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5차 리뷰
하루 동안 OCN에서 두 번이나 『어벤져스』를 방영해 준 덕에 감상도 두 번 하게 되었는데 앞서 리뷰에서 밝혔듯 한번 꽂힌 것은 영화든 소설이든 일단 질릴 때까지 봐주는 타입이라 저야 좋은 일이었습니다. 기왕 한번 더 본 거 이번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작성해보려 하는데요. 저번 리뷰에서 다섯 번 운운했으니 리뷰도 딱 다섯 번까지 쓰는 게 나을 듯해요. 영화의 좋은 점이나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이미 전 리뷰에서 여러 번 밝혔기 때문에 이제는 간단하게 소소한 리뷰를 써보려 합니다.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로 블랙위도우=나타샤가 히어로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나타샤도 나타샤지만 느긋하게 그 모습을 전화로 감상하는 필 콜슨 요원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래도 쉴드가 명목상 세계평화나 정의를 지키는 쪽이니 외계인 침공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 아니라면 일상적으로 테러조직이나 갱단을 소탕하는 것이 주 임무인가 봅니다. 뭔가 경찰이 하는 일들 중 선을 넘기 어려운 것을 대신하는 거 같은 느낌인데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까지 보니까 뒤가 구린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그나마 고위 간부들 중 하나인 닉 퓨리가 가장 양심적인 인물이라 그렇지.
또 아이언맨과 토르의 싸움은 지들 딴에는 심각할 지 몰라도 두 캐릭터의 성격 탓인지 보는 입장에서 폭소가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보통 아이언맨인 지성적이고 토르는 좀 힘만 센 이미지라서 그런지 시너지가 더 나는 거 같았죠. 특히 400프로 충전 씬은 극장에서 관객들이 대폭소했을 듯. 『어벤져스』를 보면서 좀 의외였다 싶은 장면으로 아이언맨의 성격도 호전적인 구석이 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래놓고는 나중에 토르한테 농담하는 것을 보면 성격 참 유들유들하구나 재차 확인도. 영화를 보면서 또 느낀 거지만 의외로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로키와 토니는 은근 죽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걸 장난같이 다룬다고 캡틴 아메리카에게 한 소리 듣던 토니 스타크의 성격이나 로키의 트릭스터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특히 후편 『토르 : 다크 월드』에서 보여준 깨방정을 떠올리면 말이죠. 게다가 둘 다 애정결핍 비슷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데서 동질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어벤져스』 영화에선 이미 적으로 만난 이상 그런 거 없고 오히려 진정성이 통한 쪽은 외적으로 정반대 성향의 배너 박사였지만요.
https://youtu.be/eM8ZIX1ctyk?si=IF8kTYUyeQqW_Nrr
유튜브에서 발견한 영화 클립 영상이자 명장면인 이 장면은 리더로서의 캡틴 아메리카의 성격을 잘 보여준 다음 강렬한 한마디를 어필하면서 끝납니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끝판왕은 결국 헐크라는 걸 보여주는데 후속 시리즈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헐크=브루스 배너 비중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어벤져 』의 헐크 관련 장면 중에 헬리캐리어에서 추락한 브루스를 도와준 공사장 수위 아저씨가 나오는 장면도 인상 깊었는데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 오히려 덤덤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 거 같긴 하지만은 이 영화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인배인가 싶기도.
또 사람들이 두말 않고 어벤져스의 명장면으로 꼽을만한 장면은 헐크에게 패대기 당하는 로키의 굴욕 장면일 텐데 이쯤 되면 로키가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토르나 로키나 둘 다 영화에서 헐크 같은 존재에게 한 번씩 얻어터지고도 멀쩡한 걸 보면 확실히 신은 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외계인이 침공했는데 도시 사람들 너무 해맑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드는 부분. 그래도 일종의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인지 중간중간에 추모행사나 의구심을 표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도 껴있고요.
깨알 같은 원작자 스탠리 옹의 카메오 출연도 그렇고 이 엔딩도 재밌는 부분이 많습니다. 뭐 이차대전 때부터 히어로가 설치던 동네이니 그러려니 해도 『어벤져스』 세계관 내의 일반 시민들조차 이제 우주에 지구인만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외계인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뭐가 나와도 사람들은 안 놀라겠지요. 『토르 : 다크 월드』에서 배경이 영국임에도 토르가 나타났다고 신나하던 구경꾼들이나 토르한테 은근하게 매달리던 지하철 여성승객 장면이 절로 떠오르는데 어째 『어벤져스』 세계 속의 일반 시민들은 지나가던 사람들도 개그를 어필합니다.
그런데 외계인이 있단 게 실상으로 밝혀진 저런 세계관이라면 외계인의 존재가 드러나기까지 떠돌았던 도시전설이나 음모론, 미스터리 같은 것들은 더 과장되어 퍼질지, 아니면 진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은 알아서 사그라질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예전 리뷰들에 미처 첨부하지 못했던 점 중 영화의 최종 엔딩씬에서 망가진 스타크 타워를 비추는데 스타크 타워의 철자들이 떨어져 나간 뒤 '어벤져스'의 앞글자에 해당하는 "A" 하나만 남아있는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