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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 박스』 리뷰

by 0I사금 202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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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넷플릭스에 들어갔을 때 영화 순위 top 10에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 게 눈에 띄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바로 『버드 박스 : 바르셀로나』와 『버드 박스』 두 편이 같이 있었는데 제목이 유사하고 하나는 부제가 붙은 게 두 편이 시리즈이며, 아무래도 부제가 없는 영화가 먼저 나온 작품이겠구나 판단했습니다. 『버드 박스』는 2018년도에 공개된 작품이며 후속편인 『버드 박스 : 바르셀로나』가 2023년에 개봉된 작품으로 두 작품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던데 미리 보기로 올라온 짧은 영상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좀비물 아니면 바이러스물인가 했는데 좀 더 초자연적인 소재였고 보고 나서 상당히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았다는 생각이.

예고편만 봤을 때 딱히 사람이 습격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집에 숨어서 뭔가를 피하는 장면이 나와 미지의 괴물이 소재인가 싶었거든요. 그리고 제목이 '버드 박스' 직역하면 '새가 들어있는 상자'인지라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의아했는데 처음 제목을 보고 떠올린 건 일본의 괴담인 '코토리바코'였습니다. 정확하게 코토리바코는 아이랑 관련된 괴담이지만, 일본어로 코토리가 새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굉장히 의미가 알쏭달쏭한 지라 스포일러도 내용에 크게 지장이 없는 선에서 찾아본 뒤 영상을 재생했더니 의외로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건 실체 없는 이미지였고, 오히려 영화 속 '버드 박스'는 생존에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었어요.

이 영화 『버드 박스』의 특이한 점으로는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실제로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 묘사하지 않으면서 등장인물들을 공포에 몰아간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두렵거나 가장 보고 싶지 않은 환상을 보게 만들고 어떤 방식이든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특이한 바이러스가 뇌에 영향을 미친 건가 싶었어요. 거기다 바깥을 보면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 때문에 주인공인 맬러리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생존자들 공동체를 찾아갈 때는 꼭 눈을 가려야 하는 지라 시청자들 입장에서 갑갑함이 더해졌고요. 소리를 내면 죽을 수 있다는 설정의 『콰이어트 플레이스』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소재였다는 생각.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존재들은 그 사람만의 환상이라기보단 시청자들에게만 이미지를 숨길 뿐 어떤 실체를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밝혀주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비슷하게 시력을 소재로 한 아포칼립스물이긴 합니다만 『눈먼 자들의 도시』와는 반대로 이 영화에선 보지 못한다는 점이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차이가 있었어요. 중간 맬러리 일행이 숨은 곳을 찾아온 게리라는 인물이 남긴 그림을 본다면 공포의 대상은 바이러스 같은 미지의 질환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괴물이나 악마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추측도 들었고요.

영화가 굉장히 참신한 점은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설정이지만 그 이미지를 직접 보여주지는 않으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일반인보다 정신이 뒤틀린 인간들 - 사이코 범죄자들 같은 경우 오히려 그 이미지를 추종하여 다른 사람들을 강제로 바깥을 보게 만들면서 주변인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에요. 잔인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의 끔찍한 장면은 자제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편입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흔한 아포칼립스 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어느 정도 변형을 주어 캐릭터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든 편입니다. 예를 들자면 맬러리와 대립했던 더글라스 같은 인물 같은 경우가 대표적.

결국 맬러리는 이 초유의 사태에서 자기 동생은 물론이요, 동료가 된 사람들을 거의 잃게 되는데요. 막판에 아이들과 함께 살아남은 맬러리는 생존자들 단체와 통신이 되어 그들이 알려준 방향을 따라 눈가리개를 한 채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영화는 이 기이한 사태가 벌어지고 5년 뒤 아이들을 데리고 생존자들 단체의 지시대로 강을 타게 되는 맬러리의 모습과 5년 전 처음 기괴한 사태를 맞닥뜨리고 주변인들이 하나 둘 희생되는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몰입을 높이는 편이에요. 공포의 대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는 설정은 독특하지만 결국 그 정체에 대해선 끝까지 밝히지 않는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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