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디어스 : 빨간 문』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게 된 영화입니다.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기회가 될 때마다 꼬박꼬박 본 것이기도 하며 모든 시리즈가 다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공포영화로써 재미있게 본 것은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 완성도로 따지면 조쉬 가족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1편과 2편이 제일 훌륭하고, 앨리스가 중심으로 나와 그가 악령을 퇴치하는 후속작들은 전작보다는 좀 미진한 느낌이 들긴 해도 흥미롭게 본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여러 편 나오면서 궁금했던 점은 악령은 새로 등장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 앨리스는 작중 사망한 입장이라 그 없이 과연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지였습니다.
그래서 후속작 시리즈는 앨리스가 죽기 전 과거편을 다루면서 그런 문제점을 해결했는데 이번 『인시디어스 : 빨간 문』은 조쉬 가족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10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라 처음 재생을 누르기가 꺼려졌어요. 보통 훌륭한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이어지면 후반부부터는 이야기에 힘을 잃는 경우가 있고, 조쉬와 달튼 가족 이야기 같은 경우는 영매인 앨리스가 희생된 상황이라 이번에 또 사고에 휘말린다면 누가 구하러 오나 싶어서요. 제일 용납할 수 없던 건 앨리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가족이 또 같은 위기에 빠진다면 앨리스의 희생이 뭐가 되느냐는 그런 것도 좀 있어서 왜 또 저 가족을 건드느냐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전작에서 활약했던 조쉬의 어머니가 죽어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부터 나왔고, 어린 나이에도 자기 아빠를 구하겠다고 노력한 달튼은 대학생이 되자 염세적인 성격이 되어 가족들과 서먹하게 굴지 않나, 조쉬는 부인인 르네랑 이혼을 했다지 않나 앨리스가 그렇게 희생했는데 왜 잘 살지 못하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조쉬의 어머니 장례식에 앨리스의 동료였던 칼이 잠깐 모습을 보여준 건 반가웠습니다만...) 알고 보니 조쉬의 가족이 이렇게 된 건 전작에서 그동안 겪은 악몽 같은 일을 잊기 위해 기억을 지운 것이 화근이 된 것이었는데 기억을 지웠음에도 트라우마가 가족들 사이에 남아 버린 거였죠.
달튼의 트라우마 속에 등장하는 '빨간 문'은 전작이었던 『인시디어스 : 라스트 키』에서 앨리스의 회상으로 언급된 영계를 잇는 문이며, 이곳을 통해 악마가 튀어나올 거라는 조짐은 초반부터 보여주는 편입니다. 조쉬와 달튼이 잊고 있던 유체 이탈 능력을 도로 자각하자마자 문제의 문이 도로 열릴 지경이 되었으며, 조쉬가 몰랐던 그의 친부가 영혼 상태로 나타나 아들(조쉬)에게 경고를 날리고, 달튼도 대학 파티에서 죽은 영혼을 보는 등 심상치 않은 일을 겪게 되거든요.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이번에 조쉬와 달튼 부자를 위협한 악마는 그동안 앨리스와 계속 맞서왔던 붉은 얼굴을 한 악마로 추정되더라고요. 검은 신부인 파커 크레인은 2편에서 선한 인격을 자각하고 배후였던 엄마를 물리친 상황이니 이번에 등장한 악마는 다른 존재가 맞는 듯.
조쉬와 달튼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으면서 트라우마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부자가 화해를 시도한 것까지 좋았지만 아쉬운 면모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전 시리즈에서 영매이자 해결사로 줄곧 활약했던 앨리스와 그녀의 조수인 스펙스와 터커가 이번 시리즈에선 활약이 없이 유튜브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모습만 나온다거나 달튼의 대학 새내기 친구로 등장한 크리스의 역할이 뭔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미미했다는 점입니다. 부인인 르네의 비중도 대폭 줄어들어 이번 시리즈는 조쉬와 달튼 부자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줬고요. 하지만 문제의 빨간 문을 열게 된 계기가 달튼이 기억을 떠올리며 그림을 완성했기 때문이고 문을 닫을 수 있는 방법도 그림에 검은 칠을 더해 아예 문을 지워버리는 방법은 참신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포 시리즈에서 활약을 하는 인물이 보통 영매사나 그와 유사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고, 앨리스의 역할이 그동안 워낙 중대했던지라 이번 편을 보면서 앨리스의 출연을 고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나 봅니다. 보면서 앨리스는 언제 등장하는가, 2편에서 악령에 희생될 뻔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영혼 상태로 등장하여 활약을 했던 걸 보면 수호령 비슷한 존재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건 아닌가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앨리스의 도움 없어도 악령들의 위협을 벗어나 극복하는 조쉬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완결 지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더 이상 이 가족은 헤집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마지막에 앨리스가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쉬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드 박스 : 바르셀로나』 리뷰 (0) | 2024.12.04 |
---|---|
『버드 박스』 리뷰 (0) | 2024.12.03 |
『인시디어스 4 : 라스트 키』 리뷰 (0) | 2024.11.24 |
『인시디어스 3』 리뷰 (0) | 2024.11.23 |
『인시디어스 : 두번째 집』 리뷰 (0) | 202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