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다이어터』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12시간마다 한 회차가 공개되므로 평소 하루에 두 편씩 천천히 보기 시작했는데, 막판 되니까 결말이 궁금해서 결국 결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말은 용두용미라고 할 수 있었는데, 흔히 인터넷에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훌륭한 작품이 등장했을 때 인용되는 용두용미 짤이 딱이다 할 수 있는 웹툰이었어요. 장르랑 제목의 의미도 충분히 잘 지켰을 뿐만 아니라 수지의 성장, 그리고 수지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들의 성장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으니까요.
일단 주인공인 수지 캐릭터는 행동하는 노력파입니다. 처음엔 잘못된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기도 하고 멘탈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트레이너인 서찬희와 얽히면서 제대로 된 방법을 찾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거든요. 꾸준함과 행동력이 합쳐지면 진짜 못할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그리고 성격이 상당히 관대한 편인데 이는 트레이너인 서찬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찬희는 코치로써 훌륭하긴 하지만 수지 돈을 떼어먹기도 했고 원래 성격을 못 버려서 얍삽한 짓을 하다가 네온비 관장이나 수지 상대로 매를 버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또한 남자 주인공 서찬희의 캐릭터도 입체적인 편입니다. 처음엔 수지 돈을 가지고 나르는 등 얍삽한 타입이었는데, 트레이너로써는 훌륭하다는 게 독특하더라고요. 또한 수지가 다른 사람 때문에 곤란에 빠졌을 때 나서서 돕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물론 중간에 살이 빠져서 못 입게 된 수지의 옷을 몰래 팔아 용돈을 벌거나 수지의 동의도 안 받고 그간 다이어트 기록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는 등 매를 버는 짓을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네온비 관장하고 애증(?) 어린 관계라거나 새로 온 트레이너인 저스틴에게 열폭 하는 게 많이 개그였습니다.
작중에서 빌런이라고 부를 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이 웹툰의 특징입니다. 물론 중간에 카페에서 수지를 뚱뚱하다고 비웃는 커플이나 학창 시절 수지를 괴롭혀놓고 수지가 살이 빠지자 집적거리던 양아치 동창 같은 어그로들이 있기는 한데 이들은 스토리에 큰 영향은 없이 적정선에서 치워져서 속 시원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부장이 약간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 부장도 감화되어 제대로 운동에 몰두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또 수지를 본받아 운동을 시작하는 송참새 같은 인상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도 등장하며 눈길을 끕니다.
러브라인은 여지만 주고, 본편에서 진행시키지 않았다는 것도 이 웹툰의 큰 특징. 실은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는데 다른 감상을 찾아보니 외전에서 주인공들 관계가 진전되는 묘사가 있다고 하지만 본편은 수지가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으면서 성숙해지는 데 초점이 맞춰지므로 장르가 흐려지거나 내용이 주객전도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으며 매우 깔끔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보다 보면 운동을 할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이이에요. 영화 『엑시트』 때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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