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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피리술사』 리뷰

by 0I사금 202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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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기담 미스터리 소설인 『괴이』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고로 이번에는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집을 찾아봤습니다. 책을 좀 찾아봤더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시리즈들이 좀 더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추리소설보다는 이런 기담 풍의 미스터리 소설이 저에게 더 잘 맞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빌려온 것은 역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 『피리술사』였는데 처음엔 이 한편이 하나의 시리즈라고 생각했지만 소설 내의 언급을 보면 이 연작집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다른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공통적인 주인공을 가진 시리즈가 더 있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소설들이 있다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흥미를 가지고 빌려올까 생각 중입니다. 


이 소설 『피리술사』는 불운한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오치카란 여성이 숙부의 도움으로 그 상처를 잊기 위해 사람들이 겪은 기이한 일(이라고 하지만 실은 응어리에 가까운)을 듣고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응어리진 이야기를 말하며 흘려버리고, 듣는 사람은 한번 들어서 흘려버리는 변조 괴담 모임을 만들어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소설 마지막 편에 실려있는 흉가 저택 관련 언급 같은 것을 본다면 오치카라는 아가씨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편소설이 한편 더 나와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이 되며, 다음 시리즈에 대한 일종의 떡밥도 내용 상 드러나 있지마는 일단 그런 시리즈를 염두에 두지 않고 보더라도 흥미로운 단편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고 듣는 사람이 대개 오치카이므로 여기서 오치카는 주인공보다 관찰자의 입장에 가깝다고 봐야겠네요.


실려 있는 소설들은 총 여섯 편. 첫 번째 단편 「다마토리 연못」은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찾아가면 신의 노여움을 사 사랑이 깨져버리고 만다는 기이한 연못에 대한 얽힌 이야기로 의외로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다거나 하는 좀 풋풋한 느낌이 나는 기담형 단편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편 「기치장치 저택」은 재해로 친구와 가족을 잃은 남자가 어린 시절 머물게 된 저택에서 이상한 예지몽을 꾸게 되면서 친구들의 죽음을 알게 되고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애잔한 내용의 단편이었습니다. 앞의 두 단편이 그나마 사람 사이의 정이나 유대 같은 훈훈한 이야기를 기이함 속에 담았다면 세 번째 「우는 아기」는 사람의 악행을 감지하고 우는 아기와 그 아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을 다루기에 어떤 내용보다 섬뜩하고 비극적인 내용이었어요. 솔직히 이 소설집 통틀어 이 <우는 아기>의 내용이 제일 강렬했다고 할까요.


네 번째 소설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은 오치카의 괴담 모임을 약간 바꾸어 아무래도 당시 시대에 있었을 법한 괴담 모임에 오치카가 초대되어 다른 사람들의 괴담을 전해 듣는 이야기로 한 편에 꽤 여러 괴담이 들어있어 여기 실린 괴담만 해도 따로 단편화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량도 실린 소설 중에 가장 긴 편이고요. 다섯 번째 소설 「피리술사」는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장편소설 『괴수전』과 유사한 이야기로 만약 이 단편이 먼저 나온 것이라면 「괴수전」의 초기 형태가 이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소설 「절기 얼>」은 방탕하게 살다가 그 삶을 후회하고 맘을 고쳐먹은 사람에게 어떤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 망자에게 하루씩 몸을 빌려주는 거래를 하여 망자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초자연적인 존재가 직접 언급되어 그 정체에 대해 선한지 악한지 추측이 떠돌고 망자들의 이야기이나 의외로 훈훈한 결말로 끝나는 단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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