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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몬스터 콜스』 리뷰

by 0I사금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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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마자 떠오른 것이 같은 제목의 영화 『몬스터 콜』이었습니다. 영화에 흥미는 있었지만 볼 기회가 되지 않아 어영부영 놓쳐버린 영화이기도 했는데, 왠지 제목이 많이 비슷한 게 혹시 이 책이 영화의 원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디자인도 양장에 독특한 게 맘에 들어서 눈에 들어온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영화 자료를 좀 더 찾아봤더니 제 생각대로 이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가 영화 개봉 시기 쯤이었고 제목을 보면 '괴물의 부름'이라고 그대로 번역해도 될 것을 굳이 '몬스터 콜스'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아마 영화의 원작임을 알려서 어필을 좀 더 하기 위해서인가 싶었습니다. 제가 제목만 보고 영화를 먼저 떠올린 것도 사실이니까요.


처음 소설을 빌렸을 때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 조금 공포스러운 소재가 곁들여진 환상 소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주인공 코너는 '몬스터(주목 괴물)'를 만나게 되고 그 괴물의 비중이 상당히 나오긴 하니까요.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어나가니 이것은 괴물이 나오는 공포 환상 소설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소년의 복잡한 심리와 그 성장을 담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즉 괴물은 소년의 내면을 드러내는 상상의 존재라고 할까... 동시에 그 부모들이 못하고 있는 코너의 성장을 도와주는 존재를 상징하기도 하고요.


소설 속에 그려지는 소년 코너의 상황은 좀 많이 암울한데 아버지는 이혼한 후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떠난 버린 상황에서 어머니는 암으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는 데다 엄격한 외할머니와는 도무지 성격이 맞지 않음에도 사정상 그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학급에서는 어머니의 암 투병 이야기가 퍼진 뒤 왕따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었고 심지어 일진인 해리 패거리에게 찍혀서 괴롭힘까지 당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거기다 어머니의 암에 관해 소문이 퍼진 것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릴리의 말실수 때문이었다는 것도 드러나고요. 이건 나중에 사과를 받긴 합니다만.


솔직히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심신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작중에서 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비유되고 있지만 코너는 지쳐가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단 마음과 그래도 어머니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자신의 이런 감정에 대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이런 마음이 해리 패거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내버려 두는 상황으로 치달았던 셈입니다. 뭐, 제가 느끼기로는 해리는 코너의 이런 죄의식을 꿰뚫어보긴 했지만 그것을 자기 혼자 특별한 척한다고 거슬리게 여겨 괴롭힌 것 같았어요. 


재미있는 점은 여기 등장하는 일진 패거리 리더인 해리에 대해 담임 교사가 '공부 잘하고 인기 많지만 애들을 괴롭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런 놈이 나중에 총리가 될 테니 (우리나라는 망할 거고) 하느님께서 제발 우리를 구해달라'는 말을 하는 건 좀 웃기면서도 상당히 날카로운 평가를 내렸다는 점입니다. 외국에서도 은근 저런 놈들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그다지 다를 바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 코너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해리를 두들겨 패는 사건이 벌어져 해당 부모가 날뛰는 상황이 오자 교사들이 해리가 저지른 학교 폭력을 빌미로 역공을 하기도 했다는 점. 소설 전개와는 반대로 은근 사이다였다고 할까요.


어쨌든 주목 괴물의 이야기를 통해 코너는 자신이 묵은 감정, 억눌러놨던 감정들을 알아챕니다. 그것을 코너가 인지한 순간 또한 엄마를 떠나보내기 싫지만 결국 엄마를 보내드려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혈육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그동안 부딪혔던 외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와도 나름 화해할 수 있는 암시를 보여주게 되지요. 평소대로 무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보게 된 것은 슬픈 소년의 성장담이었던 나름 반전같은 작품이지만 간만에 좋은 소설을 읽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도 상당한 호평이던데 언제 기회가 되면 보고 싶어졌습니다.


추가로 책 표지만큼이나 속 디자인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페이지 하나를 장식하는 일러스트들이 평범한 그림마저도 괴물을 연상케하는 이미지로 펼쳐지는데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공포스러운 느낌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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