우르스가 먹다 버린 염소다리가 차 앞 유리에 던져지거나 잡아먹힌 사람 손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등.
거기다 밸로시랩터는 머리가 좋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인지 주인공들이 안전하게 피했다치면 유리를 박살내서 안으로 들어오거나 천정을 들어 올려버리는 등 긴장된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나름 평화롭고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웅장하게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데 아마 이 영화의 개봉 시절 극장에서 이 영화를 직접 관람하신 분들은 어떤 감동을 받으셨을지... 굉장히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을 보니 왠지 옛날 영화 향수가 떠오르는 게 주인공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으로 다른 에필로그 없이 바로 끝나는 장면들이에요. 왠지 그 시절 영화들에서 이런 엔딩이 많이 구현되었던 걸로 기억나요. 다시 보니까 이런 엔딩이 구구절절함 없이 깔끔해서 좋긴 하더군요. 또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분석한 영화 평을 찾아보면 재미로 언급들 하는 거지만 실제로 여기 등장하는 공룡들은 쥬라기시절 공룡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본 적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