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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9화 리뷰 (2024. 9. 13. 작성)

by 0I사금 2024.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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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블랙아웃』 9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전개를 보면 화끈하게 한 번에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주인공들이 사건에 다가가는 구도이기 때문에 소위 고구마 구간이 길다고 할 수 있어요. 드라마의 전개가 요새 사람들이 원하는 사이다물과는 거리가 멀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날뛰는 꼴이 보통이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포기하지 않고 사건의 의혹을 파고드는 모습이나 진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는대서 오는 긴장감이 크고 주인공의 결백과 그 결백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활약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본방을 사수할 수 있는 듯.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한 빌드업이 촘촘하기 때문에 (원작 스포일러를 미리 찾아보기는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같이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재미도 있고요.

일단 전편인 8화에선 시청자들의 믿음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고정우의 누명을 벗기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했던 건오는 진술을 번복하면서 큰 답답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자수하지 않을 거라면 초성이 같은 자살이라도 하라는 심정으로 지켜보다가 진짜 건오가 자살을 하는 엔딩과 그 시신을 발견한 서장의 모습으로 충격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져 상황은 예상외로 꼬여간다 싶음에도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8화만 하더라도 답답하다는 원성을 듣던 건오이긴 했지만, 그래도 죽기 전 유서로 아버지에게 양심을 지키고 병무와 민수 역시 자신처럼 벌을 받게 해 달라는 당부를 남기긴 했는데 이 유서가 영향을 끼친 건지 서장의 행동은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게 됩니다. 그전에는 마을 사람들을 감싸고 협력하는 태도였다면 이제는 아예 분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요.

그런데 건오의 장례식장에서 성폭행범 애비들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서장의 속이 뒤틀릴 만도 하다는 생각. 극 중에서 가장 악역다운 짓을 하는 건 사람들 위에서 사건을 조작한 서장과 박다은 사건과 관련하여 입막음을 위해 사건이 빨리 종결되게끔 서장을 압박한 국회의원 예영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는 인식이 들기 때문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병무와 민수의 아버지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연기 구멍이 없어서 드라마가 더 리얼함을 살려준 덕에 이들이 등장하면 울화부터 치민다는 특징이. 서장은 병무와 민수가 불구속으로 풀려나자 상대적으로 멘탈이 약한 민수를 협박하여 심보영 사건은 모두 병무가 저지른 짓으로 하라고 가스라이팅 하는데, 병무와 민수를 윽박지르기 전 행동을 본다면 서장도 창고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몰랐던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건오의 유서에 따르면 서장도 창고에 있었고 자기 아들도 범죄자라고 생각하여 사건을 은폐한 것 같지만, 실제로 병무의 자백에 따르면 심보영은 성폭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충격으로 사망한 것이며 건오는 나중에 그 상황을 보고 신고까지 하려다 저지되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애초에 건오는 성폭행이든 살인이든 연루된 게 없고 그저 그 상황에서 침묵했을 뿐이었다는 건데도 왠지 서장이 아들을 오해하고 설레발친 게 아닐까 추측이 들었는데요. 여기에 수오가 그린 그림 단서와 과거 강압 수사로 고정우가 전봇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는 허위 자백이 있었다는 점을 통해 운전자가 따로 있었다는 게 확인되어 사건 현장에 또 다른 이들이 더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고정우는 그것이 성폭행범의 부모- 병무의 아버지라는 걸 파악하게 되지요.

사건이 중반을 지나면서 드라마는 고정우와 노상철의 협력 관계, 고정우와 하설의 협력 관계가 부각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노상철은 고정우를 가장 지켜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 하설은 그가 누명을 썼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노상철은 고정우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치료비도 내주고 나중에 자기 집으로 들인 뒤 옷까지 빌려주는 등 초반부 으르렁대던 시절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호의적으로 변모한 듯. 하는 행동을 보면 거의 보호자와 같다고 해야 하나요? 하설 같은 경우는 수오가 말한 증언도 있어 고정우를 가장 먼저 믿어준 데다 이번에 심보영의 부모가 무천가든에 따지러 찾아왔을 때 성폭행범 애비들이 보인 어이없는 말과 행태를 보며 그 바닥을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진짜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고정우는 어머니 데리고 하설이랑 함께 저 마을을 뜨는 것이 좋고, 노상철은 빨리 광수대로 복귀하는 것이 낫겠다 싶을 지경이에요.

그리고 9화 후반부에 가면, 서장의 행동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분열이 꽤 심하게 일어나는데 민수는 서장의 지시대로 병무가 모든 걸 시켰다고 자백을 하고 이에 병무만이 자신을 추궁하는 고정우 앞에서 체포되어 끌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병무는 이 사태를 키운 건 자신이 아니라 덕미 바로 최나겸의 짓이라는 뜬금없는 자백을 하게 되는데요. 초반 최나겸은 누명을 쓴 고정우의 면회를 오면서 옥바라지하는 등 순애보를 지키는 컨셉인가 싶었지만, 출소한 뒤 곁을 맴돌면서 하는 행동이 스토커 수준 집착이라 쎄한 것도 있거니와 결정적으로 원작의 스포일러가 너무 막강한 탓에 드라마가 원작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가장 뒤틀린 인간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 와중에 심보영의 부모는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했음에도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고정우를 협박할 때랑은 딴판이라 이건 이것대로 열받게 했습니다. 합의금 얘기 나오기 전엔 뭔가를 계획한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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