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비소설 기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리뷰

0I사금 2025. 3.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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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읽기 전 인터넷상으로 이름을 접한 적이 있는 책입니다. 예전에 읽은 칼럼에서 이 책의 구절을 인용한 것도 본 적 있고요. 흥미는 가지만 내용이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피해왔던 책인데 그래도 한번 읽어봐야 되지 않을까 해서 빌려오긴 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칼럼의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파악한다면 진보주의자들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 프레임의 구성 실패와 투표권을 지닌 자들이 이익을 보면서 투표할 것이라는 착각, 그리고 진보주의자들끼리의 협력부족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일단 제 짧은 머리로 요약한 게 이 정도지 책은 좀 더 깊이 파고들 내용이 많습니다. 책에서 설명해 주길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하는데요. 책에서 보수주의자들을 설명하는데 엄격한 아버지 모습으로 설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들에게 표를 던지는 이유를 근원적으로 살펴본다면 이 엄격한 아버지에게 기대고 싶은 심리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은 사람들은 자기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따라 표를 던지지 이득을 보고 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요. 이건 제가 본 칼럼에서도 누누이 언급되던 말인데요. 보수주의자들은 같은 보수의 테두리 안에 있어도 그 노선이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결국 이들은 서로 손을 잡는 것을 마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게 맞서기 위해선 진보주의자들이 각각 노선이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협력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 진보주의자들은 일종의 우월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부정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삼가라는 것도요. 일단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에 이끌리게 되니까요. 또한 이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 당을 지지하는지를 어느 정도 밝혀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가난한 이들의 정체성과 가치관 문제인데, 그들이 처한 현실이 아니라 그들의 바람이 결국 표를 던지게 된단 말씀. 가난한 이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부자들의 안정적인 모습, 좋은 이미지에 끌리기 때문이라더군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자를 바라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도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다거나 부자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건 왜 사람들이 뜬구름 잡는 듯한 자기 계발서를 그렇게 읽어대는지 그 이유와 겹치기도 하고요. 책의 맨 마지막 단원에서 간단하게 네 줄로 진보주의자들을 위한 행동지침을 설명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라/프레임을 재구성함으로써 대응하라/가치의 차원에서 사고하고 발언하라/자신이 믿는 바를 말하라".

참고로 책 제목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은 심리학 서적에서도 인용되는 실험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실험에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 코끼리와 관련된 것을 더 생각하고 만다는 내용입니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는데, 전 처음 책제목을 접했을 때 그런 의미보다는 '코끼리'라고 칭해지는 부류의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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