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캐빈 인 더 우즈』 리뷰

0I사금 2025. 3.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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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를 TV에서 방영해 준다고 했을 땐 반가운 마음에 고대하고 고대하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에 대해선 예전에 검색으로 다 알게 되었는데 왜냐면 유튜브에서 유명한 몬스터 신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도 있고, 거의 공포영화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는 리뷰와 등장하는 다양한 몬스터의 종류에 대한 부가 설명 등을 봤기 때문에요. 그리고 영화 자체가 가공의 도시 전설 SCP재단을 모티브로 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봐서 기대감이 만발이었습니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와중에도 말이지요. 게다가 영화가 또 하나 기대되는 이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히어로인 토르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헴스워드가 출연한다는 점도 있었는데 영화 예고편도 왠지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를 중심으로 나오더군요. 근데 영화를 막상 봤더니 오히려 주역은 여주인공 데이나와 약쟁이 마티였고 커트(크리스 햄스워스 분)는 중반에서 허무하게 퇴장하더군요.

영화는 전형적인 클리셰답게 다섯 명의 또 전형적인 주인공들- 살아남을 예정의 여주, 백치 미녀, 껄렁한 양아치 타입, 똑똑한 애, 정신 빠진 약쟁이-이 기묘한 기운이 감도는 오두막에 캠핑을 가는 걸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예고라도 하는 것처럼 불길한 경고를 하는 기이한 인물(주유소 주인)도 등장하고요. 물론 이것은 고대신 관리재단의 철저한 연출이었는데, 철저하게 재단의 각본대로라는 게 처음부터 드러내놓는 데다 스포일러까지 알고 보는 상황이라 중반까지는 주인공들의 곤란에 이입하기보단 재단 측 인물들에 감정이입하는 결과까지 나타났습니다. 상황은 분명 제물로 놓인 주인공들에게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그 꼴을 보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음악을 듣는 재단 측 인물들 모습이 부조리라 이상하게 웃음이 터졌는데 그야말로 스크린 밖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주인공들의 고난을 즐겁게 시청하는 관객들의 모습 같지 않냐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이야기가 틀어지는 것은 중반부터. 어쩌면 보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였을지 모를 재단의 인물들조차 공포영화의 희생자로 전락하는데 내용이 재밌어지는 것도 이때부터 더군요. 결국 그들도 영화 속의 인물이므로 당연한 일이었으니. 영화의 중반부터 엄마와 함께 시청을 하느라 이것저것 제가 설명을 해드렸는데 엄마는 재단 측 놈들이 나쁜 놈이라 버럭 화를 내시더군요. 그런데 결국 마티와 데이나가 살아남아 재단 건물로 들어서고 결국 그들이 관리하는 괴물들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몰살의 아수라장이 되고 각종 괴물들이 쏟아지자 엄마도 그때부터 웃기 시작하셨습니다. 꼴좋다는 것도 있고 괴물들이 워낙 다른 영화서 쏟아지는 것들이라 별게 다 나온다는 비웃음도 같았어요. 어쨌거나 재단의 프로젝트가 살아남은 두 주인공에게 까발려지고 남자를 먼저 죽여야만 멸망을 피할 수 있다지만... 영화는 클리셰의 점철 같지만 묘하게도 그것을 다 깨부수고 있는 듯해요. 보통 영화라면 일찍 죽을 약쟁이가 오래 살아남는 것도 그렇고요.

막판에 서로 죽이는 것은 공포영화에 충분히 있을 법 하나요? 남자가 먼저 죽어야 된다는 재단 측 말에 데이나가 총으로 마티를 쏘려고 했고 마티는 화가 나서 뒤에 늑대 인간이 데이나를 덮치는 것을 보고도 경고하지 않지요. 일반적인 영화에서라면 가장 오래 살아남을 유형의 데이나가 먼저 목숨 끊어질 판이 되었고 고대신이 강림하는 것도 막을 수 없어서 결국 둘은 살아남는 걸 포기한 순간 제의 장소가 무너지면서 고대신의 일부가 드러나며 영화는 엔딩. 뭔가 황당하지만 지금까지완 다른 엔딩이라 참신하달까요. 주인공은 죽어도 그래도 지구는 살아남는다 혹은 주인공은 살아남고 불안요소는 남았어도 지구는 무사하다는 일반적인 엔딩을 벗어났으니까요. 황당하다면 황당하고 그럴싸하다면 그럴싸할 엔딩이었습니다. 공포영화 보면서 이렇게 쿡쿡 웃은 것도 처음이었어요. 제일 웃겼던 신은 일본 지부의 프로젝트에서 꼬꼬마들이 소환된 사다코 닮은 귀신을 노래로 성불시켜 개구리로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영화는 생각한 것보다 짧은데 검색 결과로 알아보니 총 95분. 영화로써 적절한 분량이라고 생각.  그리고 괴물들 중 가장 인상적인 건 괴물은 사람 살해하는 광대였는데 이놈은 보자마자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의 '페니와이즈'에서 따왔다는 걸 알아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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