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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7화 리뷰 (2022. 2. 26. 작성)

by 0I사금 202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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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7화 리뷰입니다.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 때문에 줄곧 못 본 지라 굉장히 고대하며 기다리던 드라마였는데, 3주가 참 길긴 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는 좀 지루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시청하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분량도 많았던 데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벙쪘다고 할까... 일단 올림픽 전 회차를 파트 1, 후 회차를 파트 2로 분류하는 것 같지만 제목을 그렇게 쓰는 것이 번거로워서 드라마 리뷰는 상관없이 순차적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왠지 드라마 시작 전 전편 줄거리를 요약하는 부분도 평소에 비하면 십여 분 정도로 길었다는 느낌인데, 아무래도 그동안 드라마의 내용을 잊을 수 있는 시청자를 위한 배려였던 걸까요? 뭐 저야, 총집편 영상으로 안 하는 동안 복습을 하고 있으니 굳이 이 부분은 안 봐도 상관없었지만... 

올림픽 전 6회차까지 봤을 때는 으레 범죄수사물이 그러하듯, 제일 중요한 빌런은 구영춘(유영철이 모티브)이고, 이 구영춘의 사건을 계속 수사하면서 중간에 있는 사건들을 범죄분석팀이 조사하는 방향으로 가겠거니 싶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제 예상을 깨버리고 구영춘이 이번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을 납치한 혐의로 잡힌 것까지 보여주는데, 카카페로 일부 접한 원작 서적에서도 유영철 관련으로는 중반부에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실제 사건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실제 범죄자가 잡힌 순서는 유영철이고 그 다음이 정남규 이 순서인 걸까요? 일단 구영춘이 다시 살인 행각을 저지르기 전 정남규 - 드라마상에선 아직 이름 미상 -가 레저용 칼로 여자를 습격하는 사건이 이어지는데, 처음 이 사건은 피해자가 중상에 그치는지라 살인이 아닌 폭행 사건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송하영은 이 사건이 연쇄적으로 비슷한 조건 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들어 언젠가 연쇄 살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윤태구 팀장도 이 사건의 연쇄성을 지적한 남일영 형사와 함께 정남규 사건을 주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범죄분석팀과 기수대의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드라마가 보여주게 되는데 기수대에서는 정남규가 부유층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일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시작하지만, 범죄분석팀은 정남규의 살인 패턴이 일부러 피해자의 몸을 돌리고 그 피해자의 얼굴을 확인했다는 점, 칼이 레저용 칼이라 중상에만 그쳤다는 점 등을 들어 구영춘의 살인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그래서 처음엔 정남규가 먼저 잡히면서 범죄분석팀의 방향이 옳았다는 전개로 갈 줄 알았어요.

 

이  정남규 살인 사건도 구영춘 못지않게 섬뜩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는데 정남규는 자기가 저지른 살인 현장을 답습하며 피해자들이 생존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더 많은 피해자를 급습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7회차에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 둘이 구영춘이 피해자의 시신을 전기톱으로 토막냈을 거라고 암시를 주는 장면이랑, 레저용 칼이 살상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정남규가 더 큰 칼로 바꾸어 기어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중반 드라마의 페이크라고 할지, 피해자 중 한 명과 송하영의 엄마를 겹치게 연출을 하는 바람에 중간에 엄마가 피해자가 되는 줄 알고 기겁을 했습니다. 드라마라고 하지만 실화 기반이고, 안 그래도 사건 조사만으로 힘든 송하영에게 저 정도로 시련을 줄 필요는 없잖나 불만을 가질 무렵 이 연출이 페이크라는 게 드러나고요. 다행히 중반 피해자도 지나가는 차량의 난입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처음엔 구영춘의 살인이 냉각기에 들어서고, 정남규의 살인 행각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는지 상세하게 묘사되면서 당연히 정남규가 먼저 잡혀 들어가겠거니 싶었습니다.   막판에 연쇄살인범이 두 명이라는 송하영의 판단에 기수대가 거부반응을 보이기 전까진 윤태구가 이끄는 팀과, 범죄분석팀이 사건 현장을 찾아가 일일이 분석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도 보기 편했고요. 이렇게 계속 협력 모드로 나오면 좋으련만 생각보다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드라마가 자주 보여주는 편이라 현실적인 면모를 느끼게 한달까... 거기다 먼저 경찰에 잡혀온 것은 구영춘이었으며, 구영춘이 경찰서에 심문 받던 상황에서 경찰을 습격하고 도주하는 장면까지 나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 전개에 놀라기까지 했고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 드라마 『터널』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던데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을까요?

또 여기서 윤태구까지 구영춘에게 습격당해 다치는 등 진짜 생각 못 한 전개만 나오던데 윤태구가 심하게 다치는 장면 때문에  앞서 범죄 분석팀과 의견 차이로 대립한 것도 딱히 문제 삼고 싶지 않은 심정. 막판에 송하영이 구영춘을 잡아내고 다음 화 예고편에서 시신이 유기된 장소를 조사하는 걸 보면 구영춘의 연쇄 살인 행각은 여기서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이 시작될 법한데... 유영철 모티브 사건이 8화로 끝나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면 아무래도 드라마 상에선 강호순 살인 사건도 등장하게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유영철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추격자』에서 묘사되었듯, 업소 사장이 유영철을 찾아냈다는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요약되어 언급되는데요. 김봉식 계장의 캐릭터는 짜증이 나더라도 이 구영춘이 구속되는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 존재했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취조 당시 방심해서 구영춘을 놓친 것만 봐도 곱게 볼 캐릭터는 아니라는 거... 어쨌든 이런 장면들 때문에 드라마의 캐릭터들의 위치나 의도에 대해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던데요. 김봉식 계장이 구영춘 구속을 위한 개연성 때문에 어그로를 끈 거라면 범죄분석팀의 막내 요원인 우주는 이번 프로파일링 수업을 보면서 자세한 걸 배워가듯, 이 분야에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이입할 여지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미국 연쇄 살인마를 예시로 들며 감식계 형사들이랑 범죄학 교수랑 같이 공부하는 장면을 보면 지루하지 않고 보는 시청자인 나도 같이 수업을 듣는 느낌의 연출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범죄분석팀 사무실에 친구인 기자를 데리고 온 거 차후에 문제가 되지 않으려나요? 은근 사이다 담당에 힐링까지 겸하는데 민폐 캐릭터는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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