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녹두꽃』도 이제 마지막 화 한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꽤나 암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할까요? 저번 화 예고편에서 녹두장군이 이송되는 장면이 나와 오늘 처형 장면이 나오고 나머지 부분에서 이강과 이현 형제의 대립이 주가 되나 했는데 이번 예고편을 보니 녹두장군과 다른 접장들의 죽음은 마지막 화에서 다뤄질 예정이고 의외로 그 사이에 있는 이야기들을 이번 화에서 좀 더 풀어서 다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두장군의 사진이 남는 이야기는 송자인의 권유 덕이었다는 게 드라마의 가공이었는데 난 이 부분이 왠지 맘에 들더라고요.
동학군들 토벌에 대해서는 직접 묘사되기보단 송자인과 백이현의 대화로 짤막하게 언급되는데 살아남은 것은 어린아이 하나뿐이라는 말로 말미암아 비록 간단한 대사로 넘어가긴 했어도 대강 그 현장의 참혹함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혼란한 와중에 송자인의 아버지는 그래도 곱게 간 편인 것 같단 생각이.) 이번화의 명장면이었던 녹두장군과 이강의 재회는 이송을 담당하는 장교인 이규태의 묵인과 송자인의 조력 덕에 가능했는데 이송 전 녹두장군의 몸 상태를 치료하러 온 의원의 시종으로 이강이 분장하여 찾아온 것으로 해결했더군요.
다만 버들과 해승이 인즉천 깃발을 내걸고 녹두장군과 접장들과 이별하는 장면은 빼박 동학 잔당으로 여겨져 잡혀갈 수 있던 장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그냥 드라마적 허용으로 어느 정도 넘어가 줬나 싶었던 부분. 그리고 저번 감상문에 배신자인 김가는 살아남은 이강과 별동대들이 응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어서 좀 놀라웠달까. 역사 속에서 김가는 당시 양반들에겐 동학도였다는 이유로, 일반 백성들에게는 녹두장군을 밀고한 배신자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당하다가 비참하게 객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 드라마에선 백이강은 속죄로 자결하라 말하고 결국 분노한 버들의 총에 맞아죽는 것으로 처리되더군요.
드라마 후반부 전개에서 백이강의 캐릭터를 볼 때마다 생각한 거지만 초반이라면 모를까 후반의 이강이는 복수심과 분노도 분명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에게 마지막 기회는 주려고 하며 반드시 원한을 피로 해결하지는 않는 인물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이강의 이런 점은 자기 동생 백이현을 망쳤다고 생각한 황진사를 대할 때도 그렇고, 도채비 시절 이현한테도 그렇고, 저번 화 송자인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이번에 김가한테 하는 행동에서도 그렇다고 느껴지더군요. 황진사에게 분노했을 때 그 원한을 황진사 개인이 아닌 상황을 그렇게 만든 현실에 돌리라는 녹두장군의 가르침을 이어받았다는 증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
그리고 드라마가 이현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아직도 백이현의 캐릭터는 종잡기 어렵다는 느낌을 또 드라마가 던져주더군요. 재판이 벌어지기 전 일본이 어떻게든 이번 우금치 전투와 조선 왕실을 엮으려는 계략을 간파하고 녹두장군이 단호하게 일본의 회유를 거절하는 장면에서 이현이 속고 있는 거라 강하게 날려주는 것도 그렇거니와 다케다의 입으로 일본의 영토 야욕을 전해 들었을 때 놀라는 것을 보면 진심 얘는 그것까지 생각지도 못하고 자기 이상주의 때문에 협력했나 싶었을 정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헤쳐간다기보단 끊임없이 기만당하는 성격의 캐릭터인가 싶더라고요. 오히려 오라비의 장례를 치르는 명심 아씨 상대로도 악당 포스를 과감하게 보여준 아버지 백가가 더 냉철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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