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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리뷰 (2022. 5. 20. 작성)

by 0I사금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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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넷플릭스의 알림을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공개가 되면 보기 위해 찜해놓기는 했지만 다큐멘터리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게 실존하는 사건이 바탕인지라 보려고 마음먹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군요. (포스터에서도 알려주다시피 공개 날짜는 5월 18일) 저번에 연쇄 살인범 유영철을 다룬 『레인코트 킬러 : 유영철을 추격하다』도 막상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은 직접 그 실상을 마주하기 힘들고, 심지어 재연이나 순화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범죄자들의 추악한 행태가 사람의 분노를 지피는 구석이 있어 보고 나서 멘탈이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국 범죄의 실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도 올라왔고, n번방 범죄가 극악한 성범죄이니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언젠가 한번 보기는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용기가 안 나 다른 사람들이 쓴 다큐멘터리 후기를 여기저기서 찾아보았는데 일단 다큐에 대한 호평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자극적인 장면은 자제하며 당시 사건을 파헤친 사람들인 기자, PD, 경찰 등 24명의 인터뷰를 위주로 촬영된 모양이었습니다. 사건 자체가 굉장히 마주하기 괴로운 사건이라 기사로도 자세한 사항을 살펴본 적은 없는데, 다큐를 직접 보니 사건의 조사는 일반인들 - 당시 대학생 기자단이었던 불꽃 추적단과 한겨레 신문사 기자 등의 활약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큐에서는 이 기자단이 n번방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 가해자들의 실체를 잡기 위해 n번방에 접촉한 것 등 그들의 노력에 치중하는 편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던 것은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 그리고 도움을 받기 위해선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었는데, 예전에 모 심리학 서적에서 본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는 구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상황이 지나가길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침묵하지 않고 용기 있게 증언을 했기 때문에 비로소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 셈이니까요.


다큐 말미에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그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압박, 2차 가해를 그만두고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하며, 다른 곳에선 여전히 이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성범죄가 현재진행 중임을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이 다큐에서는 n번방 가해자들의 범죄 행위를 설명할 때 연기자들이 직접적으로 재연하는 장면보다는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기자들과, 이후 사건 수사를 맡게 된 경찰 수사관이나 관계자들의 증언 그리고 중간중간 비유적인 상징이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는 것으로 대체하여 이루어진 경향이 강한 편인데요. 그래도 워낙 사건의 죄질이 극악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증언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


보는 시청자인 내가 이 정도인데 당시 텔레그램에 직접 접속하여 박사방을 비롯한 가해자들을 추적한 기자들은 어떤 멘탈이었을까 상상이 가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n번방 가해자 - 운영자를 비롯하여 당시 영상을 관전한 놈들까지 기자들의 신상을 유포하고 협박+조롱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또 분노를 일으키더라고요. 심지어 다큐의 초반부에서 당시 n번방을 운영하던 가해자들이 어떻게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협박했는지 메시지 영상으로 잠깐 보여주는데, 이 부분에선 멘탈 보전이 힘들어 속도를 빨리하는 수밖에 없었을 정도. 진심 이 가해자들이 뻔뻔한 건 범죄 영상을 찍고 유포하며 구매한 놈들은 자신들이면서 마치 사건을 파헤친 기자들이 n번방을 홍보라도 했다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겁니다.


이 n번방 가해자들 - 운영자들을 제외하고도 영상을 유포하고 보면서 피해자를 조롱하고 성추행한 놈들이 한 둘이 아닌데 과연 개중에 얼마나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졌을지 모르겠네요. 가해자들 중 자기는 영상을 보기만 했을 뿐이라며 발뺌하는 놈들이 많았다고 하던데 말이죠. 웃긴 건 텔레그램 내에서 자기가 대단한 것처럼 과시하던 범죄자 놈들은 자신들이 잡히지 않을 줄 알고 자기 신상을 멋대로 떠들면서 알아서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텔레그램 폭파 시스템이 언급되긴 합니다만 자금이 오고 갈 때 아이디는 유지되는 편이라 완벽하게 흔적을 지우는 건 어려워 보이던데 말이죠. 이를 통해 실제 범죄자들은 지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면서 과시적인 경향이 강하며 주제파악 못하고 자신을 과하게 포장한다는 경향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점이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특성이다 싶더라고요.


저놈들 사진은 진심 혐짤이라 참고 자료로도 내 블로그에 올리기 싫을 정도... 외에도 n번방 운영자들이나 가해자들은 성 착취 영상 제작 말고도 마약이나 총기 판매 사기, 스토킹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른 전적이 있어 이를 토대로 경찰의 수사가 진척이 되었다는 언급도 나오는데 정말 이 새끼들 가지가지 나쁜 짓은 다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이 잡히고 나서 악마 운운하면서 자기를 중2병 캐릭터처럼 떠벌리고 자빠진 건 범죄자 특유의 쓸데없이 과시적인 성향에서 나온 거였다는 거... 진짜 '악마 이 지랄' 저 말대로 염병 떠는 놈인데 이놈 형량이 42년이라는 언급은 다큐에서도 나오는 바지만 하는 짓을 보면 420년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싶었습니다. 그냥 이놈은 영영 세상에 안 나오고 감방에서 썩어 문드러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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