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141화 첫 번째 리뷰에서 미처 덧붙이지 못한 것들 추가합니다. 흔히 '바이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바로 뿔이 달린 투구가 있고, 바이킹을 묘사한다고 하면 뿔투구는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실제 바이킹의 투구는 밋밋한 형태였으며, 뿔이 달린 투구는 전투에서 쓰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런 뿔투구가 바이킹의 이미지가 된 것은 19세기 유럽 연극에서 소품으로 쓴 뿔투구가 유명해졌기 때문이라고요. 참고로 뿔 달린 투구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유물로 발견되는 뿔투구들은 대개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또 현대 판타지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엘프와 드워프들이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정형화된 드워프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본다면 기록된 바이킹의 이미지와 겹치는 것이 많은데 일단 수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수염 단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바이킹은 당시대 기준으로 체격이 컸고 드워프는 난쟁이라는 점이 종족 특징이라고 할까요?
바이킹의 수염 관련으로 언급되는 이야기인데 (잘 안 씻는 당시 시대 기준으로 비교하면) 위생적인 면에서 바이킹은 일주일에 한번 목욕을 할 만큼 청결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바이킹이 다른 나라를 약탈하면서 무기를 다양하게 활용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제련 기술이 특출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로키가 불의 신이면서 무기를 선물하는 신이라는 설명을 본다면 역시 무기를 가공하는 대장장이의 상징이 아닐까 하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편인데, 판타지 문학에서 드워프는 일반적으로 훌륭한 대장장이 종족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강해요.
또한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에서도 묘사되듯 드워프는 황금과 보물을 매우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데 바이킹이 약탈을 하면서 유럽 수도원의 보물들을 죄다 빼앗아갔고 유럽 각지에서 발견되는 바이킹의 유물 중에 보물 종류가 많은 걸 보면 드워프 종족 특성에 영향을 아예 안 준 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벌거벗은 세계사』 141화 초반에 사는 곳 근처에서 몇 억을 거뜬히 넘어서는 바이킹의 보물을 발견하여 거의 로또 맞았다고 해도 좋은 사람들의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고요.
바이킹의 헤어 스타일과 관련된 오류도 여기서 정정되는데, 왜인지 바이킹하면 긴 머리로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매체에서 바이킹의 헤어스타일을 긴 머리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던 걸까요? 하지만 실제로 전투에서 긴 머리는 매우 불편하고 방해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땋은 형태로 유지했다고 하네요.
바이킹 세력의 잉글랜드 전쟁을 두고 잉글랜드의 바이킹판 '왕좌의 게임'이란 비유가 나옵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아직 본 적은 없고, 원작 소설인 『얼음과 불의 노래』는 1권을 보다 말았긴 하지만 대강 작품의 배경에 대해선 주워들은 바 있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7 왕국 배경이 바이킹이 침공한 잉글랜드의 7 왕국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검색을 해보니 작품의 배경이 이때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어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어째 용두사미 대표 격으로 평가받는 느낌이지만...
잉글랜드 지역에는 앵글로색슨족이 세운 7왕국이 존재했고, 바이킹의 침공에 맞서면서 '하나의 잉글랜드'라는 관념이 생겼다는 건 리뷰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도 간접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웨섹스 왕국의 알프레드 대왕은 영국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는 설명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침을 당하면서 분열된 왕국이 하나로 통일되는 경우는 시대를 막론하고 왕왕 있는데 여요전쟁(고려거란전쟁)을 겪은 고려 역시 거란의 침공으로 민족적인 통일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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