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이 책 『뜨끔뜨끔 동화 뜯어보기』 는 『앗, 이렇게 산뜻한 고전이』라는 전집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도서관에 가보니 전집 시리즈 코너에 수십 권이 넘는 서적이 순서는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주르륵 나열되어 있던데,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책이었어요. 아마 동화가 제 관심분야라서 그런 거 같았는데 특이하게도 출판사를 보자니 "주니어 김영사"라고 되어 있어 아동연령대의 서적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왜 아동자료실이 아닌, 일반자료실에 있었는지는 의문. 근데 책을 상세히 읽어봤더니 아동이 읽기에는 좀 놀랄만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더라고요.
일단 이 책은 동화의 구성이나 원전에 관련된 내용, 그리고 동화가 형성되어 온 역사(사람들의 구전⇒기록⇒감수⇒현재의 동화), 대표적인 동화 작가, 동화 속에 등장하는 상징 등등을 제법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단순 글로만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닌 작가의 만화를 중간중간 삽입하여 읽기 편하게 하고, 어떤 내용은 원문에는 충실하게 하면서 현대적으로 재각색하여 보여주는데 예를 들자면 미녀와 야수는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헨젤과 그레텔은 텔레비전 토크쇼의 재연방송처럼 설명을 합니다.
빨간모자는 특이하게도 빨간 모자의 시점이 아닌 늑대의 부인의 시점으로 설명하거나, 잭과 콩나무는 잭의 학교 담임 선생님이 잭을 평가하면서 그를 형편없는 학생으로 보고 그의 이야기를 거짓말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오고요. 그리고 수수께끼와 같은 독특한 설정을 도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동화 속 중요한 부분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을뿐더러 개그적인 묘사를 넣으면서도 산만하지 않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동화들은 전부 열 가지로, 순위를 정해놓았는데 이 순위는 원전을 찾아가면서 충격적인 내용이 많거나 무섭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은 것을 기준으로 정해놓은 것입니다.
명예의 1위를 차지한 동화는 바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동화는 실은 엄청나게 축약된 것으로 원전에는 왕자가 공주가 잠든 사이에 몹쓸짓을 하여 임신시키고, 왕자의 어머니가 공주를 미워하여 그의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요리사를 협박하자 요리사가 다른 동물 고기로 눈속임하는 내용, 공주를 죽이기 위해 뱀을 잔뜩 모은 구덩이 속에 공주와 아이들, 요리사와 요리사의 가족들을 다 처넣으려고 했으나 왕이 돌아오면서 실패, 곤란해진 왕의 어머니가 스스로 뱀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간이나 식인, 엽기적인 처벌 수준에서 다른 동화랑은 남다른 수준을 보인다고 할까요.
놀랍게도 제가 오래전에 읽은 낡은 전집의 시리즈에서 나온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가 저 원문의 것을 상당히 따라갔다는 겁니다. 제가 읽은 책에서는 왕자와 공주가 만나는 것은 으레 알려진 동화와 같으나 후에 이야기가 원전과 많이 유사한데, 왕의 어머니가 귀신의 피가 흐르는 여자라서 식인을 즐겼고 그래서 왕의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하자 요리사가 다른 고기를 써서 속이고 그것이 탄로 나자 뱀들을 잡아넣은 구덩이 속에 공주 일행과 요리사를 넣으려 했다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아쉽게도 그 전집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생각해 보니 제법 좋은 자료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 > 비소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 리뷰 (0) | 2025.05.19 |
---|---|
『북극에서 온 편지』 리뷰 (0) | 2025.05.17 |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리뷰 (0) | 2025.05.13 |
『판타지 : 톨킨, 루이스, 롤링의 환상세계와 기독교』 리뷰 (0) | 2025.05.11 |
『현시창』 리뷰 (0) | 202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