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애니메이션

『원펀맨』 1시즌 1화-12화 리뷰

by 0I사금 2025. 6. 23.
반응형

유플러스 모바일 TV에 재미있는 영화가 있지 않나 하고 오래간만에 들어갔다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애니메이션 『원펀맨』이었는데 처음엔 보고 극장판이 나왔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재생을 해보니 극장판은 아니라 TV 시리즈였고 총 12편으로 완결이라 한편만 보고 말려고 했더니 어째 하루 만에 끝까지 보게 되었는데 일단 편수가 길지 않은 것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내용도 알고 봤더니 완전 제 취향이었고요. 당시에는 코믹스를 접해보진 못했지만 소문이 자자한 것도 있고 팬도 많은 듯하고 왠지 작품 특성상 패러디도 많은 거 같아 좋건 싫건 한 번쯤은 유머 카페나 타 블로그 같은 데서도 자료를 한 번이라도 접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보고 궁금하긴 했지만 정작 찾아볼 생각은 못했다가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제대로 본 셈입니다. 다 보고 나니 작중에서 떡밥들이 좀 있어서 아무래도 제작사 측에서 2기를 준비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영상이 나오기에 앞서 15세 관람가라고 나오던데 처음엔 개그풍 히어로물 같은데 왜 연령대가 이렇게 높은가 했더니 은근 고어 요소가 좀 나오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만화가 코믹한 데가 있고 묘사가 단순해서 그렇지 악당들 몸 터지는 게 예사인데 이게 잔인한 장면인 거 알면서도 잔인하다고 느끼진 못하다 할지 하여간 특이한데 악당들이 몸이 터지는 묘사가 매화 나오다시피 하는 것은 주인공인 '사이타마'의 능력 때문. 거기다 매화 등장하는 악당들의 생김새가 어떤 면에선 개그스럽다가도 어떤 놈은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강하더라고요. 특히 심해왕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무슨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나 싶을 지경. 하지만 사이타마가 원체 강하다 보니 악당들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주먹 한방이면 몸이 작살나는 묘사가 있고 살았다고 해도 그것은 사이타마가 좀 봐주거나 하는 경우뿐이더군요.

대개 영화나 만화 같은 데서 최강자인 주인공 같은 요소는 좋아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심심한 마왕』이나 『사카모토입니다만?』처럼 주인공이 무지막지하게 강하거나 능력이 대단하지만 개그 코드가 강해서 그런 요소가 만화 내의 밸런스 붕괴를 막는 기묘한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에요. 이 『원펀맨』도 분명 주인공은 12화 전편을 본 결과 우주 최강의 악당까지 물리친 이상 우주 내 최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텐데 사이타마의 주변 환경이 매우 시궁창이라서 그럴까요. 사이타마 자체가 멘탈갑인데다 덤덤한 것이 있어서 웃어넘길 수 있는 거라고 봐야지 애초에 그런 힘 가진 녀석이 나쁜 맘 안 먹는 것도 신기할 따름으로 탈모인 것도 안습인데 능력 자체가 너무 강하다 보니 목격자들마저 사이타마를 믿지 않고 사기꾼으로 몰아세우거나  심해왕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제노스나 무면 라이더 같은 애들 대신 욕받이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되고요. 그나마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도 제자인 제노스를 비롯 히어로들 중 소수에 불과하니 답답할 지경.

그런데 심해왕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솔직히 보면서 열받기까지 했거든요. 심해왕 에피소드는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강력한 악당-이라고 해봤자 사이타마 미만 잡이지만-임을 어필해서 거의 최종전 비슷한 느낌도 났는데 이야기 중간에 이런 에피가 삽입된 것도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타 작품들 중에서도 중반에 최종전보다 더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건 생각보다 적은 경우도 아니더라고요. 하여튼 솔직히 히어로들 아니었으면 언제 당장 심해족들에게 죽었을지 모를 인간들이 사이타마가 심해왕을 금방 쓰러뜨렸다고 의심스럽다면서 찌질이 선동에 넘어가고 다른 히어로들마저 약한 거 아니냐며 욕하는 장면은 보고 짜증 났는데 이 장면 보고 이 도시 사람들 인성은 『나루토』의 나뭇잎마을에 버금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매일 괴인이 출현하여 도시 파괴가 일상이다 보니 인간들 정신이 온전할 거란 생각은 안 들지만. 히어로들 중에서도 개성은 있지만 캐릭터 호불호가 좀 갈리겠다 싶은 애들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주인공을 제외하고 맘에 든 히어로는 (당연히) 제자인 제노스 그리고 실버 팽 정도.

만화의 배경으로 넘어가면서 특정 국가들이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구획별로 크게 나누어져 있고 하나의 체제가 그것을 관리하고 있다던가 초인이나 괴인, 외계 괴물이 침공을 해 온다거나 하는 모습은 왠지 만화 『드래곤볼』의 지구 비슷한 느낌이 났습니다. 하지만 개그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할 뿐  작중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묘사를 병맛이랑 개그 코드만 벗기고 보면 뭐 거의 일상이 코즈믹 호러 수준이라고 할까요. 만화 분위기가 많이 심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데 만화의 전개도 빠르고 등장하는 캐릭터도 악당에서 조연까지 다양해서 각 에피소드 별로 떼고 본다면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이라 봐도 무방할 지경. 진화의 집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가 만든 피조물들이 빌런이고 심해왕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바다 밑의 심해족, 최종전은 외계인인 데다 잠깐 등장하다 만 악당들조차 특이해서 온갖 아이디어가 총출동하는데 개인적으로 악당 디자인 자체는 역시 최종전을 마무리한 보로스가 제일 맘에 들더군요.

보면서 좀 웃겼던 것은 작화 자체는 굉장히 섬세하면서 망가지는 녀석도 많지만 미남 미녀도 많고 제노스 같은 경우는 거의 망가지는 경우가 없는 데다 음속의 소닉은 개그씬을 자주 연출하지만 상당히 미형 캐릭터라 인기가 많을 듯 하고요. 심지어 악당들 중에서도 미형이거나 디자인에 공들였다 싶은 녀석들도 많은데, 유독 주인공인 사이타마만은 그림이 홀로 개그 그림체에요. 탈모가 오기 전에는 샤프한 미남 분위기였는데 탈모가 온 뒤로 혼자만 다른 분위기라고 해야 할지. 다른 애들 생김새가 더 섬세하니까 그게 더 눈에 띄더라고요. 사이타마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연출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작가가 그리기 편하라고 그렇게 설정한 걸까요. 그런데 사이타마가 히어로 일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너무 강하니까 지루해서인 거 같은데 이거 심심한 마왕의 마왕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먼치킨들의 특성인가 싶어요. 그런데 사이타마가 왜 그렇게 강한 지는 작중 내 이유가 제대로 안나오더군요. 솔직히 이 부분은 끝까지 안나오고 맥거핀으로 두면 좋겠습니다. 괜히 이상할 설정 붙이지 않고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