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형제 동화집』은 도서관에서 『안데르센 동화집』과 함께 발견한 책입니다. 두 책이 세트처럼 비슷한 양장본에 디자인을 하고 있었는데 『안데르센 동화집』을 먼저 읽고 그다음 『그림 형제 동화집』을 펼쳤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와는 달리 그림 형제 동화는 구전을 베이스로 수정이 여러 차례 가해지긴 했으나 일단은 민담에 가깝기 때문에 안데르센 동화와는 달리 묘사가 간단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데르센 동화는 자세히 읽으면 배경의 묘사라던가 등장인물의 심리라던가 묘사가 많이 들어간 것이 보이거든요. 반면 그림 형제는 그런 묘사가 간략하게 되어 있고 내용도 짧은 것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야기의 가짓수가 안데르센 동화보다는 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안데르센 동화집』과 같이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림 형제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그림 형제 동화의 삽화를 그린 세 명의 삽화가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실려있습니다. 역자 서문에는 그림 형제 동화가 원전에서 수정이나 각색이 많이 들어갔음을 지적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빌린 이 『그림 형제 동화집』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기보다는 수정과 각색이 이루어진 현대에 읽히는 동화 버전에 가까운 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종 오래된 번역본에서는 원전에 가까운 내용이 실리는 케이스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빨간 모자 같은 경우는 사냥꾼이 늑대를 응징하는 결말이 없이 빨간 모자가 잡아먹히는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를 본 기억도 있었거든요. 다행히도 여기 실린 빨간 모자는 지나가던 사냥꾼이 늑대를 혼쭐 내는 이야기가 삽입된 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신데렐라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셴푸텔'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습니다. 이것을 읽자니 예전에 그림 형제 동화를 웹툰으로 한 『이우일의 그림동화』가 생각나더군요. 그 웹툰과 비교를 하자면 웹툰이 그림 형제의 원본을 병맛을 첨가하면서 굉장히 잘 살려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셴푸텔만 하더라도 기존 신데렐라의 플롯은 그대로 따라가긴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책에서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데렐라 스토리의 요정 할머니나 호박 마차가 여기선 등장하지 않고 드레스와 구두를 건네주는 것은 아셴푸텔의 어머니의 묘에서 자라난 개암나무로 어머니의 존재가 상당히 많이 부각되는 것이 특징. 다만 이런 점을 볼 때 요정 혹은 마녀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어머니라는 점을 본다면 아셴푸텔에게 어느 정도 마녀로서의 힘이 있다고 봐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도 들었고요.
안데르센 동화가 상당히 비극으로 끝나는 내용이 많았던 반면 그림 동화는 해피엔딩이 많은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들이 반드시 권선징악 구조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버금가는 존재들이 갑자기 등장하여 주인공을 돕는다거나 하는 바람에 주인공은 하는 거 없이 공을 얻는다 싶은 이야기도 많고 어린 시절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이우일의 그림동화가 괜히 원전을 병맛으로 뒤튼 것이 아니라 원전이 실소를 자아내는 구석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실려있는 이야기 중 '운 좋은 한스'는 바보같이 자신이 일해서 얻은 것을 영악한 인간들에게 계속해서 뜯겨서 결국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자신은 운이 좋다고 믿는 이야기인데 이건 무슨 교훈이 있기 보단 옛사람들이 정말 신나게 웃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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