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목진우가 진범임을 눈치채고 그와 터널에서 사투를 벌이던 박광호는 터널의 장난처럼 원래 속한 30년 전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박광호가 돌아간 시기가 박광호가 실종되었던 당일이 아닌 5개월이 흐른 직후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그 시간이 미래에서 5개월을 보낸 시간과 같다는 떡밥 때문에 일직선 세계관이 아니라 평행 세계가 맞지 않냐는 해석을 남기기도 했고요. 만년필과 광호의 영향으로 현재의 목진우와 신재이에게 기억이 생성되는 것을 보면 일직선 세계관일 수 있다는 떡밥도 같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난 만년필과 박광호의 존재는 터널이 개입한 예외적인 존재로 해석을 하기로 했고 최종화에서 민하가 회식 자리에서 광호가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바꾸면 현실에 있는 것도 바뀌냐는 말을 한 것이나, 광호가 과거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하고 미래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드라마가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 걸 보면 이 부분은 그냥 시청자들의 열린 해석으로 남긴 것 같다는 생각. 13화에서 광호가 과거로 돌아가 김영자를 설득하여 목진우에 대한 단서를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김영자 역을 맡은 배우가 『스카이 캐슬』의 예서일 줄은 당시에는 몰랐었다죠.
또 다른 미래에선 영자의 운명도 좀 바뀌었길 바라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피해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김영자의 탓이 아니라 말해주는 박광호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버틸 구석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오기자가 오래간만에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오기자는 박광호한테 협조하다 다른 데서 인질극이 터져 그것을 취재하느라 사건에서 빠지는데 아무래도 오기자 정도의 기자가 급하게 취재하러 갈 정도의 사건이라면 다른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모티브로 등장한 유전무죄 사건 아닐까 추측 중. 시기도 비슷하게 겹칠 것 같고요.
14화
광호가 젊은 목진우를 쫓다가 (현재의 목진우와 달리 젊은 시절의 목진우는 사람 좋은 모습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 어딘가 날선 성격을 보여주는데 잠깐 비중이지만 캐스팅 잘한 느낌) 다시 2017년으로 타임 슬립합니다. 드라마 『터널』 리뷰를 쓰면서 사건에 자꾸 개입하는 터널의 존재를 화양시 일대를 수호하는 초월적 존재라고 해석을 내린 적 있는데 화양시를 위한 개입이라고 하지만 박광호와 그 주변 개인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그냥 비극이 따로 없다는 것. 터널은 수호신 같은 존재는 맞지만 어느 정도 개인들의 비극을 감안하면서 자기 목적은 확실히 이루는 게 확실히 초월자답긴 하다는 생각도.
그런데 박광호가 원하는 걸 이뤄주고 피해자들 해원도 해준 데 영향을 준 걸 보면 막 냉정한 신도 아닌 것 같았고요. 또 14화는 광호선재 브로맨스 장면이 많았는데 보면 박광호보다 김선재가 박광호를 더 신경 써주는 느낌입니다. 김선재의 성격도 박광호랑 엮인 뒤로 많이 누그러진 것 같기도 하고요.
15화
신재이 교수가 엄청 구르는 15화. 신재이는 드라마 초반 자살하려던 용의자 말리다가 손 베이고, 정호영을 잡을 미끼를 자처하다가 목 졸리고, 이번엔 목진우한테 납치당하고 또 미끼를 자처했으니 여자 주인공이 이 정도로 구르기도 쉽지 않겠다 싶었음. 난 그나마 연속으로 해주는 재방송을 통해 드라마를 봐서 망정이지 본방 사수했던 사람들은 15화 엔딩에서 열불이 터졌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15화는 목진우에게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보는데 목진우의 살인 동기가 비뚤어진 자기 확신이긴 하지만 그 계기가 된 것은 목진우의 모친이 맞기는 했어요.
목진우 자신은 늘 정호영과 다르다고 이야기했지만 목진우가 여자들을 죽인 것은 자기 기준 '좋은 엄마'가 못될 여자들이었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결국 그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머니와의 관계로 귀결되어 정호영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목진우의 어머니가 좋은 어머니 상은 아니었을지라도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면 의지할 데 없이 그 시대에 홀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어느 정도 사회의 희생자적인 측면도 있고, 아들이 사이코패스란 것을 알았을 때 그냥 사회적으로 죽길 바라며 손절해버린 정호영의 어머니랑은 달리 끝까지 아들을 챙긴 것은 사실이라 마냥 살인마를 탄생시킨 어머니라고 욕하기도 그랬어요. 목진우는 목진우 스스로가 망가져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16화
엔딩의 개운함과 훈훈함도 그렇지만 이 『터널』 드라마가 좋은 이유가 목진우나 정호영같은 범죄자를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린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인 듯. 정호영은 어린 시절부터 문제 행동을 일삼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쭉 사회에 부적응하며 살다가 애꿎은 여자들에게 자기 분노를 풀었고, 목진우는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한 어머니에게 애증을 가지다가 그 감정이 점차 비뚤어진 신념으로 발달하는데 그 신념 또한 정말 황당하고 하찮은 이유라 보통 사람의 이해를 차단하고 말더군요. 인간적으로 이해해주고 말고가 필요 없는 놈들인데 이런 인간들 은근 현실에 많을 것도 같단 말이죠.
그런데 이 두 명의 범죄자가 마냥 찌질하게 그려지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주인공들을 옥죄며 위기에 몰아넣기도 하는 등 빌런으로써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기 때문에 악역들이 주인공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 특이점. 이것은 생각해보면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도 한몫을 한 것 같고요. 그리고 이 두 범죄자가 본편 내용에서 굉장히 중요 인물이라 나올 때마다 전개에 박차를 가해서 내용이 재미있던 것도 사실인지라. 또 막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을 때 강력 1팀의 수사를 방해하는 역할이었던 김과장이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사죄하고 1팀한테 호의를 표하는 게 은근 사이다였습니다.
드라마 마지막에 광호가 원래 살던 시대로 돌아가 88 박광호의 출산을 돕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원래 본편 전개에서는 88 박광호 탄생은 58 박광호 실종 이후라 두 사람이 만날 일도 없고 88 박광호의 이름을 58 박광호에게서 따오는 상황은 성립될 수도 없는데 굳이 엔딩에서 이 장면이 들어간 이유는 아주 개인적인 제 해석이긴 합니다만 일단 58 박광호가 돌아간 뒤의 세계는 본편의 전개와는 다른 희망적인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암시가 첫 번째, 두 번째는 비록 본편 전개 속에서 강력 1팀과 같이 뛸 수 없었지만 본편에서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 88 박광호라는 캐릭터를 위한 제작진의 서비스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작품이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좀 뻔하다는 느낌에 안 좋아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고, 좀 여운 있는 결말이나 현실적인 결말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터널』은 주인공이 자기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고 드라마가 본편의 사건을 제대로 정리해준 느낌이라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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