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이 책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과 관련한 자료를 본 적이 있어서 흥미를 갖긴 했는데 그때 당시 다녔던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어서 찾아보지 못하던 거였습니다. 블로그의 요약에 따르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인도에 대한 환상, 인도의 현실을 무시한 서양의 작품, 그리고 그것들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각종 여행서적이나 수필집, 소설 등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인도가 얼마나 허상에 가까우며 그것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요. 왜냐면 당시 인기가 많던 여행기나 수필집, 베스트셀러였던 책도 지금에서야 태반의 내용이 가짜이며 어떤 것은 대필의혹도 존재하고, 실제로 그 책들을 따라 여행을 갔다가 낯선 곳에서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이런 우리들의 의식 또한 단단히 오해로 점철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책에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만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의 시선에 비친 동양, 타자화된 동양의 이미지 즉 서양에서 시작된 것임이 분명한데요. 내용을 두단원으로 크게 나누어 하나는 서양(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영국)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형성되어 오고,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설명하며 그것을 서양의 '박제 오리엔탈리즘'이라 명명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이식되어 19세기 영국인들의 시선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책에선 '복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명명하여 분석합니다. 박제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제국주의적인 의도 아래 인도를 신비한 명상의 나라와 야생적인 힘을 간직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혼돈과 분열, 질병이 만연한 전근대적인 사회이자 수동적인 여성과 같은 나라, 결과적으로 '신사'이자 '남성'인 영국이 구제하거나 핍박해도 되는 나라로 규정한 것인데 실제로 영국만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절 무렵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식민지 국가를 '지배받아 마땅한 여성 노예' 정도로 규정한 것은 흔한 일이라 새로울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오리엔탈리즘이 한때 식민지 시절을 경험한 우리나라에게 이식된 것은 특이한 일인데, 여기에는 책에서도 지적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등감-서구에 대한 무조건적 동경 내지 백인우월주의-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후진국' 인도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인도의 자연과 소위 무질서라고 여겨지는 사회의 모습은 일종의 초월적인 것으로 여기며 또한 인도의 사람들은 가난해도 때 묻지 않은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이미 한국인은 '현대사회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종자' 내지 '자본주의에 종속된 돈의 노예 혹은 속물'로 여긴다는 거거든요. 재미나게도 '가난해도 행복한 인도 사람들'이라는 시선은 사회가 두루 주장해 온 '가난해도 행복하지 못한 건 자신 탓이니 괜히 환경탓하지 말고 자기 자리에서 만족하면서 살라'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엿보인다고 할까요.
책에선 동시에 소설과는 다른 뉴스나 칼럼을 통해 인도의 사건과 사고, 전쟁을 통해 인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것 또한 복제 오리엔탈리즘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인도는 치안이 좋은 곳도 아니고 여성인권이 낮은 곳이며 빈부격차도 심한 곳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지적하는 것은 그런 사실이 강화하는 인종적인 편견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다시 창작자들의 손을 거치면 이런 문제점을 지닌 곳도 이상향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것이 더 설득력을 얻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지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는데 그 책은 인도가 아닌 타자화된 '한국'의 이미지를 깨버리는 책이었습니다.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서양이 바라본 한국 '조용한 안개의 나라'라는 신비로운 별명은 실제로 수동성과 서양에서 일컫는 비이성을 상징하는 말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국의 타자화된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사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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