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화는 아쉽게도 앞부분을 약간 놓쳤습니다. 30년 전 사건의 진범인 목진우의 독백부터 보게 되었는데 30년 동안 잠잠했던 목진우가 어째서 또 점을 표시로 남기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가 그 단서가 언급됩니다. 후반부에 신재이 교수가 눈치챘듯이 다섯 번째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김영자가 생존해 있었고 그녀가 나중에 살해당해 점이 찍힌 발목의 일부가 발견된 것이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듯.
목진우가 상당히 관종인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주인공 광호선재 포함 경찰들이 정호영 짓이라 단정하고 수사할 때 찾아가 은근슬쩍 다른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넘겨줬다는 것. 물론 다들 정호영이 진범이라 확신한 상태라 별 의미가 없었지만요. 오히려 신재이 교수 하나만 정확하게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본 셈인데...
드라마의 리뷰들을 좀 검색해서 찾아보니 10화 후반부 정호영을 낚겠다고 신재이가 미끼를 자처해서 홀로 저수지에 나간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 방영 중에 꽤 말이 많았던 거 같네요. 뭐 어쨌든 이 덕택에 정호영도 잡고 신재이가 광호의 딸이란 사실도 밝혀지긴 했지만요. 하여간 드라마 장면 중 최고로 답답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씬이었습니다.
11화
정호영이 박광호가 과거에서 온 형사라는 것을 알아채던 장면은 명장면. 광호에게는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지만 그것이 정호영에겐 30년 전 사건이라는 것이 참 묘했단 느낌. 그리고 어머니와 관련되어선 평소에 냉정하던 김선재도 평정을 잃어버리는 것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진심 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쳤던 11화. 정호영의 기질은 아무래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던 장면.
그리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정호영의 모습, 타인의 아픔에는 공감 못해도 자신의 울분과 증오심에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현실의 싸이코패스와 가장 유사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진짜 작품에 흔히 나오는 미화된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현실적인 싸패의 모습이 정호영 같았어요.
어쩌면 박광호의 눈엔 정호영은 그때 문제 있는 고등학생으로 김선재는 아기의 모습으로 더 강하게 남아있겠다 싶더군요. 사람들 평 중에 박광호의 정체를 알아챈 정호영의 모습이 (배우의 연기력으로) 마치 30년 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평도 기억났고. 그런데 확실히 수사의 연륜일지, 아니면 특출난 감일지 박광호 혼자 정호영이 30년 사건 진범이 아닌 목격자라는 것을 알아챈 게 좀 놀라운데 12화에서 혼자 목진우가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도 박광호였던 것을 보면 말이죠.
이런 장면들을 보면 원래 눈치가 빨랐구나 싶었어요. 하긴 박광호가 지 고집이 워낙 세서 그렇지 눈치 없는 놈은 아닙니다. 자기 입장에서 30년 지난 미래에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문득 나라면 갑자기 가족도 없는 30년 후로 간다고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부분.
12화
30년 전 사건을 비공개로 수사하면서 피해자들을 설명하는 장면이 좀 가슴 아프게 연출된 게 김선재는 고통스러워도 어머니와 관련된 것을 끄집어내야 하고 전성식 입장에선 세번째 피해자인 황춘희에 대한 죄의식이 아직도 남은 게 보였기 때문. 정작 범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피해자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게 된 것은 유족과 담당 형사라는 아이러니.
목진우가 박광호의 정체를 어떻게 눈치챘나 그동안 잘 기억이 안 났었는데, 오늘 12화를 보니 김선재가 범인의 중요한 단서 - 살인이 벌어진 터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광호가 알려줬다고 목진우에게 말하면서 눈치를 채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터널에서 진범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목진우를 쫓던 형사(=광호) 뿐이고 원래 목진우는 박광호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던 인물이니 납득이 빨랐을 수밖에요.
목진우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챈 88 박광호 역시 눈치와 감이 대단한 인물이었어도 목진우에게 역으로 쫓기고 살해당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미 노련한 목진우를 상대하기 벅찼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박광호는 현재 표면 상으로 현재 화양 경찰서 강력 1팀 막내지만 이미 형사 짬도 된 인물이고 저돌적인 구석도 있어서 남한테 성격적으로 밀릴 타입이 아니라요. 12화 엔딩인, 터널 안에서 목진우와 박광호가 몸싸움을 벌이다 박광호가 과거로 돌아간 장면은 처음 드라마 볼 때 궁금해서 애가 달았던 게 기억나더군요. 스포일러를 알고 봐서 다행이랄까.
무슨 형사나 빌런이나 하나같이 눈치가 빠른 드라마라고 할까요. 동료인 태희와 민하는 박광호와 전성식의 행동에 위화감이 느껴져도 그러려니 이미 얘기가 다 되어있으려니 넘어가는 것이 눈치가 없는 것 같은데 눈치가 있는 것 같아서 이 둘만 나오면 그냥 웃기더군요. 민하의 성격은 뭔가 참 세상살기 좋을 거 같은 느낌. 근데 이 둘의 행동 덕에 박광호가 곤란한 상황을 넘긴 것도 꽤 되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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