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사반장 1958』 9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가 10부작이라는 건 미리 알고 있었고 이번 주에 종영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이번 9화의 사건은 왠지 한 회차로 종결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9화의 엔딩이 굉장히 아슬아슬한 부분에서 끝나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기까지 했는데 다음 화 예고편까지 생략되어 어떻게 전개될지 감이 안 잡힐 나름이에요. 보통 이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죽을 일은 없고 박영한이 병실에 들어가려다 추락하는 장면도 일종의 페이크일 가능성이 있지만 매달린 줄이 끊어지는 장면이 묘사되는 바람에 어떻게 수습될지 알 수 없거든요. 보니까 병실 창가에 튀어나온 난간이 있어 운 좋게 박영한이 그것을 붙들어서 살아남는다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들어가려는 병실에서 살인이 진행 중이라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는 거죠.
일단 이번 9화는 여자들 상대로 결혼하자고 꼬드겨 집문서를 탈취한 사기꾼을 잡는 수사 1반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박영한 일행은 사기를 당한 기생에게 집문서를 돌려주게 되는데 확실히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판타지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이 피해자를 중심으로 굉장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보통 범죄 수사물의 주인공들이 정의롭게 그려지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당시 시대상을 생각한다면 직업적인 편견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도 박영한 일행은 피해자의 위치가 어떻게 되든 일단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특이점. 이 태도 덕택에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기까지 하는데 보통 이런 자잘한 사건은 메인 사건이 들어가기 전 주인공들이 다른 곳에서도 사건을 해결한다는 암시이면서 사건과 크건 작건 연결이 되어 있더라고요.
전편인 8화 엔딩에서 여공이 절벽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은 충분히 암시되었듯 난실의 친구가 일하는 공장에서 실종된 인물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부검의의 조사로 실종된 여공은 강간당하고 폭행당한 채 사망하여 절벽에 버려졌다는 게 드러나는데 여공을 고문하듯 죽인 용의자들은 종남 경찰서의 백도석 서장이 술집에서 굽신거린 고위 가문의 자제들 - 4공자 어쩌고 하는 놈들이라는 게 얼마 안 가 드러나더라고요. 이번에 회차에서 다루는 사건 자체가 악질적인 데다가 유력한 범죄자들이 당시 고위 공직자나 세도가의 자식들이라 검거가 쉽지 않고, 또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기 빽을 과시하며 갑질을 벌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경우 비난과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많았다는 현실이 인지되어서 그런지 왠지 다른 회차들보다 고구마 기운이 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빌런들이 정리될 타이밍 이전에 답답한 사건이 응축되어 나오는 건 흔한 편이고 이 구간을 넘기면 보통 사이다 구간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번 회차의 사이다는 좀 특이한 방식으로 이뤄지더라고요. 용의자인 4공자들은 처음엔 기생들을 고문하다가 기생들에게도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자 더 만만하다고 할 수 있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장의 여공들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던데요. 여기서 용의자들인 4공자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 가장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부류(4공자 중 막내)가 백도석 서장에게 사주하여 자신을 얕잡아보던 다른 일행을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처리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충격을 주기까지 합니다. 보통 사이다는 정의로운 주인공들에게 악당이 응징받는 장면이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저렇게 악당들이 더 악질적인 악당에게 당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심지어 백도석이 자신에게 사주한 범인의 패악질에 버튼이 눌려 역으로 범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협박하는 장면 또한 그랬고요. 결과적으로 백도석 역시 자기 약점을 알아서 제공하면서 빌런들이 한꺼번에 처리될 떡밥이 던져진 셈이에요. 어떤 의미에서 악인이 더한 악인에게 통수를 맞는 게 더 속 시원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묘사되는 4공자 같은 경우는 여공을 고문하고 죽였어도 자기들 가문 빽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 사회적인 응징을 못할 거면 차라리 저렇게 만들어버리는 게 더 낫다 싶은 전개였습니다. 저렇게 통수 맞고 교통사고를 당한 놈들 중 하나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긴 했습니다만 상태를 보면 예전처럼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고 현재 입막음을 위해 찾아온 범인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놓였는데요. 이 현장을 박영한이 급습하려는 찰나에 엔딩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TV > 드라마(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이비 레인디어』 1화-7화 리뷰 (2024. 5. 15. 작성) (0) | 2025.02.23 |
---|---|
『수사반장 1958』 10화(최종화) 리뷰 (2024. 5. 18. 작성) (0) | 2025.02.22 |
『수사반장 1958』 8화 리뷰 (2024. 5. 11. 작성) (0) | 2025.02.20 |
『수사반장 1958』 7화 리뷰 (2024. 5. 10. 작성) (0) | 2025.02.19 |
『수사반장 1958』 6화 리뷰 (2024. 5. 5. 작성) (0)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