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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인간의 욕심이 만든 동물 희생의 역사! (2025. 4. 24. 작성)

0I사금 2025. 4. 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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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200화 리뷰입니다. 이번 200화의 본방도 사정상 시간을 맞출 수는 없었지만 재방송을 통해 빠지지 않고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 『벌거벗은 세계사』가 벌써 200화가 되었다는 놀라울 따름이에요. 방송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왠지 평소 회차보다 잘 차려입은 MC들이 200화를 기념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다른 때와 다른 특별한 분위기로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기억을 해보니 제가 이 방송을 처음 본방으로 제대로 보게 된 건 작년 사극의 인기를 반영했는지 고려와 거란 사이의 전쟁과 야만적인 유목민족으로 오해할 만한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았던 135화(2024년 1월 23일 방영)였습니다. 그 이후로 본방을 간간이 사수하거나 재방송을 통해 놓친 회차를 보거나 이미 한참 전에 방송했던 지난 회차들을 보는 등 전 회차에 비하면 일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보기는 했었다는 생각이에요. 참고로 검색을 하면 벌거벗은 세계사 200화를 기념하는 후기 기사들도 올라와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회차 게스트 관련 정보는 은근히 찾기가 힘드네요. 이건 나중에 새로운 기사가 올려오면 첨부를 해야 될 듯.)
 
https://news.nate.com/view/20250422n32496

'벌거벗은 세계사' 200회…규현 "역사가 재미있을 줄이야"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연예가 화제 - 뉴스 : tvN '벌거벗은 세계사' 스틸. tvN 역사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가 22일 200회를 맞는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태초부터 현대까지 역사, 문학, 예술, 정치

news.nate.com

방송에서도 언급되기도 했고 기사에도 다시 언급되기를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역사를 다룬 나라는 76개국이고, 누적 강의시간은 약 1만 8000분에 이른다. 멤버들이 푼 퀴즈는 1041개”라고 하는데 여행 컨셉이기도 하지만 참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0화도 하루 늦었지만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200화라는 기념적인 밝은 분위기에 비해 다루는 주제가 주제였던지라 이번 강연의 내용은 좀 꿀꿀하겠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강연의 테마는 '인간의 욕심이 만든 동물 희생의 역사'로 보는 순간, 아마 인간 손에 실험 등으로 희생당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거니 했거든요. 문득 지난 회차 법의학을 다룬 189화에서도 사람이 중독되었을 경우 음식이나 시체에 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닭이나 개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언급되었던 게 기억이 났는데, 인간이 필요에 의해 동물을 실험체로 사용한 역사는 생각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200화를 보니 동물 실험 말고도 인간 때문에 죽어나간 동물들은 종류가 다양하고 역사도 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벌거벗은 세계사』200화 강연을 담당하신 교수님 정보입니다. 이번 200화에서 다루는 내용이 내용인지라 정말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나간 동물들이 여럿 언급되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약물 실험에서 쓰이는 동물들을 다루는 부분에서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동물이 개 비글이며, 비글이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이유에는 인간에게 애정과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점 때문에 충격적. 동물 단체들에 의해 구조된 비글들이 바깥으로 조심스레 나오는 참고 영상에선 결국 강연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했고요. 물론 비글 말고도 인간과 닮았다는 점 때문에 실험의 대상이 되는 원숭이라던가 장기 이식과 그와 관련 실험으로 쓰이는 돼지의 이야기도 언급되는데요. 지난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룬 『벌거벗은 세계사』 181화에서 원숭이와 관련된 끔찍한 실험이나 돼지를 이용한 실험의 윤리적인 문제 등이 다시 생각나기도 했으며 우리 현대인이 이렇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분명 동물들의 희생이 컸기 때문에 여러모로 동물한테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회차였습니다. 
 
보통 동물 실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앞서 언급한 개, 원숭이, 돼지 등이며 그 존재가 사람들에게 하찮게 느껴지고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쥐조차 암 연구에 엄청 희생된다는 사실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난치병이나 불치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어 저런 실험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거고, 현재 우리들이 자잘한 병이나 감염에 시달리지 않게 살 수 있는 데는 이런 동물들의 희생이 있어왔기 때문에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보고 나서 저런 동물 희생을 줄일 수 있게끔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됐습니다. 적어도 전쟁이 끝난 후 기아를 해결하게끔 고기를 많이 양산하기 위해 도입된 공장형 축산 같은 경우(19세기까지는 방목형 축산이 대다수였다고함)는 개인이 조금씩 고기를 먹는 숫자를 줄여가는 방안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 공장형 축산은 환경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법이니 한번 고민해 봐도 좋을 일이며, 화장품 실험에 쓰이는 동물 실험 같은 경우 역시 화장품의 숫자를 조금씩 줄이거나 다른 걸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심해도 좋을 것 같고요.

위키백과에서 찾은 향유고래 이미지.

하지만 이미 지나간 동물 희생의 역사에선 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데서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제국주의 시절 상아 때문에 희생된 아프리카 코끼리들과 산업혁명 당시 기계에 쓸 수 있는 윤활유(고래 기름) 때문에 희생된 향유고래 이야기에선 인간의 탐욕이 한 종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코끼리의 상아는 필수가 아닌 지금은 쓰이지 않는 당시 귀족들의 사치품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경향이 강했고 결국 멸종 위기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태어나는 코끼리의 진화에도 영향을 끼쳐 현재 태어나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상아가 없거나 작은 형태로 태어난다는 후일담도 충격적. 코끼리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상아가 없거나 작아 인간의 사냥을 피한 코끼리들만 살아남아 번식을 했기 때문이라는 듯. 코끼리의 상아가 당구공의 재료로 되었다는 이야기는 플라스틱의 역사를 다룬 170화에서 언급되었던 게 기억이 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산업혁명이 현대 문명이 탄생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지난 『벌거벗은 세계사』의 회차들을 살펴보면 암적인 면이 두드러지는데 석유가 나오기 전 사용했던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포획되어 멸종 위기까지 몰린 향유고래까지 포함하면 더 그런 면이 도드라져요.
 
특히 현대사의 암적인 면은 제국주의 시절 서구 국가, 특히 산업혁명 직후 영국에서 왔나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동물원부터가 제국주의 시절 프랑스의 왕권을 자랑하기 위해 희귀한 동물들을 끌고 온 데서 시작했으며 동물을 사냥하며 만족감을 얻고 그 시체를 전리품으로 얻는 트로피 헌팅 또한 이 시대의 산물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트로피 헌팅을 즐긴 인물에는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가 대표적이며 당시 유행했다던 동물의 시체를 이용해 만든 물건들은 비주얼적으로 끔찍한 느낌 밖에 주지 않더라고요. 현재 우리가 키우는 개들의 품종 개량 역시 산업혁명으로 영국인들이 부를 쌓고 사냥개가 아닌 애견(당시에는 반려견이라는 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애견이라는 호칭을 사용)을 들이면서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 애견문화가 절대 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애견을 자랑하기 위한 도그쇼도 이때 만들어졌으며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와 크기를 내놓기 위해 인위적으로 교배를 시키는 등 그 후유증으로 개들에게 각종 유전병을 양산했으며 품종을 지키겠다고 미국에선 한때 품종을 알 수 없는 들개들을 강에 빠뜨려 학살했다는 사실도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심지어 무서운 건 이 트로피 헌팅과 품종 개량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도요.

외에도 서커스에서 학대받는 동물들이라던가 군사용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언급되는데요. 지뢰탐지견 등 인간의 목숨을 구해주며 그 희생이 기념되는 동물들도 있긴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그 특성 때문에 적군에게 먼저 저격을 받아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때문에 착잡해진 건 마찬가지였어요. 과거 2차 대전에서 폭탄을 싣고 탱크로 돌진하는 용도로 쓰인 개들도 있었고요. 특히 1차 대전 당시 병사들이 탔던 말들이 전쟁이 끝나자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상당수가 도축되어 가죽과 고기가 팔려나갔다는 이야기에선 환멸이 일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이건 토사구팽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아닌가 싶어서요. 심지어 토사구팽이란 단어 자체도 개를 이용하다가 잡아먹는다는 뜻을 비유로 쓴 거니...  또한 군사용만이 아니라 한참 우주개발이 진행되던 시절 우주선에 개와 원숭이, 고양이 등을 실어 보낸 사례가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주견 라이카) 우주선 실험에 쓰인 고양이는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우주에 다녀온 고양이라고 대접받으며 살겠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뇌의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안락사당한 뒤 해부당했다는 결말에선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이번 200화는 인간과 엮인 동물들의 비극사를 담았다고 할 수 있는 회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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