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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녹두꽃』 43화-44화 리뷰 (2019. 7. 7. 작성)

by 0I사금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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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치(우금티) 전투의 대패 이후 도망치는 동학군과 그를 쫓는 관군과 일본군의 모습으로 이번 43화-44화는 암울하게 시작합니다. 전편의 우금치 전투에서 일방적인 학살을 자행한 것이 일본군 주도로 그려져 있고 관군의 역할은 많이 축소되어 있어 약간 비판섞인 감상도 몇 개 보았는데, 이번 43화와 44화에서 도망치는 동학군과 집강소에 남은 동학도들에게 보복을 가하며 학살하는 쪽은 (물론 일본군도 있지만) 대개 관군과 민보군을 중심으로 묘사되었더군요. 여러모로 답답하고 비극적인 상황에다 도망치던 동학군들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좀 섬뜩한 느낌까지 들었고요.


아무래도 추측이지만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의 비중이 더 컸던 이유에는 일단 모인 의병들이 '척왜'를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동학군과 일본군의 대립을 좀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고, 드라마에서 이미 조정은 무능과 삽질의 반복으로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지라 여기서 학살까지 주도적으로 행한다면 (실제로 학살을 주도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비난의 화살이 오로지 조선 왕실에 쏠려 당시 학살에 협력하고 침략 야욕을 보인 일본군이 묻힐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일본군의 학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43화와 44화에선 관군과 민보군의 보복행위에도 꽤 초점을 맞추었는데 당시 조선 지배층 역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것과 이번에 명을 달리한 황진사의 말대로 나라가 어떤 식으로 망조가 드는지 드라마에서 나름 보여주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진사가 백이현 손에 죽기 전 남긴 말은 아주 냉정한 팩폭이었다고 할까. 황진사의 유언 아닌 유언은 백이강이 갑오왜란을 거치고 결심한 뒤 보인 행적 더 이상 무능한 왕실이 아닌 조선 백성들을 지킨다는 것과 '문명을 자처하는 일본의 야만스러운 행적과 그걸 막지 못한 왕실의 무능 그리고 그것보다 끔찍한 변절자의 모습'을 본 송자인의 판단과 어느 정도 상통한다는 생각이.


그나마 그래도 양심적인 인물이 남아있어 관군에 붙잡혀갈 뻔한 백이강을 돕기도 하는데 그가 바로 관군 측의 이규태. 실제로 그는 의병대장이 된다고도 하니 드라마의 이 부분은 가공의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백이강과 엮이는 점이 드라마에서 가장 훌륭하게 구성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와 같은 케미는 이젠 백이강과 백이현이 아닌 백이강과 이규태에서 엿볼 수 있었고요. 동지애로써 케미는 백이강과 최경선이 제일 좋았는데 백이강과 이규태는 다른 의미로 애틋한 케미였다고 할까.


백이현의 캐릭터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 지금은 오히려 이규태와 백이강의 관계성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공교롭게도 황진사와 이규태 두 '양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천민'인 백이강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화에서 녹두장군과 백이강이 재회하진 못한 채 관군에게 붙잡히는 내용이 나와 이젠 이강이 녹두장군의 마지막도 지키진 못하는가 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사람들 예상대로 김가가 역사 속 배신자였는데 내심 김가를 처단하는 것은 백이강이 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설마 김가도 홍가처럼 허망하게 가려나요? 집강소가 습격 받고 백가 놈이 백가했을 때 유월은 어떻게 되나 했는데 다행히 그녀를 구해 준 것이 송자인이었어요. 백이강이 송자인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편이긴 했지만 이 둘의 관계도 이젠 예전처럼 돌아가긴 힘들겠다 싶었고요. 

 

아무래도 백이강은 동생을 처단하고 난 뒤 의병 운동을 하기 위해 살아남은 별동대원들과 함께 떠나게 되는 엔딩이 아닐까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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