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예전에 영화 리뷰 전문 블로그에서 이 애니메이션 『메가 마인드』의 리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극장 개봉했을 땐 잘 몰랐다가 나중에 리뷰를 보고 왠지 내 취향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OCN에서 이걸 방영해 주더군요. 다만 시간대가 약간 틀어져서 앞부분은 상당수 놓치고 중반부부터 봤는데 그래도 내용 이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강 내용이 악당 메가마인드가 잘생긴 청년 버나드로 변신하여 기자인 록산느와 썸을 타고, 메트로 시티의 영웅인 메트로맨이 사라지자 그를 대신할 인물로 좀 지질해 보이는 카메라맨 할을 택하여 힘을 불어넣고 그의 아버지로 위장하여 영웅이 되라고 바람을 넣는 내용부터 보았는데요. 일단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 악당이 악당치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할 외양이라는 점 등등은 드림웍스 애니에서 많이 반복해 온 주제 같습니다.
드림웍스인 히트작인 『슈렉』도 비호감 생김새인 숲의 괴물이 주인공으로 왕국을 구하지만 그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나 소동을 부리거나, 『쿵푸팬더』에서도 주인공 포가 무도가답지 않게 펑퍼짐한 생김새를 가졌다고 사람들의 기대를 얻지 못한다거나, 『가디언즈』는 악동 내지 장난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잭 프로스트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악당을 물리치고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내용인데요. 일단 잭 프로스트는 앞서의 주인공들과 다르게 엄청난 미소년이지만 일단 자신의 능력이나 행동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서 다른 주인공들과 비슷해요. 어쨌든 주인공들이 굴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영웅이 되어가는 내용이 많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들이 원래 가진 외양이나 특성을 탈피한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슈렉』 2편에선 그런 내용이 가진 허상을 꼬집기도 했고요. 보통 자신이 가진 힘과 재능을 살려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림웍스 애니의 이런 점은 현실의 외모지상주의 비판 말고도 그 사람의 개성이나 성격은 무시하고 무조건 자신을 잘난 인간들과 똑같이 만들라는 자기 계발 풍조에도 한 일침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참신하다고 느낀 건지도 몰라요. 어쨌든 이번 『메가마인드』의 주인공인 메가마인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악당이 되었다고 하지만 실상 그려지는 모습은 현실에도 이런 악당만 있었으면 세상이 참 즐겁고 평화롭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것도 그런 것이 언제나 자신이 소동을 부리면 메트로맨이 나타나 자신을 저지하고 자신은 감옥에 수감된다는 결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소동을 부리고 그 결말에 딱히 불만은 없는, 그러니까 자신이 질 거 뻔히 알면서도 싸움을 벌이는 어딘가 어리숙하면서도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여주인공 록산느도 타이탄의 횡포에 포기하려는 그를 북돋을 때도 그런 점을 일깨우기도 하고요.
근성이라던가 머리 쓰는 것이라던가 여러 가지 재능이 있음에도 외양이나 다른 조건으로 그런 재능들이 폄하되어 결국 사람이 망가지는 이야기는 비단 애니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도 많은 법이라 공감이 가는 구석도 없지 않았어요. 메가마인드가 록산느와 만나면서 자신의 힘을 더 이상 파괴적인 곳이 아닌 좋은 목적으로 쓰게 되는 전개도 사람의 재능이나 성향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계기가 있으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도 어떤 아이가 독특한 재능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들 기준에 맞춰 깎아내리거나, 설령 재능이 없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이를 아예 무관심으로 방치하거나 자존감을 깎아버리는 방법을 써서 아이가 즐겁게 노는 것도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하거나 자신의 행복에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반성해야 할 어른들이 많은 것도 현실인데 어찌 보면 『메가마인드』는 어린이 대상이 아니라 어른들이 봐야 할 애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악당인 메가마인드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웅으로 추앙받는 메트로맨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메트로맨은 아예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그의 선택이나 의지는 상관없이 영웅이 되어버린 케이스로 어찌 보면 메가마인드의 양면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일단 캐릭터들의 특징도 그렇지만 액션씬이나 도심 파괴 씬이 영화 못지않게 화려한 구석이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괴를 담당하는 악당인 '할'은 정말 현실적으로 찌질한 구석이 있는지라 메가마인드나 메트로맨과 달린 공감이 가기보단 짜증을 먼저 불러일으키는데 이것은 캐릭터를 너무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도 오히려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혐오감을 부르는 케이스라고 보여요.
그러니까 캐릭터를 만들 땐 너무 현실에 동떨어져서도 안되지만 (그런 경우에는 공감대가 아예 사라지는 단점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상상력을 가미하여 문학적인 요소가 있어야 보는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인 듯. 할 같은 경우는 자신이 뭘 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 줘야 한다고 믿거나, 짝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 적도 없는데도 상대방의 선택권은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줘야 한다고 우기고 그러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리거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소에 피해 의식 강한 사람이 갑자기 권력을 얻게 되면 원래 권력자들보다 더 잔인하고 난폭해진다는 많은 현실 사례들을 연상시켜서 거부감을 들게 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다른 개성적인 악당들과 비교하면 좀 이례적일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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