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예능 및 기타

『벌거벗은 한국사』 리뷰 : 무신정변! 무신들은 어떻게 고려왕을 농락했나 (2024. 5. 9. 작성)

0I사금 2024. 12. 24. 00:00
반응형

『벌거벗은 한국사』는 비슷한 컨셉인 『벌거벗은 세계사』보다는 방영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본방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107화는 다름 아닌 고려 시대의 무신정변을 다뤘는데요. 보면서 끝에는 좋은 소리가 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나름 기억에 많이 남기는 했는지 고려 시대 이야기가 나오니 흥미가 가긴 가더라고요. 이번 107화 게스트도 그렇고 참고 영상으로 쓰인 건 KBS 드라마 『무인시대』였습니다. 드라마가 방영 당시에는 보지 않았지만, 왠지 『벌거벗은 한국사』의 설명과 함께 보니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회차 게스트는 바로 지난 93화 '70대 노장 강감찬은 어떻게 거란을 무너뜨렸나'에도 게스트로 초대되신 박재우 교수님입니다. 본방에서는 무신정변이 일어난 계기부터, 정권을 잡은 무신들 사이의 내분과 살육을 자세하게 다뤘는데요. 무신정변의 계기는 역사를 배웠다면 어느 정도는 알법한 문신들이 무신들을 모욕하며 뺨을 때린 일이 원인이긴 했지만 결국 근원은 고려 내부의 문제점을 방치한 탓이었으며 그게 의종 때가 되어 터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무신정변의 악영향은 나중에 설명되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문신들의 차별적인 태도도 문제라고 해야 하나 현대적인 시선으로 봐도 저건 선을 넘었다 싶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강연 중반에 설명되기는 하지만 고려의 암군이었던 의종은 애초에 고려의 문제점을 해결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최후는 매우 비참하며 사후에도 그다지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던데 설명에 따르면 의종은 신하였던 이의민에게 살해당한 뒤 그 시신이 솥에 담겨 연못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거기다 절의 승려가 시신은 놔두고 솥만 건져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의종에 대한 평가가 당대에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의종이 폐위된 후 그다음 왕위에 오른 게 동생인 명종이었는데 명종은 의종보다는 나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없었고 무신들끼리의 권력 다툼을 말릴 힘은 없었습니다. 말이 권력 다툼이지 고려의 상황은 거의 내전에 가까웠는데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경대승을 중용하고 신뢰하여 어느 정도 권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만... 이것도 경대승의 요절로 물 건너간 셈.

 

고려가 기어이 몰락의 길을 걸어간 건 이후 원나라 침략이라는 거대한 역사도 있겠지만, 결국 무신정변은 고려 멸망의 단초를 제대로 제공한 셈이라 원나라 침략이 없었어도 고려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지독한 여요전쟁을 버티고 고려가 황금기를 이룩했더니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 싶어서 조금 허망함이 든 건 덤이었고요. 설명에 따르면 무신정변의 마지막에는 결국 최충헌 형제가 최종으로 권력을 잡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건을 끌고 가던 건 이의민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강연부터가 이의민 중심으로 설명하긴 했지만 인용된 드라마의 일부 장면에서조차 배우(이덕화 분)의 모습이 두드러지다 보니 왠지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가장 화제가 되거나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싶었던 인물이었어요.

물론 실제 역사 속의 행보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긴 하지만요. 인물 자체만으로도 특출난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라 타고난 힘과 용맹함에 머리와 인성만 갖추었다면 천민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추앙받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이란 게 주군인 왕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역적질에 탐욕스러운 권력 싸움이고, 여성 편력도 심했던 데다 그 가족들마저 하나같이 포악하기 그지없었다고 하니 역사적인 행보와 평가를 보면 타고난 능력을 스스로 깎아먹은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견제하던 경대승의 이른 죽음 이후 명종의 신임을 사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그 욕심을 못 버리고 왕이 될 수 있을 거란 망상에 빠졌다가 최충헌 형제에 의해 목이 잘리는 최후를 맞이하니까요. 무신정변의 최종 승자는 최충헌 형제였으며 이후 60년이나 집권했다는 결말...


반면 경대승은 무신 출신이긴 합니다만 다른 무신들에게 휘둘리는 명종에게 충성을 다한 것도 있고 이상주의적인 면모가 없던 것도 아니긴 했지만 여러모로 권력다툼과 싸움에 몰입했던 다른 무신들과 차이를 보인 건 뚜렷합니다. 저 혼란기에 어떻게 저런 인물이 무신들 사이에서 나왔는지 놀라울 정도였는데 그 이의민마저도 경대승을 두려워하여 피하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여러모로 이의민과 반대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굉장히 기억에 남은 편이었고 무신들 중에서도 가장 멀쩡한 인물이었는데 요절한 게 흠이라고 할까요. 이번 회차에 예시로 많이 나온 영상이 드라마 『무인시대』고, 이 드라마가 방영했을 당시에도 경대승은 이의민과 다른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