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3화 리뷰입니다. 3화의 내용은 백화점 여성 고객을 노려 금품을 갈취하는 강도들을 잡는 이야기인데, 시대가 시대인지라 드라마에서 답답한 부분이 많이 그려지기도 하고 분명 보는 입장에선 현대인인 주인공 한태주의 입장에 공감은 가면서도 은근 이번 사건에서는 강동철 계장의 방식이나 하는 말이 속 시원했다는 느낌도 드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이치는 한태주가 하는 말이 맞는데 저런 야비한 강도는 강동철처럼 패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지라.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 강동철 계장이 은근 한태주를 골리는 입장이긴 한데 한태주도 가만히 당하는 타입이 아니라 이 둘의 관계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틱틱거리면서 결국 서로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쌍방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둘의 관계는 윤나영 순경과 한태주의 관계와 더불어 참 건강하단 생각이. 이런 관계 때문에 답답한 요소도 많았지만 주인공 중심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보여서 재미있게 볼 수 있던 에피소드였단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인성시 서부 경찰서는 위아래를 그다지 신경 안 쓰는 곳이구나 싶기도.
인성시 강력 3반 멤버 중 윤나영 순경은 첫 등장 때부터 한태주를 이해해주는 입장이라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고, 강동철 계장은 한태주 반장과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지만 은근 한태주를 챙겨주고 인정하는 게 보여서 정감이 가게 그려지며 조남식 경장도 눈새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반해 아직 이용기는 얄미운 구석이 많게 그려지더라고요. 아마 시청자 입장에선 이용기까지 품어주려면 좀 더 후반부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 그리고 윤나영 순경은 능력치가 상당해서 다른 멤버들 커피나 잔심부름 업무만 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그런데 드라마 속 세계관이 주인공이 무의식이란 설정이고, 등장하는 멤버들이 한태주의 의식 깊은 곳에서 바라던 인간상들이 투영된 결과라면 윤나영 순경은 자신이 바라던 이해자의 모습이고, 강동철 계장은 친아버지 한충호의 부재와 아버지의 정체를 파악하고 난 뒤 느낀 실망감 때문에 투영된 이상적인 아버지 상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럼 이용기랑 조남식은 한태주의 어떤 심리를 나눠가진 건가 생각해봤습니다. 아직 한태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용기에 반해, 조남식은 눈새 기질은 있을지 망정 법전을 뒤지면서 한태주가 한 말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주거나 은근 한태주를 지지해주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게 둘 다 한태주 내면에 미숙함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한쪽은 부정적인 부분을 한쪽은 긍정적인 면모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3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마지막 사진관에서 한태주가 자기 어린 시절 가족사진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아 쓰러지자 동시에 거리의 불이 꺼지던 장면. 상당히 긴장감 있으면서 드라마 속 세계관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단 생각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이런 디테일 때문에 원작인 영드는 어떤 드라마일지 궁금해지고 했고요.
그리고 리뷰를 쓰면서 가볍게 지나치게 되지만, 드라마 1988년도 시절의 모습을 잘 살려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용카드가 아직 일반화되기 전인데 백화점 회원 고객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크레디트 카드가 등장해서 그것을 3반 멤버들이 낯설어하면서도 사건을 조사할 때 참고한다거나 필름 카메라를 활용하거나 대다수의 업무는 손으로 필기를 한다는 점,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부 요소들이 그 시대를 충분히 연상케한다는 것 등등... 현재랑 비교하면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시절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시절인데도 한태주가 참 용케 적응을 한다 싶었거든요. 몸은 사고 후유증으로 픽픽 쓰러지는데 멘탈은 세다 싶었습니다.
문득 다른 타임슬립 드라마 『터널』에서 주인공이 30년 후 세계로 워프해서 현대 문물에 낯설어하다가 금방 적응하는 게 떠올랐는데 확실히 현재가 많이 편해지긴 했다 싶은 생각도. 드라마에 등장한 백화점 전용 신용 카드 때문에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한국의 크레디트 카드 역사는 20여 년밖에 되지 않으나 비교적 빠르게 확산되어 정착했다."라고 나오는 걸 보면 우리 나란 뭐 하나 도입되면 참 빨리도 변한다는 뻘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카드는 도입되었는데 이 카드 관련 개인 정보 보호법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라마 배경이 주인공의 무의식임에도 참 현실적인 요소가 많구나 하는 감상 또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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