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는 전체적으로 영화가 클리셰를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비틀었다고 전에 쓴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클리셰 위에서 노는 느낌도 드는 작품입니다. 따지고 보면 영화 설정이 저 SCP 재단이 모든 것을 갖춰놓고 기존 공포영화 법칙에 맞춰서 조작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 초반에도 등장한 사실이지만 매춘부 역으로 낙점된 여학생도 이상할 정도로 헤프게 굴기는 했어도 그것이 평상시의 모습이 아닌 약의 효과가 있었다는 언급이 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데이나도 막판에 하는 말 들어보면 처녀 제물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있고 커트(토르)도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초반에 전공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보기와는 다르죠. 보면 딱 그 나이 대 미국 대학생들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살아남는 인물 중 약쟁이 마티는 보통 다른 공포영화에서는 혼자 떠벌리며 사고 치다가 일찍 죽는 역할일 텐데 중간에 몰카라고 착각하고 부모님이 날 진짜 약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며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약에 절은 녀석도 아니거니와, 굉장히 상황 파악이 빠른 데다 머리도 잘 돌아가요. 살아남는 와중에 재단의 비밀 장소까지 파헤쳤으니... 정말 기존에 보기 힘든 캐릭터라는 생각. 영화 내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 마티인지라 보고 나면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기도 해요. 솔직히 활약만 보면 진 주인공 격이었죠.

커트(토르)의 이른 퇴장은 좀 충격. 최초 방영 당시 토르가 나온다고 예고편을 때리고 실은 가장 전투력 있어 보이기도 하고 오래 살아남으려니 하는 느낌을 주다가도 결국 재단의 수작에 오토바이 추락으로 중간에 퇴장하는데 어찌 보면 영화에서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어요. 또 영화 내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몬스터들이 모조리 방출되는 씬이겠지만 엘리베이터 큐브 씬도 다시 볼수록 흥미진진합니다. 악몽 속에서 출현하는 것들이라는 언급처럼 공포영화에서 숱하게 모습을 보여왔던 녀석들의 패러디에 가까운 것도 있고, 어떤 녀석들은 신화 속 괴물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해요. 따지고 보면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녀석들의 모티브가 신화 속에서 따온 것들이 많긴 하지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fF5p8VBsVk&feature=emb_title
그리고 의도치 않는 개그씬이라고 할지 데이나가 마지막 제물로 고통받는 장면을 보며 술을 먹고 파티 분위기로 일렁거리는 재단 측 인물들의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 왜냐면 그들도 모든 상황을 이끌고 그 위에서 노는 인물들이긴 하지만 공포영화 속 인물이라 공포 영화 법칙은 못 벗어나게 되니까요. 그 와중에 발레 티켓으로 데이트 신청하다가 차이는 남자 직원이 좀 웃긴데 불쌍했고 몬스터 방출씬에서 재단 측 주요 인물들은 다 끔살 당하는데 인어 타령하던 남자는 황당하게도 자기가 인어에게 잡아먹힙니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던 군인은 살해당하는 게 좀 안타깝던 게 게중에서 가장 양심적인 인물이었거든요.

가장 주연급이었던 인물은 데이나의 칼에 실수로 찔리는데 다른 인물들이 몬스터들 손에 살해당하는 것을 보니 이것은 차라리 평온한 죽음에 가깝다는 생각도. 아마 다른 인물들은 시체도 못 찾을 지경이 되었을 테니까요. 어차피 지구 멸망하니 그런 것도 별 상관없겠지만. 그런데 막판에 제물에 대한 의미를 가르쳐주던 재단 측 여성 직원은 『에일리언』 주인공인 시고니 위버인가 했는데 맞았네요. 어쨌든 결말 참으로 쌈박하다는 느낌. 어설프게 고대신-아무래도 모양새를 보아하니 크툴루 - 상대로 이기기는 어렵겠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겠다 애초에 인간승리를 그리는 작품도 아니고 이렇게 한꺼번에 인류를 말아먹는 것은 허무하다는 느낌보다 폭소가 먼저 나오더군요. 끝까지 클리셰를 비틀어버린지라 이 영화 진짜 여러모로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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