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병사의 비밀』 리뷰 : 아돌프 히틀러, 왼손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는? (2025. 4. 13. 작성)

『셀럽병사의 비밀』은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이긴 합니다만, 생각보다 재방송을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하게 역사를 탐구하는 『벌거벗은 세계사』는 재방송을 자주 해주지만, 『셀럽병사의 비밀』은 재방송 편성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TV를 켰다가 라이프채널 방송에서 『셀럽병사의 비밀』2화를 재방송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홈페이지에서 지난 회차 방영 순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듯, 2화에 등장하는 셀럽은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악명 높은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MC들의 입으로도 언급되기는 하는데 현대 기준 셀럽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인 평가가 극단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원래 『셀럽병사의 비밀』은 역사적인 유명인을 지정하여 그들의 생애와 질환 내지 죽음을 살펴보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셀럽 기준은 일반적인 셀럽 기준과는 약간 다르게 보아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리고 『생로병사의 비밀』처럼 유명인의 질환과 병명, 사망에 대해 고찰하기는 합니다만 역사적인 평가가 같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어 히틀러 같은 독재자 내지 전쟁 전범의 경우는 미화의 여지는 없는 편이에요.
또한 다루는 내용에 따라 타사 방송사의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언급되었던 내용들이 여기서도 언급되는 경우들이 있으며 게스트도 겹치는 경우도 있는 한 듯 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프랑스 아르덴 지역 침공 때 보여준 무시무시한 모습은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일부 접한 내용이었는데, 이 『셀럽병사의 비밀』 2화에서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실감 나게 전달해 준 측면이 있는 듯. 또한 전쟁 당시 미쳐 돌아가던 독일의 상황과 유대인 수용소인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벌어진 생체실험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언급되면서 전쟁과 학살의 참상을 전달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 『셀럽병사의 비밀』은 특정인의 기록을 따라가 그가 생전 앓았을 법한 병을 추측하면서 두 MC를 주축으로 두 갈래의 가설을 설정하여 진행하는 방식인데 보다 보면 히틀러가 생전 앓았던 병의 징후와 당시 독일의 환경을 보았을 때 저 인간은 자살을 택하지 않았어도 반드시 일찍 죽을 인물이었을 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요? 방송에 따르면 당시의 기록물과 1970년대에 독일에서 발굴된 (희귀한 편인) 히틀러의 영상, 그리고 독일의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 히틀러가 파킨슨병 환자이자 지독한 마약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일단 히틀러의 질환을 파고 들어가기에 앞서 히틀러의 개인적인 성향과 당시 나치 독일의 정책을 연결짓는 설이 등장하여 흥미를 끌기도 했습니다. 히틀러는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여 악명을 떨친 인물이지만, 동물보호법까지 마련하고 자기 반려견은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고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채식주의자였던 데다 술담배까지 하지 않는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인물이었다는 게 의외였는데요. 히틀러인 애인인 에바 브라운은 흡연가였기 때문에 히틀러로부터 담배를 끊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건 왠지 현실의 성별 반전 형태 같다는 생각은 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나치 독일이 펼친 금연 정책도 이런 히틀러의 성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확하겐 독일 민족의 우수성과 우월성을 내세우며 국민들을 건강한 후손을 양산할 인적 자원으로 보았다는 것이 더 큰 이유라는 게 바로 언급되더라고요. 어쨌든 히틀러는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에 술담배를 하지 않았지만 여러 기록물을 통해 그가 파킨슨병 환자였다는 사실은 확정이었는데, 이 파킨슨병은 현재에도 완치할 치료제는 없고 (다만 증상을 늦출 약이 나온 정도) 발병의 원인도 모르기 때문에 개인이 건강을 챙긴다고 막을 수 있는 질환은 아니었다는 거죠.
파킨슨병은 그렇다쳐도 히틀러가 마약 중독자가 된 배경에는 당시 각성제를 오남용 했던 독일 사회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가 주치의로 선택한 의사 테오도어 모렐의 과한 처방이 원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히틀러가 신뢰하여 자기 지위를 이용해 교수 자격증까지 줬던 테오도어 모렐은 당시 환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를 처방하고 히틀러에겐 인간의 대변에서 추출한 유산균 알약을 처방하는 등 현재에 처방되는 치료법을 사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쓴 의사라는 사실이 언급되며, 여기까지 봤을 때는 유능한 의사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의 주치의가 된 뒤 히틀러의 고질적인 배탈과 왼손 떨림 증상을 막기 위해 마약 주사의 횟수와 투약량을 계속 늘리는 등 암만 히틀러라고 하지만 의사가 환자한테 저래도 되나 싶은 처방을 했다는 사실이 언급되는데요. 이런 처방과 히틀러의 건강 악화 때문에 당시 측근들로부터 모렐이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왠지 느낌상 테오도어 모렐은 스파이 이런 게 아니라 돌팔이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원래는 논문조차 낸 적 없고 선진적인 치료법을 도입했을 뿐 살던 지역에서만 인기 있던 의사였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테오도어 모렐이 저런 치료법을 처방한 대상이 대상이라서 그런가 히틀러에 대해 딱히 동정심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이후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공장들이 폭격당하면서 약의 수급이 어려워지자, 히틀러는 점점 더 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됩니다. 그가 해온 짓에 비하면 자살이라는 방식은 너무 쉽게 편안하게 간 것은 아닐까 싶은 수준. 거기다 자살하기 전에는 독일군이 패배하면 모든 게 끝이고 독일 민족은 살 가치가 없으니 독일 내를 초토화하라는 '네로 명령'까지 내리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독일 국민들에게는 다행히 이 작전은 실행되지 않았다고요. 그렇게 전쟁을 일으키며 수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유래없는 악명을 남긴 인물의 최후는 허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또 방송을 보면서 좀 많이 놀랐던 건 당시 독일이 각성제, 그것도 다름 아닌 현재의 필로폰 원료인 메스암페타민을 아무렇지 않게 처방하는 사회가 된 데에는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여파로 식민지를 잃고 커피의 수급이 막혔다는 배경 때문이라는 점이었는데요. 당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 독일인들은 그것을 대체할 원료로써 각성제인 '페르비틴'이라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만들었고 이것을 일반 시민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처방받을 정도로 대중화시켰다는 사실이에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코카콜라 수입이 중지되면서 그를 대체할 환타를 만들어낸 것처럼 각성제 용도인 커피의 대체품으로 페르비틴을 만들어낸 것이지만, 대체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무서울 정도라고 할까요? 방송에서 이 메스암페타민이 사람의 몸에 끼치는 영향, 당연히 사람의 몸에 좋지 않은 부작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되는 편이라 『셀럽병사의 비밀』을 통해 마약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당시 군사 기술도 그렇고 도대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들은 뭘 만들어낸 건지 놀라울 따름. 거기다 아르덴 침공 뒤에 이 페르비틴이 존재했으며 말하자면 당시 독일은 자국의 군인들에게 마약을 투약하고 싸우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요. 이후 독일 나치군은 소련 침공에 거하게 실패한 뒤 패망이 짙어지자 1인용 잠수정에 어뢰를 설치하여 적군을 폭격하는 힘든 작전을 쓰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서 그동안 쓰인 페르비틴의 효과가 떨어지자 더 강한 각성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종 마약을 합성하는 실험을 시도했는데요. 유대인 수용소에서 실행된 생체실험이 이 마약 실험이었다는 사실 등 끔찍한 역사적 참상이 언급되며 더불어 현대 파킨슨병 환자의 사례와 연구를 설명하면서 방송은 끝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