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녹두꽃』 리뷰입니다. 전주화약이 체결되고 동학군과 핍박받던 백성들이 원하는 세상이 오려나 싶지만 갈 길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이번 회차였다는 생각. 일본군이 한양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전봉준은 백이강과 별동대를 한양에 잠입시키려 합니다. 그 와중에 동록개는 부인과 자식들 걱정 때문에 고향에 돌아가다가 산적 노릇 하는 김가를 만나는데 나름 김가를 챙겨준답시고 팔아 쓰라며 도채비(백이현)의 총을 찾아 건네주면서 저도 모르는 새 파국의 불씨를 만들었습니다.
김가는 송자인에게 그 총을 처분하러 왔다가 총의 주인이 백이강의 동생 백이현이라는 것을 알고 도채비가 죽었다는 동록개의 말에 의구심을 품게 되고요. 김가의 행동에 꺼림칙함이 많이 남아 역시 역사 속에 기록된 배신자는 김가가 맞겠구나 싶더라는 거.
불길한 플래그와는 별개로 이번 회차의 명장면은 집강소에서 유월의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장면. 노비였던 유월의 한을 풀어내면서 동시에 구시대의 신분제가 얼마나 역겨운 것이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뻘하게 홍가도 노비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어째 이번에도 홍가는 제외되는 느낌? 아직 홍가는 황진사와 얽혀있기 때문이려나요? 홍가도 뭔가 이유가 있어 계속 등장을 시키는 건가 싶은데요.
한편 백가는 악당 포스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 중입니다. 이번 방영분에선 백가네는 완전 개그 캐릭터가 되었더라고요. 외에도 한양으로 가는 백이강 일행의 변장 장면 등 코믹한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한양 진입 개그씬 바로 다음에 조선 여성들을 끌고 와서 살해하는 청군의 횡포 장면이 나와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데 일부러 웃긴 장면을 앞에 놓아 후에 나오는 비극적인 장면을 더 강하게 보여주려는 의도였던 듯.
그리고 아직 백이현의 캐릭터를 감 잡을 수 없는 것이 집강소 설치 협력이나 노비 문서 불태우기 같은 개혁안에 찬성하는 등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내심 어딘가 섬뜩한 면모를 연출하는 것 같은데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진 이 캐릭터의 행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타사 드라마 『구해줘 2』의 목사 캐릭터가 선함과 광기를 오고 가느라 그 전개를 예측 못하는 것과 같이 백이현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 목사는 원작 스포일러라도 있지만 『녹두꽃』은 원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백이현은 가상 인물이라 그 행보가 어떻게 될지 파악할 단서가 많이 없는 듯. 이 캐릭터의 활용은 순전히 작가님 마음이라서요.
명심 아씨는 백이현이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 유일하게 편을 지켜 준 사람이라 그런지 이제는 한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닌 쌍방, 그것도 상당한 집착과 애착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뭐랄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받아들여졌다고 축하할 일이 아니라 뭔가 이 아가씨 인생에 녹록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명심 아씨가 초반 백이현과 거리를 두려던 것이 어쩌면 현명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을 정도. 거기다 김가가 둘을 주시하고 있어서 이미 불길한 복선이 던져졌고요.
또 일본 천우협이란 조직 측에서 동학군을 돕겠다고 접촉을 시도했는데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지는 않는다고 전부터 일본을 경계했던 전봉준은 단칼에 거절합니다. 엿이나 처먹으라며. 모 마을 사람들과 달리 동학군들은 도와준다고 덥석 받아먹지는 않더군요. 이번 25화-26화에서 중요 인물들이 당시 상황을 살피며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 어딘가 정치극을 보는 느낌도 더러 났고요. 역사 스포일러대로라면 일본의 속내를 미리 짐작한다 하더라도 지금 주인공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비극 중의 비극.
예고편을 보아하니 고종은 망국 왕이라고 가엾게 미화될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물로 등장할 것 같더군요. 솔직히 동학군 진압하자고 청군 부르고 그 결과 일본군까지 들어올 명분을 보탠 장본인인데, 단지 이 드라마가 동학군들이 주인공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 시대에 뭔가 제대로 해결한 것이 없는 이미지라 좋게 봐지지는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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