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이름을 듣는다면 우리가 떠올리는 소설은 예전에 학교의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던 「별」이란 작품일듯해요. 이 책 『알퐁스 도데 작품선』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도 그 소설의 한 장면인데 표지의 이미지가 작은 편이라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제가 이 소설을 사보게 된 이유는 일단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이 맘에 들어서도 있고 또, 이 책의 삽화가 멋지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알퐁스 도데의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별」과 같은 소설처럼 서정적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모파상 못지않게 어딘가 암울해 보이는 내용의 소설도 존재하는데요.
서정적인 어딘가 애잔한 내용에서부터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거나 하기 때문에 무언가 답답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 단편집에 실리지 않는 소설까지 포함한다면 말이지요. 알퐁스 도데 특유의 서정성이나 그림 속의 평온한 삽화 때문에 덜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알퐁스 도데의 소설 중 좋아하는 소설인 「꼬마 스파이」가 여기에 실려 있지 않은 점은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이 소설집에는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단편들만이 아니라 나름 유머러스한 중편소설인 「타르타랭의 신기한 모험」이라는 소설이 실려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을 사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소설 때문입니다.
「타르타랭의 신기한 모험」은 모험을 꿈꾸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타르타랭이라는 프랑스 남부의 인물이 사람들에게 허세도 부리고 이용도 당하고 나름 산전수전을 겪는 등 고생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는 이 이야기는 타르타랭이란 인물의 개성과 함께 사물이나 동물들도 감정을 가진 거처럼 묘사해서 어딘가 환상적인 느낌까지 나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 타르타랭을 따르게 되는 낙타는 귀엽기까지 한 느낌이 나거든요.
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다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를 제공한 소설이지만 특이하게도 책의 해설에 따르면 이 '타르타랭' 시리즈는 프랑스 남부인들의 허풍이나 거짓말이 실은 남부 특유의 강렬한 햇빛으로 인한 신기루 탓이라고까지 합리화하는 등 재미있는 묘사가 많음에도 알퐁스 도데가 생전에 연재할 당시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해설에 따르면 지방색이 강하여 당대에 외면당한 것이라고 하는데 후대의 저 같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익살극과 같은 내용이라 소설집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참고로 소설 상에 프랑스 남부의 신기루 운운하며 남부 사람을 옹호한 이유는 알퐁스 도데가 남부 지역 출신이라 그런 거라고 하네요. 여러모로 이 책은 서정적인 소설로 많이 알려진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접하게 하는 작품집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알퐁스 도데는 사교적이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 아내에게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하는데, 어딘가 우울한 이야기건 서정적이고 애잔한 내용이건, 유머러스한 이야기이건 도데의 그런 성향이 묻어 나오는 거 같아 읽으면 훈훈해지는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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