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어벤져스』 리뷰

0I사금 2025. 3.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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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는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에는 놓치고 나중에 보고 싶다 노래를 부르다가 ott 플랫폼에서 결제를 하여 감상하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 관련 정보를 찾으면 나오지만은 『어벤져스』는 자국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대박을 터뜨린 영화였는데 보면서 느낀 거지만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영웅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은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는 드림팀이었던 데다가 영화의 내용이 각각 겹치지 않는 특성과 성격의 히어로들에게 제각기 비중을 주기 때문에 엉성하거나 누군가가 공기화 된다거나 하는 거 없이 균형 있게 이야기를 끌어갔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보면서 아이언맨의 비중이 약간 더 큰 거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액션씬도 충분하고 이야기 전개도 제법 자연스러웠고요. 뭔가 닉 퓨리의 계획대로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어벤져스』를 보기 전 마블 시리즈 중 제대로 봤다 싶은 게 캡틴 아메리카가 나오는 『퍼스트 어벤져』와 토르가 주역인 『토르 : 천둥의 신』, 아이언맨이 활약하는 『아이언맨』 시리즈 정도였던 지라 쉴드 쪽 이야기에 대해선 무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알만한 인물이 『토르 : 천둥의 신』에서 카메오 형식으로 등장한 호크아이와 제법 비중 있던 콜슨이었습니다. 『퍼스트 어벤져』는 끝날 때 닉 퓨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나중에 쿠키 영상이 있다고 해서 나름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쉴드라는 조직은 왠지 히어로들에게 불신을 사는 조직 같았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멋대로 히어로들을 자기 뜻으로 다스리는 닉 퓨리의 위엄이 대단했달까...


어쨌든 『어벤져스』를 1편을 본 덕택에 인상적인 인물이 많아졌는데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토르 말고도 처음 접하다시피 한 헐크나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도 꽤나 매력적이더군요. 다만 영화를 보면서 조금 의아하다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안 좋은 기류가 흘렀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사이라던가... 유들유들한 성격이라고 생각한 토니 스타크가 이번 『어벤져스』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캡틴 아메리카에게 촉을 세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를 싫어한다면 전쟁 시절의 악연이나, 얼음 속에 파묻힌 자신을 깨운 거나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된 테서렉트를 다시 구한 것 등등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고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성격이 맞지 않아서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요. 

내성적인 편이긴 하지만 군인이었고 작중 내내 다른 사람들을 많이 신경쓰는 캡틴 아메리카의 눈에 좀 자기 멋대로인 것처럼 비출 수 있는 아이언맨이 아니꼬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결국 화해모드로 나가긴 하지만요. 재미있던 것은 캡틴 아메리카가 70년 전 사람이라는 것을 이용한 유머가 소소하게 나오더군요. 쉴드의 비행선이 전기로 움직이는 거 같다고 말하는 장면 같은 거라거나. 그 와중에 팬심을 드러내는 귀여운 콜슨 요원이라니 그런데 콜슨요원은 죽은 건가요, 산 건가요? 재미나게도 이번 『어벤져스』에서 토니가 맘을 여는 대상은 브루스 배너 - 헐크였는데 헐크 시리즈는 리부트 이전의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물론 배우는 달랐지요. 


그래도 설정을 보니 헐크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오지나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닌다는 것을 알았는데, 여기에서도 인도에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다니는 것을 쉴드의 명령을 받은 나타샤-블랙 위도우가 데리러 옵니다. 토니와 배너 박사는 둘 다 지성적인 인물이고 어벤져스 내에서 유일하게 친근감을 과시하는 인물들임에도 그 성격이나 이미지는 확연히 다릅니다. 토니가 잘 꾸미는 억만장자에 나르시시스트적인 인물인 반면 배너박사는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데다 헐크를 억제하는지라 자신을 표출하지 않으려 하는 내성적인 면모도 보이던데 기질적으로 달라 보이는 사람 둘이 잘 지내는 것을 보니 뭔가 노렸나 싶기도. 거기다 영화 엔딩 부근에서 두 사람이 차를 타고 같이 떠나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으니. 『아이언맨3』 크레딧 영상에 괜히 같이 나온 게 아니었어요.


또 눈길을 끈 것은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입니다. 둘 다 군의 스파이 내지 암살자였던 과거가 있던 걸로 보이던데 극상의 악당 로키에게 호크아이가 세뇌당하는 일이 발생한 덕에 더 애틋해 보였습니다. 이 둘은 영화를 보면서 정말 뜻밖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다음 시리즈에 호크아이 유부남 설정이 나오면서 괜히 속상했던 기억도... 『토르 : 천둥의 신』에서 잠깐 나올 뿐인데도 어딘가 쿨하고 조용했던 호크아이의 매력이 여기서 잘 드러납니다. 아이언맨 말마따나 레골라스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 커플은 깨지지 않고 오래 행쇼했으면 하는 마음. 블랙 위도우-나타샤 같은 경우는 요즘 시기가 여전사 유행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치타우리족과 싸울 때는 캡틴 아메리카보다 더 강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초반에 로키를 말로 농락했을 정도고요. 


미묘하게 호크아이말고도 브루스 배너 박사와도 잘 어울린다 생각을 했는데 브루스가 중반 쉴드의 삽질 탓에 헐크로 변하려 하자 자신이 지켜주겠으니 억제하라고 말하는 장면도 뭔가 애틋했어요. 마지막에 배너 박사의 짐을 전달해 주는 것도 블랙 위도우였고요. 거기다 도심전쟁에선 캡틴 아메리카와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이쪽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영화의 특징은 주인공들 이야기만이 아니라 악당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번의 주 악역은 『토르 : 천둥의 신』에서 거하게 집안싸움을 벌였던 로키입니다. 『어벤져스』가 균형을 잘 맞춘 것이 등장 히어로들의 매력도 잘 살렸지만 악역의 매력도 반감시키지 않았다는 건데 치타우리족의 군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후반까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이 로키거든요.

뭔가 쿨하고 야비하다라는 것을 내세우려는 것 같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한번씩은 당하더군요. 나타샤한테는 말로 농락당하고 방심하다가 콜슨요원의 총에 맞고, 토니는 세뇌 실패해서 비웃음 당하고, 호크아이 화살을 멋지게 잡았다 싶었는데 폭탄이 터지고, 토르에게도 맥을 못 추고, 막판엔 헐크에게 영혼이 털릴 정도로 얻어터지는데요. 자신의 집안싸움 문제를 지구까지 끌고 와서 맨해튼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건 분명 민폐짓이건만 이렇게 허당스럽고 밉지 않은 악역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 토르가 쉴드에 붙들린 로키를 납치하는 것을 아이언맨이 쫓아와서 둘이 한판 붙을 때 구석에 쭈구리며 지켜보던 것이 원래 로키의 성격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보면서 느낀 건데 외계인과 신들이 인간 돌연변이에게 탈탈 털릴 정도라 크게 이계인으로서의 위엄은 안 느껴지더군요. 


그와중에 웃겼던 장면은 한판 붙었던 헐크와 토르가 도심에서 같이 싸우는데 헐크가 뭔 생각을 해서인지 토르에게 한방을 날렸던 장면. 다만 이걸 보기 전 하필 극장에서 『맨 오브 스틸』의 가공할만한 도심파괴를 직접 보고 와서 그랬는지 작은 화면으로 보는 치타우리족의 도심습격은 좀 밍밍했습니다. 게다가 치타우리 족도 너무 매력 없게 생긴 외계인인 데다 히어로들에게 발리는 꼴을 보니 뭔가 맥 빠지더군요. 다만 영화 상에서 외계인의 습격과 도심 붕괴로 인한 피해를 후반에 잘 묘사하면서 히어로들의 책임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니 참신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현실 내 팬덤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그려지더군요. 즐거운 영화였고 후속 편이 기대어 예전에 본 코믹스 『시빌 워』도 조만간 영화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나중에 그렇게 되어서 놀란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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