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하류로 전락한다』 리뷰
예전에 리뷰한 책 중 『하류지향』이나 『하류사회』같은 책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책도 그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빌려온 책입니다. 『하류지향』은 일본 하류사회의 사고방식을 분석한 책이고, 『하류사회』가 그들의 처한 상황이나 생활방식을 고찰한 책이라면 이 책은 앞으로의 일본 사회를 전망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시기가 2006년인데 이 책에서 말하는 '양극화 사회'를 더 확실히 체감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 책은 굉장히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봐야 할 듯. 『90%가 하류로 전락한다』라는 책 제목은 뭔가 암울하단 느낌까지 주는데, 실제로 책에서 지적하는 학벌의 세습과 중류층의 붕괴 면을 본다면 이 책의 내용은 결국 현실과 맞아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단순 일본의 현실에 한해서만이 아니라요. 책에서는 신계급사회를 이야기하면서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격차는 인정하되, 세습에 의한 격차는 인정하지 않는데 오히려 현재의 흐름을 본다면 책에서도 이미 지적한 고소득자 고학벌의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이 고학벌 고소득자가 되는 세습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사회가 되어버린 거 같습니다. 종종 인터넷 자료를 찾아 본다면 부모의 직업에 따라 자녀들의 진로가 갈린다는 이야기도 더러 나오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신계급사회로 이동하는 중이 아니라 이미 신계급사회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책에서는 일본의 양극화사회를 조명하면서, 일본 정부의 무능과 공무원들의 해이함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중 글로벌화에 대한 저자의 지적이 와닿는데, 글로벌화가 개인에게 무조건 행복을 약속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화=선으로 인식하여 어떤 전략도 세우지 않았고 결국 계급 격차를 더 심화시켰다는 점입니다. 물론 책에서는 글로벌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전제도 깔고 있으나 이 글로벌화가 결국 기업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점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어요. 책은 또 특이하게 지나친 양극화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격차 사회가 나쁜 것만은 아니란 것을 이야기하는데, 개인의 능력에 따라 격차가 생기는 사회는 환영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양극화사회는 가난한 집 자식들의 능력개발도 막아서는 사회가 된다는 점이며, 일본의 하류층을 양산해 낸 것은 일본 특유의 '여유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이 '여유 교육'이라는 말도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정확하게 뜻은 알 수 없으나 『하류사회』나 『하류지향』에서 하류층의 마인드, 난 나다운 것이 좋다 혹은 개성적인 삶이 행복한 것이라는 마인드를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이 여유교육이 더 이상의 학습을 막고 '현재 상태'에서 머무는 것이 행복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단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저자는 이 '여유 교육'이 엘리트를 만들어낼 기회를 박탈한다고 매섭게 비판하고 있어요. 그런데 글로벌화에 따른 일본사회의 문제점과 모순점을 지적한 것은 와닿았으나 후반의 내용은 하류층이 하류를 벗어나기 위한 조언들이라는 게 분량 상으로 큰 비중은 없지만 왠지 자기 계발서를 연상하게 만들어 읽기에 영 달갑지 않은 면이 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일본 사회가 하류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가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내용을 삽입한 것은 아닌가 싶어요.
특이하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국가파산과 함께 동반자살, 반란, 도주를 이야기하면서 그 중 반란이 진짜 우리가 받아들이는 반란이 아닌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선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능력자를 뽑으라는 이야기인데, 현재 일본인들 상당수가 위기감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책의 마지막 내용은 앞으로의 사회가 초 양극화 사회가 될 것임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회의 출현에 대비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후반 부분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미 신계급사회가 도래해서 계급상승과 패자부활전이 막혀버린 상황이 되어버리면 하류층의 마인드를 탈피하여 상승을 노리라는 책의 조언도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