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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녹두꽃』 47화-48화(최종화) 리뷰 (2019. 7. 14. 작성)

by 0I사금 202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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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꽃』은 첫 화는 본방송을 놓치고 재방송을 보면서 시작한 드라마였어요. 아마 내 기억 상 5화-6화(구3화)부터 본방을 챙겨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 뒤로 쭉 본방사수에 성공했고 마지막 화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드라마의 모델이 된 역사적 사건들이 비극적인 것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답답하고 암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고도 충분히 볼 만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해요. 좀 찾아보니 '동학군'과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작품이 생각보다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하니 처음엔 소재가 참신해서 끌렸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번 화에서 고부로 돌아온 별동대원들이 어째서 명심 아씨를 찾아와 몸을 의탁했는가 싶었는데 유월이도 의주로 피난을 간 마당에 다른 동학군들은 전멸, 황진사와는 죽기 전 같이 의병활동을 하면서 화해가 되었고 애초에 백가네 집안은 가까이해 봤자 좋을 게 없으니 백이강과 별동대원들이 의지할 만한 데가 명심 아씨뿐이었다는 게 나중에 떠오르더군요. 명심 아씨는 초반부 백이현과 좋아하지만 슬프게 헤어지고 가슴 앓는 흔한 첫사랑 캐릭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작중에서 오라비인 황진사와 더불어 엄청나게 정신적인 성장을 보이는 캐릭터라서 놀라웠고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된 것 같네요.

흔히 양반의 여식이자 러브라인의 한 축이 되는 캐릭터는 시대의 희생양 같은 것이 되어 애달픈 추억의 대상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번 마지막 화에서 백이강 일행을 돕고, 백이현에게 팩폭을 날려주며 그를 손절하는 등 강단 있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양반들 중 가장 '양반'다운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 더 놀라운 것은 명심 아씨는 드라마에 워낙 죽어가는 인물이 많고 그런 플래그가 많이 보이기도 해서 백이강의 모친인 유월이와 더불어 사람들이 결말을 걱정한 캐릭터였어요. 심지어 히로인인 송자인마저 위태롭다 생각했는데 유월이나 명심 아씨 그리고 송자인까지 더불어 이 드라마 속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모습과 함께 끝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예상한 마지막답게 백이강은 우금치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의병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 버들 접장이 그 길을 함께 가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웠단 생각. 번개도 그렇게 가고 동록개도 그렇게 갔는데 버들이는 끝까지 살려주면 안 되었나 좀 작가님한테 원망스러운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그런 아쉬움과 별개로 버들이의 죽음, 녹두장군과 동학군 간부들의 죽음은 드라마의 인상 깊은 장면이었고, 특히 녹두장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들이 바란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은 '갑오년 세상에서 이미 보았다'라는 대사가 오늘 마지막 화의 명대사이자 더불어 이 드라마의 주제를 함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백이현은 그동안 저지른 짓이 있어서 오늘 마지막 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를 것이라 충분히 예상 가능했는데 만약 그것이 형인 백이강의 손에 이뤄진다면 굉장한 비극이고 백이현은 몰라도 백이현의 모친은 유월이와 화해 루트에 얼자였던 백이강에게도 맘을 열었던 인물인데 그런 전개를 간다면 저 사람들과 백이강은 원수가 되겠구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이현은 그동안 상황에 기만당하고 그 기만당한 분노로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은 했었는지 아버지 백가 앞에서 자살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더군요. 뭐랄까, 여러모로 타 드라마 『구해줘 2』의 성목사가 연상되는 결말.

드라마는 그동안 제가 암울하다 슬프다 타령을 한 것과 달리 비록 역사적인 흐름은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힘들고 불운하게 흘러가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희망은 남겨두는 그야말로 드라마다운 결말로 흘러갔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창작물에서 대리만족을 바라는 것처럼 결말에서 마음이 펴지는 느낌이었는데 적어도 주인공이 힘들게 고생을 하고 노력을 했다면 어느 정도 그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이 들어 맘에 들더라고요. 특히 백이강에게 자결까지 강요하며 악당 포스를 보여주던 백가 - 그야말로 드라마 최종 빌런이나 다를 바 없던 - 그가 마지막에 처량하게 몰락한 것도 만족. 백가네 거시기 이야기로 시작해서 백가네 이야기로 마무리된 게 묘한 수미상관 같았어요.



마지막 화에 특별출연한 배우에 대한 기사가 떴을 때 사람들 평 중에 '배우가 독립운동가 상'이라는 평이 있던데 실존 인물과 그렇게 엮어낸 것이 참 센스가 있었단 생각. 호감 인물인 이규태와 머리 짧고 군복 입은 백이강 재회 장면은 개인적으로 눈호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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