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식총서의 47번째 책인 이 서적을 알게 된 것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이 책에서 인용된 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알려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책의 설명에 의하면 기독교 문화권의 일부에서는 『해리 포터』를 불태우는 행위가 있었다고도 하는데요. 놀랄 일이지만 서양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보다 더 보수적인 경우들도 있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읽을거리나 놀거리가 사회혼란의 원인이라는 덤터기를 쓰고 공격대상이 되어온 경우도 허다한 듯. 아무래도 설명에 따르면 『해리 포터』가 공격대상이 된 이유는 소설의 주 내용이 기독교에서 금기시하는 '마법'이나 '마법사'들이 중점으로 나오기 때문인데, 아마 저자분도 글을 쓰게 된 경위는 환상문학 혹은 판타지 문학에 대한 편견을 벗기고, 서양의 판타지 소설들인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책에서는 나니아 나라 이야기)』, 『해리 포터』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음을 고찰하기 위해서였던 듯합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초문에서 환상문학과 판타지 문학에 대해 정의 내리고 있는데, 이 둘의 구분은 좀 복잡하지만 실제론 다르게 여겨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판타지 문학이 환상문학 안에 포함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환상문학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좀 더 전문적으로 파고들 만한 내용이라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판타지 문학이 부수적인 취급을 받는 것은 동서양이 비슷한데 예전에 리뷰한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에서 언급되었듯 초반 반지 시리즈가 나왔을 때에도 평론가들 입장에서 좋은 취급은 받지 못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본문은 톨킨, 루이스, 롤링이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인생여정을 살피는데요. 일단 롤링은 제외하면 동시대의 사람인 톨킨과 루이스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기독교가 영향을 주었고 그들의 작품세계에 그것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냈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집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이유로 오명을 쓰기도 했겠지만 북유럽 쪽 신화에서 많은 요소를 따온 『실마릴리온』은 모든 언어가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톨킨의 신념이 만들어낸 작품이며 책의 설명에 의하면 톨킨이 신화 속에서 선(先) 기독교적인 자취를 찾아가려 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그 내용에서 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디에서 기독교적인 흔적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해리 포터』라는 소설이 나올 수 있던 토대를 마련된 것이 바로 선배들 격인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이며, 소설 구성 상의 차이점도 있지만 유사성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관으로 볼 때 『나니아 연대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더군요. 그리고 책의 마무리에서는 환상문학이 주술성을 다루고, 현실에 없는 도피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그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여건은 아님을 일러주는데요. 제 생각엔 어떤 작품이든 설령 그것이 사회고발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더라도 동시에 도피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실제로 끔찍한 일을 다루는 작품도 보고 있는 사람들을 그 작품이 다루는 내용과 분리시켜 현실에 있는 사람들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일종의 도피효과와 마찬가지거든요. 다만 환상문학이라 하더라도 내용의 개연성과 보는 이들의 공감을 위해 묘사와 흐름에서 리얼리즘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단순 판타지가 아니라 거의 모든 작품에서 요구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상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공감대가 없거나 지나친 억지스러움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경우 읽는 독자가 이건 말도 안 된다며 외면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거든요. 최근의 작품들 중 지나친 현실도피의식이 판타지문학도 반드시 가져야 할 현실의식을 무너뜨리는 것은 확실히 비판받아야 할 점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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