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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박제된 손』 리뷰

by 0I사금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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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장한『박제된 손』은 기 드 모파상의 환상소설 모음집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몇 가지는 다른 모파상 단편집에서 속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산지기의 고립을 그린 「산장」이나 물가에서 겪는 공포를 그린 「물 위에서」 같은 작품들이 그러한데요. 어딘가에서 본 이야기로 모파상은 세상을 '어둡다'라고 평했고, 자신도 그 어둠을 소설 속에서 묘사하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소설을 보면 어딘가 사회의 암울한 면모가 드러난 경우도 많아 보였습니다. 동시에 모파상의 정신병력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모파상의 단편에 감도는 그런 어둠도 그런 정신병적 기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설들을 약간 그런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경향도 생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제 편견임이 분명한데, 다른 단편집 같은 경우는 오히려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는 소설들도 제법 있기 때문에 정신을 놓은 탓에 작품이 그렇다고 평하기는 어렵거든요.


다만 『박제된 손』에 한해서는 모파상을 평생 괴롭힌 정신병적인 공포나 환상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품이 작가의 성질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이 『박제된 손』의 단편에서 드러나는 것은 '공포심'인데, 특히 주인공들이 어떤 경우는 주인공들 스스로가 나는 미쳤다고 고백할 정도로 병적인 기질을 가진 경우가 많고, 가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처한 심리묘사 부분을 보면 작가가 직접 겪은 공포심을 서술한 것은 아닌가 싶은 부분도 좀 있기 때문입니다. 책 속의 단편은 제법 많은 분량은 열아홉 편이나 되는데, 그중에는 살인마의 손목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 유럽 공포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인 가사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생매장당한 이야기, 남들은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심, 남들과 다른 특수한 상황에 빠진 인물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혹은 사람을 괴롭히는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재미난 것은 쇼펜하우어나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인물들도 단편들 중에서 한번씩 언급되었다는 건데요. 쇼펜하우어가 그의 제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단편, 생매장당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그 소녀와 아버지를 묘사할 때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등장할 법한 인물이라고 언급이 나오거든요. 모파상이 19세기 중반에서 나서 활동한 사람이고 쇼펜하우어는 딱 19세기 중반까지 산사람, 에드거 앨런 포도 19세기 중반 즈음에 죽은 사람인데, 모파상이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당시 프랑스의 문학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모파상의 환상소설 단편집은 오래전에 『모파상 괴기소설 '광인?'』이란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저도 한번 읽어본 적은 있는 소설입니다. 이 책의 역자의 글에 따르면 같은 역자의 책이 출판사 사정으로 앞서의 책은 절판되어 『박제된 손』으로 다시 출간된 거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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