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블랙아웃』 10화 리뷰입니다. 안 그래도 추석 연휴 때문에 한 회차가 결방이었고, 10화 본방은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다행히 다음날 재방송을 일찍 해준 덕에 10화를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총 14부작이므로 이제 결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비로소 사건의 전말과 함께 수사가 진전을 이루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지금껏 던져진 미스터리와 떡밥도 하나씩 풀려나갈 기미가 보이는데 아직 실종된 박다은 사건은 암시만 있을 뿐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심보영 사건에 한해서만큼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거의 밝혀졌다고 해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9화 엔딩과 원작의 스포일러 덕에 이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인물이 덕미-최나겸이라는 뜻밖의 반전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고요.
솔직히 원작의 스포일러를 단순한 텍스트로 봤을 때는 최나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등장인물 중 가장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걸 영상으로 봤을 때는 또 느낌이 달라지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심보영이 살해당한 날 뒤늦게 그 상황을 발견한 덕미는 신고를 하려는 건오와 그걸 막아서며 실랑이하는 병무와 민수를 보고 그들을 진정시킨 뒤, 교묘하게 그들을 구슬려 사건을 은폐하도록 판을 짜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가스라이팅의 귀재는 서장이라고 생각했건만,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친구들을 구슬리며 자기 말을 듣도록 조종한 덕미 역시 서장 못지않은 빌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경찰인 노상철이나 피해자인 고정우 앞에서 자신도 병무한테 협박받은 피해자라고 코스를 할 때에는 진짜 연기력과 철판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밖에...
드라마 상 덕미는 유명한 배우라는 설정이던데, 연기력을 보면 확실히 재능이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병무 면회를 가면서 왜 자기를 협박하냐며 가련하게 울다가 태도를 바뀌어 병무를 모욕하며 협박하는 장면에서 그 싸한 변화가 놀라웠을 정도였습니다. 텍스트로 먼저 접했을 때는 가장 이상한 인물이다 싶더니만 영상으로 보게 되자, 고정우에 미쳐 사건의 판을 짜고 어떻게든 자신만이 그의 편인 양 연기하는 후안무치함과 더불어 이 인간도 무천시의 다른 인간들처럼 열등감에 찌든 악인이다 못해 자신한테 유리하게 사건을 조작하는 사이코패스형 여자 빌런이라는 느낌에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시 텍스트로 접하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물론 연기력이 대단하다고 한들, 피해자인 척 굴어도 모든 전말을 파악한 노상철에겐 무용지물인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빌런들의 태도는 뻔뻔하며 사건을 덮으려고 사방으로 애쓰는 게 보여 염병한다 싶은 와중에, 은근히 속 시원한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고정우와 하설이 과거 교통사고 현장의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내걸자 당시 사건을 조작한 형사과장이 노발대발하고 이에 하설이 직접 나서서 그에게 한방 먹여주는 장면이 사이다였습니다. 하설은 고정우를 스스럼없이 도와주면서 자신의 오지랖이라고 말하지만요. 보통 작품에서 오지랖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고 남들 도와주려다 오히려 위기에 처하는 등 민폐 캐릭터가 많은 반면 이 드라마에서 하설은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의 오지랖 캐릭터를 보여준다고 해도 좋았습니다. 또한 아직 증거물로 남았을 고정우의 차량을 찾아낼 때 먼저 선수 치려는 형사 과장의 앞길을 막아 능청스럽게 구는 노상철의 모습 또한 사이다였고요.
심보영 사건의 중요한 증거물인 고정우의 차는 과거 사건이 종결되고 고정우의 아버지 고창수에게 절차대로 인계되었는데, 폐차되었거나 중고로 판매되었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고정우의 아버지는 그것을 물류보관 센터에 십 년이나 넘게 보관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서장이 가스라이팅 빌런이라는 건 드라마 내내 나온 묘사지만, 아들의 무죄를 밝히려고 하는 고정우의 아버지 상대로 입을 터는 장면을 보면 진짜 교활한 악마가 아니냐 싶은 수준이었어요. 그럼에도 고정우의 아버지는 무천시 내에서 아무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아들의 결백을 믿었던 것으로 보였고요. 후반부 회상신으로 밝혀진 진실에 의하면 심보영의 시신을 유기한 인물들은 범행 당사자들이 아닌, 건오의 전화로 그 현장에 도착한 서장을 비롯 범인들의 아버지들이었으며 고정우의 차로 심보영의 시신을 옮기다 사고를 낸 거였는데요. 이제 목격자로 추정되는 인물까지 얼굴을 드러냈으니 비로소 사건 하나가 드디어 막을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 그리고 어쩌다 이 드라마의 제목을 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백설공주가 죽어버리면 어떡하냐'라고 말씀을 하시던데, "이미 드라마에서 백설공주가 죽은 걸...ㅠㅠ" 이랬다가 문득 드라마의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의아해졌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백설공주'와 관련된 암시가 많이 등장한다고 하던데 아직 드라마에선 뚜렷하게 백설공주와 연결할 만한 이미지가 없는 것 같아서요. 어쩌면 결백한 존재로써 제목의 '백설공주'가 의미가 있고 드라마의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희생양 - 죽은 피해자들은 물론 희생양인 고정우까지 포함하여 결백한 피해자들에게 무천시 주민들이 죽음을 안긴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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