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의 현재 전개는 전주화약 체결 이후 한양 진입부터 1막이 내리고 이제 2막이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본 것 같은데 분위기가 좀 더 달라지며 이야기가 더 극적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입니다. 정치적인 내용이 나오면 이야기가 늘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긴장감이 팽배해졌다는 것. 그러고 보니 구한말의 조선 왕실은 어떤 드라마를 막론하고 미화와 동정으로 떡칠을 시켰던 것 같은데 이 드라마에선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여서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반사작용으로 당장의 행태가 보는 입장에서 발암스럽긴 했지만요. 진짜 왕실이 무능하고 답답했구나 하는 생각이. 그리고 일본 놈들 뻔뻔하게 야욕을 숨기려 들지도 않는구나 싶었음. 만약 저 시대 한양에 살았더라면 불안해서 하루 지내기도 힘들었을 거 같네요. 오히려 상황 판단이 빠른 것은 왕실 내부가 아닌 왕실 밖의 사람들로 한양에 있는 백이강 일행, 송자인, 그리고 전주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전봉준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파악하는 것을 왜 왕실 인간들은 늦게 판단할까 싶었을 정도.
특히, 송자인은 빠른 판단력을 보여줘서 감탄이 나왔는데 송자인의 캐릭터는 이럴 때 확실하게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규태라는 장교와 송자인이 자주 얽히는 것이 좀 묘해요. 그리고 불안감이 감도는 와중에 한양에서 개그 장면이나 이강과 자인의 재회 같은 밝은 장면이 많이 나와서 맘이 좀 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버들이의 짝사랑은 안타깝지만 해승의 존재감은 미쳤다고 해도 좋은 수준. 또 송자인의 한복은 특히 디자인을 신경 쓴 건지 안 예쁜 것이 없더군요. 드물게 백이강도 한복을 예쁘게 빼입어서 오늘 주인공들 비주얼은 최고였다 싶었어요.
또 웃겼던 장면이 작명가 특별출연이었고, 작명가가 지어준 이름에 두 번째 터졌습니다. 뭐, 이제 어차피 망국인데 왕 이름 좀 아들 이름으로 쓴다고 뭐 문제 되겠나 싶더라고요.
한편 이현명심이 서로 마음을 확인해가는 와중에 불길한 암시가 자꾸 던져지더군요. 백이현은 총소리를 듣고 PTSD 증상을 보인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피를 묻히긴 했어도 좀 안쓰러웠단 생각이. 어찌 보면 가해자이면서도 동시에 피해자인 캐릭터라서... 거기다 김가가 주위에 알짱대는 것도 그렇거니와 늑혼(강제 혼인) 이야기가 나와 불안감을 가중시켜줬습니다. 차라리 황진사가 자존심 버리고 이현과 명심을 일찍 혼인시켰다면 어쩌면 명심의 위치가 더 안전할 수도 있었는데 사람은 역시 자기 앞날을 한치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혼란한 틈을 틈타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은 이미 드라마 초반부터 그려지고 있었으니...
아마 이런 인간들 때문에 당시 멀쩡한 동학도들마저 도적이나 역적 취급을 받았을 테죠.
이 드라마에서 백이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면 황진사는 그저 구습에 집착하는 혐오스러운 인간상 같았습니다. 황진사 같은 경우는 스스로의 결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가 있었으나 결국 그것을 거부했다는 데서 혐오감이 느껴지는 것 같음. 반면 정치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직자로써 임무를 다하려는 박원명 사또나 전봉준과 상의하며 일본군의 행태를 주시하려는 관찰사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중이에요. 그런데 다음 주 예고편을 보아하니 김가놈이 크게 사고 쳐서 결국 황진사가 퇴장하려나 싶은데 싫은 캐릭터지만 비극적으로 죽으면 그땐 또 불쌍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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