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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슈룹』 13화 리뷰 (2022. 11. 26. 작성)

by 0I사금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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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13화 리뷰입니다. 이제 결말까지 얼마 안 남은지라 서서히 드라마 내에 궁금한 부분들이 풀리기 시작했는데, 아마 이번 13화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전개는 권의관의  '진짜 정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권의관은 중전의 명에 따라 세자의 혈허궐을 치료하다가 궁 안의 암투에 말려 희생되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보통 저런 인물들은 이런 암투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되되, 빌런의 악행에 대한 단서를 남겨서 주인공들이 반격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전개일 거라고 예상했었고요. 하지만 의외로 권의관은 사망하지 않고 황귀인(현재는 숙원)과의 불륜 관계가 드러나거나 성남대군에게 병 치료법을 알려준 토지선생이랑도 관련이 있는 등 더 중요한 인물이라는 떡밥이 던져졌습니다.


토지선생은 처음에 선인이라고 생각했고 권의관도 처음엔 황귀인과는 불륜은 맞지만 사랑에 눈멀어 저런 짓을 저질러 나중에 영의정과 황귀인 일파를 날리기 위한 장치로 재등장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이 드라마는 평범한 예상을 비껴가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권의관이나 토지선생은 서함덕이 숨기는 역모와 관련된 자들이었고 심지어 죽은 태인세자와 밀접한 인간들이라 현재 왕인 이호에게 원한이 있을 인물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반전을 주었던 것. 도대체 저 둘은 태인세자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에 현재 왕에게 원한을 갖고 현 세자까지 독살하는 짓까지 저질렀는지 그 의도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13화에선 세자의 병상일지를 발견한 성남대군과 중전의 함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알아서 궁으로 복직하기까지 하니까요.


이번 13화는 그동안 보아온 중전과 성남대군/대비의 머리 싸움이 아니라 중전과 권의관의 머리싸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는데요. 권의관이 자신을 복직시킨 중전의 속내를 의심하며 계략을 세운다면 중전은 중전대로 권의관의 속내를 예상하고 또 한 수를 앞서 보려고 하는 등 꽤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설마 권의관이 이 정도까지 빌런으로 부각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그렇다고 또 다른 빌런인 대비의 존재감이 약해진 건 아니었는데요. 의성군의 친부가 왕 이호가 아니란 걸 대비가 알아차리자 황귀인은 권의관으로부터 받아낸 독으로 그녀를 독살하려 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대비는 황귀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 귀한 유리잔까지 깨뜨리며 그를 역으로 몰아세워버리지요. 근데 저 시대에 유리잔은  진짜 귀한 거 아닌가요?


어쨌든 드라마를 보면 뭐랄까 황귀인은 악녀는 맞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이나 머리는 대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여실히 주더라고요. 그리고 저 장면은 대비 같은 빌런이 여기서 퇴장할 사람이 아닌데, 절대 아닌데 하면서 괜히 긴장하며 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이 드라마 최종 보스는 대비일 거라고 안심이 들었다고 할까. 당연히 예상된 수순이듯 의성군의 친부는 권의관이었는데 문제는 권의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 의성군의 입장도 상당히 미묘해졌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막판에 권의관은 폐비 윤씨를 찾아가 그를 '어마마마'라고 부르며 바로 궁에서 축출된 왕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니까요. 이 장면을 보자 그동안 권의관의 행적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달까요.


그리고 의성군은 현 왕인 이호의 친자가 아니더라도, 죽은 태인세자의 조카가 되는 셈이니 불륜은 맞더라도 왕족이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셈이네요. 처음 같이 보시던 엄마는 권의관은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어 저런 판을 짠 것이 아니냐고 했는데 그 행보가 너무 막 나가는 게 있어 단순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수준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성군의 정체까지 드러나자 같이 보시던 엄마는 뭐 저렇게 복잡한 관계냐며 한 소리 하셨지만) 친모가 폐비 윤씨고 위리안치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 복수를 다짐한 거라면 저런 위험한 행보를 감행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왕에 대한 증오심도 그 원인을 알 수 있었고요. 권의관이야말로 캐릭터의 변화를 가장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13화는 권의관과 중전의 대립, 먼저 한수를 앞서 보려는 그들의 머리싸움과 권의관의 정체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 사이에 무안대군과 초월의 아기라던가 성남대군과 청하의 합방 등 소소하게 웃긴 코드가 많았습니다. 세자빈이 된 청하는 머리가  해맑기 때문에 뭔 일이 있어도 기죽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겠다 싶었고요.  무안대군은 초월이 데리고 온 자기 아기를 몰래 보살피면서 궁에서 육아물을 찍는데 그가 자기 딸을 돌보면서 겪는 난감함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산후조리원』의 조선시대 버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현진>무안대군, 원장>중전) 그 와중에 자기 딸은 천민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던 초월이의 말을 듣고 그를 유모로 만들어 무안대군과 다시 만나게 한 중전을 보면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여전히 유지되는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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