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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투명 인간』 리뷰

by 0I사금 202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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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시리즈를 접했을 당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 인간』을 제대로 읽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만화를 접하기 좀 전에야 원작 소설을 완독한 바 있는데 투명인간이란 소재는 많이 매체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그 원형이 되는 소설은 상당히 늦게 읽게 된 셈이며, 소설이 이렇게 재미나고 주제의식이 깊은 것도 늦게야 알게 된 셈입니다. 하여튼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기에 얼마 전부터 도서관에서 빌려온 그래픽노블 명작소설 시리즈들을 계속 빌려오고 있었고 이번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것들 중에서 『투명 인간』을 선택했습니다.

만화화된 이야기의 줄거리는 일단 소설에 충실한 편입니다. 만화 자체도 재미나게 읽은 편이고요. 표지에 대해서는 계속 불만을 이야기하게 될 거 같지만 적어도 이번 표지는 깔끔한 데다 내용에도 충실한 편이며, 저 정도면 그동안의 다른 표지보단 퀄리티가 있는 편입니다. 그래도 영 본편의 작품과 따로 논다는 분위기는 지울 수 없지만요. 하지만 만화의 단점 중 하나는 첫 페이지에 이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 요약함으로 앞으로의 내용을 스포일러 해버린다는 점입니다. 저야 뭐 이미 소설을 다 읽은 상황이라 불만은 없지만 만약 처음 이 작품을 소설 대신 접하게 된 경우엔 작품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더군요. 

저번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때처럼 이런 방식으로 내용의 변화를 주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진 않은 거 같습니다. 일단 본편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아무래도 주인공 그리핀이 호텔에 들렸을 때는 옷을 입은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의심을 사면서 도망을 치게 되면서는 알몸상태이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만화에선 가끔 백색 실루엣으로 표현을 해주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런 경우의 묘사는 대개 그리핀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될 때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경우는 허공에 물건이 떠있거나 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었을 때에도 알몸상태로 돌아다니는 그리핀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아 안쓰럽기도 했는데 일단 추위와 상처에 취약하고 몸 안으로 들어간 음식이 소화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등 여기선 아예 그림으로 묘사되니 그 모습이 더 와닿는달까요. 거기다 소설을 읽은 지 한참 되어 세세한 부분을 잊어버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점이 다시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만화도 마찬가지로 상세한 소설의 묘사나 내용을 축약시켜 보여주는 것은 같습니다.

어쨌거나 결말부분도 소설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아 그리핀이 자신을 배반한 친구를 쫓다가 사람들에게 도리어 쫓기고 그들이 휘두른 농기구에 맞아 죽는 것으로 끝납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한 인물의 최후치곤 꽤 안쓰럽다고 할까요. 다만 만화에선 소설의 후일담, 투명인간 소동이 나중에 가라앉고 나서 그리핀의 협박을 받아 부하노릇을 강제로 해야 했던 마블이 그의 연구서를 몰래 보관하며 자신 역시 투명인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나름 이 에필로그 장면이 소설 속에서 의미심장하다고 여겼는데 빠진 것은 좀 아쉽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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