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9화 리뷰입니다. 현재 보는 드라마가 다른 게 따로 없기 때문에 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일주일을 버티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지난주에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범인 구영춘이 잡히고, 그의 심리를 분석해 내면서 사건 하나가 종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잡히지 않은 또 다른 살인범 정남규, 드라마 상 이름은 몰랐는데 다른 곳에서 찾아보니 남기태라고 나오더라고요. 이미 드라마 상에서 나온 이름인데 내가 놓쳤던 건지 하여간 그의 살인 사건을 다시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번 9화는 사건의 단서를 추적하면서 범인에게 과몰입하는 송하영의 모습이 많이 묘사되었습니다. 이것이 원작 서적에서도 나오는 '그화'되기라는 건데, 드라마에선 송하영의 상황이 좀 위태롭게 묘사되는 장면이 추가되지만요.
원래 범죄분석팀의 주축인 국영수 팀장이나 송하영이나 둘 다 상당히 워커홀릭인 편인데, 송하영은 이 국영수마저 걱정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 이 장면은 왠지 니체의 '심연' 명언이 생각나던 부분. 드라마 내내 송하영은 남기태가 저지른 살인 현장을 여러 번 찾아가고 자신을 그라고 가정하면서 그 심리와 행동을 알아내려 하는데 몰입이 너무 지나쳤던 모양인지 분명 배우는 다름에도 표정이 굉장히 똑같아 보였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이건 다른 말로 하자면 배우 연기가 대단했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이 드라마에서 경찰부터 범인까지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중간에 지나가는 사람한테 수상쩍은 취급을 받는 건 왠지 1화 가게에서 수상쩍은 인물 취급받은 것의 오마주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원작 서적에서도 정남규 사건 때부터 범죄분석팀의 필요성이 부각된다고 설명이 나오던데, 드라마에서 남기태의 연쇄살인이 이어지자 다른 곳에서 범죄분석팀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건의 연관성을 보고하는 장면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범죄분석팀의 활약이 인정받게 된 이유는 일단 전 사건인 구영춘 사건이 그동안 경찰이 담당했던 사건들과 패턴이 너무 다른 사건이라는 점 때문이었던 것도 있었고요. 암만 생각해도 일반인들의 사고방식과 다른 연쇄 살인범 둘의 살인 행각이 겹쳤던 것은 소름 끼치는 우연이었다고 할까요...? 남기태 프로파일링 정보를 전달할 때 엑스트라 경찰들의 태도가 제각각인 걸 보면 경찰들의 태도가 완전히 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에 비하면 어느 정도 협조적으로 변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윤태구 팀장은 어느 정도 현실적인 제약을 송하영에게 알려주면서도 범죄분석팀을 신뢰하게 된 걸 보여주고, 윤태구의 팀에 있던 남일영 형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범죄분석팀과 대립하기보다는 오히려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최근 활약하는 걸 보면 범죄분석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 현재 범죄분석팀의 멤버가 부족한데 남일영 형사도 조만간 범죄분석팀에 들어가면 안 되려나요? 그리고 분석팀 막내인 우주의 기자 친구는 송하영을 인터뷰하면서 프로파일러들의 필요성과 그들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했는지를 외부로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원작 서적에서도 프로파일링의 고충을 잘 풀어낸 기사가 나와 캐릭터의 모티브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9화에서 범죄분석팀의 존재가 인정받았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소득은 발암 캐릭터였던 김봉식이 그동안의 실책으로 좌천되어 드디어 퇴장했다는 점인데요. 기레기인 임무식이 남아 복병을 안겨주었지만 속은 시원했달까요. 9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오프닝에서 구영춘 사건을 수사했던 주인공 팀이 피해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부분이었는데, 처음엔 이게 누구의 장례식인지 알 지 못해 아리송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례식이 구영춘 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장례식이라는 점과 그들 상당수가 무연고자라는 점 때문에 여러모로 씁쓸하고 슬픈 감상도 들었고요. 드라마가 범인을 그릴 때는 굉장히 냉정하면서도 피해자들에 한해서는 이렇게 추모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아서 맘에 들기도 했습니다.
9화에서 그려지는 남기태의 살인 행각을 보면서 또 느낀 거지만 드라마가 살인에 한해서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광기 어린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 비 오는 날 살인을 저지른 남기태가 빗물로 흉기에 묻은 피를 씻어내는 장면이 진심 충격이었다고 할까. 오히려 이런 가해자들의 끔찍한 모습이 더 공포스러운 효과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따지고 보면 피해자들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아예 묘사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범죄 장면이 노골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남기태가 잡히는 장면은 원작 서적의 정남규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침입한 집에 남자만 있다는 걸 알고 슬그머니 돈만 챙기고 도망치려는 묘사를 하면서 가해자의 비겁하고 비열한 모습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줬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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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있습니다. 이번 9화의 에필로그는 원작과 드라마의 주제가 뭔지 주인공들의 대사로 보여줬다는 생각. 여기에 첨부된 OST가 엄청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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