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재미있게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바로 역사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알려주는 『벌거벗은 세계사』입니다. 지난 135화에서 '여요전쟁(고려거란전쟁)'을 다룬 걸 보았고 지난주 140화는 세계사를 휩쓴 '세균'에 대해 다룬 걸 보았는데 예고편에서 '바이킹'의 역사를 다룬다고 나오길래 흥미가 생겨서 이번 141화도 기다리게 되었네요. '바이킹'하면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전사들이라는 것과 그들의 생활양식, 신앙이었던 북유럽 신화가 여러 판타지 문학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서 바이킹이 유럽의 역사에 얼마만 한 영향을 주었는지 조금 더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강연을 맡아주신 교수님 정보, 그 외에 게스트 관련 정보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기사 https://m.news.nate.com/view/20240305n31975?mid=e02&list=recent&cpcd=
강의에 따르면 바이킹이 유럽에 등장하여 맹위를 떨친 시기는 8세기에서 11세기까지로 유럽의 기독교 문화에 동화되기 전까지 침략자로써 악명을 떨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칭하는 명칭인 '바이킹'이란 단어조차 '침략자'를 뜻하는 고대 노르웨이 언어로써 중간에 나온 MC들의 비유대로 '유럽의 몽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거기다 바이킹 민족은 다른 유럽 지역의 민족들보다 키와 체격이 큰 탓에 전투에서 처음부터 유리했단 사실도요.
또한 해상과 강을 통해 유럽을 비롯하여 중동, 바다를 건너 캐나다 지역까지 진출함으로써 그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심지어 캐나다 동부 지역까지 진출한 것은 현대에 들어서 유적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며 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한 이들은 콜럼버스가 아니라 바이킹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바이킹이 본격적으로 유럽에 진출하기에 앞서, 그들이 터를 잡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환경과 문화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설명됩니다. 농지가 적고 산지가 많아 농사에 불리한 환경, 북극과 가깝기 때문에 혹독한 겨울이 존재하며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이어지는 등 매우 척박한 환경(현재에는 관광자원으로 유용하며 공포영화 소재가 되곤 하는)은 진짜 약육강식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이들만 적응하고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었으며 전투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문화를 탄생시키는 토대가 되었다는 거죠.
또한 바다와 밀접하며 해상을 통해 이동할 수밖에 없는 지역적인 특성은 바이킹들이 약탈 경제를 이루게 되는 근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킹이 8세기 경에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조선술의 발달로 바이킹 특유의 '롱십(직역하면 긴 배)'이라는 배가 발명되고 해상으로 이동이 수월해진 덕으로 이 롱십을 타고 잉글랜드 - 당시 앵글로색슨족의 7 왕국이 존재했던 지역을 침략하고 약탈하면서입니다. 바이킹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된 8-11세기 시대를 '바이킹 시대'라고 불렀을 정도.
MC들의 입으로 '유럽의 몽골'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만큼 바이킹들의 무시무시함이 제법 적나라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바이킹들이 잉글랜드를 침략했을 당시 유럽은 이미 기독교 문화가 보편적이었고, 잉글랜드의 수도원에는 기독교 신자들이 기부한 보물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바이킹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는 거죠. 또 약탈 경제가 그러하듯 그들의 전리품에는 각종 보물만이 아닌 사람도 포함되었으며 바이킹은 사람들을 납치하여 노예로 팔아넘기면서 이득을 취했다는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저 시대 잉글랜드는 바이킹의 주요 약탈 지역이라 특히 더 지옥이었겠다 싶은 부분.
왠지 이 부분에선 (명작 소리 들었을 때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거란족의 약탈 대상 중에서 사람이 상당수 포함된다는 설명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환경이나 문화는 달랐어도 약탈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비슷하다 싶었습니다.
이후 앵글로색슨족의 왕국 중 하나였던 노섬브리아를 침공한 바이킹의 전설적인 왕 라그나르 로드브로크가 생포된 뒤, 뱀굴에 던져져 끔살당하자 그 보복으로 아들인 이바르가 잉글랜드를 침략하고 바이킹 VS잉글랜드의 질긴 구도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웨섹스 지역의 알프레드 대왕이 바이킹의 침략에 맞서면서 이때부터 잉글랜드에 하나의 민족의식이 싹텄다는 부가 설명이 나오던데 외침을 통해 분열된 왕국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은 시대나 국경을 막론하고 비슷하구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저렇게 버틴 앵글로색슨 왕조는 결국 후사를 잇지 못하여 왕조를 바이킹 혈통인 노르망디 왕가의 윌리엄 1세에게 넘기게 되었다는 이후의 설명을 보면 결국 최종 승리자는 바이킹인가 싶었습니다. 여기서 노르망디 공국이 세워진 경위도 참 놀랍다 싶었는데, 바이킹이 프랑크 왕국을 침공하자 그들을 달래기 위해 프랑크 왕국에서 북부 일부 지역(현재 프랑스 북부 지역)을 그들에게 넘겨주면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바이킹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였는지, 이후 이어진 잉글랜드 전쟁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의 대립(?)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파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11세기를 넘어서면서 바이킹의 존재감이 역사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데, 이는 유럽 여러 곳에 정착한 바이킹 후손들이 기독교 문화에 동화되면서 더 이상 약탈 문화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는 듯. 기독교 문화의 긍정적인 일면이라고 할까요? 또 바이킹이 아메리카 대륙만이 아니라 중동 지역까지 진출하여 교역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언급되는데 중동 왕국의 정세가 위태로워져 무역이 힘들어지자, 바로 약탈에 들어가 몽골 침략 이전에 악몽 같은 기록을 남겼다고 하는 등 약탈 본능은 어쩔 수 없나 싶더라고요. 다시 한번 바이킹은 '유럽의 몽골'이라는 MC들의 비유가 그럴싸했다는 생각.
특히 잉글랜드와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에게 굴복하지 않은 왕들을 살해한 기록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했는데요. 라그나르 로드브로크를 뱀굴에 던져 살해한 노섬브리아의 왕은 산 채로 갈비뼈를 밖으로 빼내는 일명 '피의 독수리' 형벌을 받다가 죽었으며 여기에 외국의 영상 자료까지 삽입되어 공포심을 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바이킹과 잉글랜드의 전쟁은 잉글랜드 쪽이 정규군이 없고 대비가 덜 되어 있어 일방적인 학살이 이루어졌을 거라고 판단되던데 인권 개념이 없던 저 시대에 편하게 산 인간들이 드물긴 했지만 진짜 이때는 잉글랜드 사람들은 어떤 심정으로 살았으려나 싶더라고요.
중간에 바이킹 부족이 그린란드로 이주하던 건은 암만 봐도 부동산 사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나마 현재는 천연자원이 많이 나는 땅이라 그렇지 당시 사람들 입장에선 뭐... 원래 바이킹들 고향도 척박한 곳이라 적응은 잘했다고 하지만요.
유럽을 공포로 몰고 가긴 했지만, 바이킹의 문화와 신앙은 현재에도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판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고 마블 영화 시리즈인 『토르』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북유럽 신화 속에서 가장 숭배받는 신은 오딘과 토르, 로키라고 언급되는데 오딘이 전쟁, 토르가 천둥과 바이킹의 수호신, 로키가 불과 장난의 신이라고 설명됩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면 바이킹이 약탈 문화권이긴 하지만 농사를 아예 안 짓는 건 아니라 토르가 농부들의 수호신이었다는 설명도 있고, 로키는 무기를 신들에게 선물하고 불을 다루었다는 데서 대장장이 같은 기술의 신도 되지 않을까 추측되더라고요.
'베르세르크(광전사)'라고 일본 만화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용어 역시 바이킹 전사를 칭하는 말로, 전쟁에 나가기 전 최면이나 환각제로 의식을 치러 두려움이 없어진 채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전장에 나선 자들을 두려워하면서 일컫는 용어라고 나오더라고요. 다만 두려움 때문에 기록에 허구와 진실이 섞여있다는 설명은 덤. 결론적으로 바이킹은 매우 두려운 공포의 상징이면서, 거침없는 모험가이기도 했고 후대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들이라 수많은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현대에 탄생한 문화적인 산물까지 포함하면 바이킹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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